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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넷 코모도 리브어보드 투어 참가기 - 퍼스 촌 사람의 첫 해외 다이빙 나들이

스쿠버넷 코모도 리브어보드 투어 참가기
퍼스 촌 사람의 첫 해외 다이빙 나들이


맑고 잔잔한 코모도의 바다. 얕은 수심에서 멀어져 가는 만타를 촬영하는 다이버.

시대가 변해가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것들이 많지만 그 중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을 맺는 방식까지도 새로워 지고 있는 듯하다. 고립된 파푸아 뉴기니에서 다이빙을 시작하고, 이어서 수중 사진을 하게 되면서 다이빙이나 수중 사진에 관한 부족했던 정보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서 얻었다. 특히 수중 사진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다른 작가들이 찍은 사진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아무런 정보를 찾을 수 없는 환경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또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환경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런 새로운 형태의 인연들 사이에서 도움을 받으며 고마운 인연을 맺게 되였다.

이번 코모도 여행은 실제로 만나 본적은 없지만 그동안 인연을 맺어 온 사람들을 실제로 처음 만나 며칠을 한 배에서 같이 생활하며 다이빙을 하는 꽤나 색다른 여행이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다이빙을 시작하고 처음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다이빙과 사진을 찍기 위해 떠나는 첫 해외 다이빙 여행이기도 했다.


코모도 섬 위로 지나가는 소나기 구름이 잠깐 틈을 만들고 있다.

처음 떠나는 다이빙 여행은 짐 꾸리기부터 난관이었다. 출발 전 일행들이 짐 무게에 관해 걱정을 할 때만 해도 다이빙 장비며 카메라 장비와 옷 몇 벌 정도만 챙기면 되는 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 막상 짐을 꾸리기 시작해보니 꺼내드는 여행 가방의 크기는 점점 커져만 갔다. 그렇게 어설픈 짐꾸리기 끝에 퍼스에서 이번 코모도 투어의 중간 경유지 발리에 도착하였다.

다른 일행들을 역시 이것저것 이고지고 다닐 것이 많은 다이버로 태어나서 짐싸고 또 그 많은 짐들을 단체로 보내는 한번의 난리를 치른 뒤에 몇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느라 지친 일행들을 발리에서 저녁을 먹으며 첫 만남을 가졌다.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내일이면 우리는 코모도 바다를 볼꺼라는 공통된 기대감이 어색함 보다는 동질감으로 인도네시아 빈땅 맥주와 설렘이 뒤섞인 반가운 첫 만남의 저녁을 보냈다.


라부안바조 항에 정박중인 보트들

다음 날 아침 일찍 작은 프로벨러 비행기를 타고 발리를 떠나 라부안 바조에 도착하였다. 이번 여행은 예약된 배보다 더 크고 넓은 배로 바뀌는 행운이 함께 하여 기분 좋은 승선을 한 뒤 체크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하였다. 가이드들이나 리브어보드 투어를 이미 다녀본 다른 일행들이 체크 다이빙 포인트는 그저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 서로의 다이빙 수준이나 앞으로 가게 될 바다환경을 조금 이해해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니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말을 계속 들었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사보론 께칠(Sabolon kecil) 포인트에서 첫 코모도 다이빙을 시작하였다. 다이빙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가까이 되지만 운이 좋게도 먼 곳까지 갈 필요 없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언제나 다이빙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 그 동안 구경한 바다라고는 파푸아 뉴기니의 포트 모르스비와 호주 퍼스 바다가 유일 했던 필자였기에 큰 기대를 하지 말라던 첫 체크 다이빙 포인트는 눈을 어디다 두고 또 카메라를 어디로 들이 밀어야 할지 선택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여지는 광경이 였다. 다이빙을 마치고 배에 올라와 앞으로 이것보다 더 멋진 곳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첫날은 흐뭇함의 연속이었다.

머리 위를 지나가는 자이언트 트레발리

코모도 다이빙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만타레이를 드디어 만날 수 있다는 것이였다. 남들은 흔하게 본다는 바다거북이 조차 실제로 구경한 것이 손꼽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환경에서 다이빙을 해 왔기 때문에 꿈에서나 그리던 만타레이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가능성 만으로도 설레었다. 그리고 만타레이라는 설렘과 함께 반대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코모도의 유명한 조류였다. 그동안 수심이 얕은 해변에서 쉬운 다이빙만 해왔기 때문에 조류로 유명한 코모도 다이빙은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바투보롱의 안티아스 무리와 캡틴아메리카 김경신님.


만타레이

태어나서 처음 본 만타레이는 운이 좋게도 조류를 따라 다이빙을 하고 흐르던 중 얕은 수심에서 블랙 만타까지 포함된 무리들이었다. 먼 곳에서 왔다 갔다 하던 만타들은 어느 정도 우리들의 존재에 대해 경계심이 낮아지면서 어느 순간 그야말로 사방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만타들이 눈앞에 나타나 머리 위를 가까스로 스쳐 지나치기를 반복하며 일행 가까이에서 맴돌았다. 조류가 약해지면서 안전 정지를 하고 배에 올라 그곳을 떠날 때까지도 만타들은 일행의 주변을 맴돌아 주었다. 코모도에서 처음 만난 만타레이는 역시나 남다른 모습을 필자에 보여 주며 코모도 다이빙 이야기 할 때 왜 만타레이가 가장 먼저 따라오는지 실감나게 해주었다.

머리 위를 지나가는 만타레이


조류다이빙

출발 전부터 이것 때문에 코모도를 다녀 왔다는 모든 사람을 붙들고 코모도 조류에 대해 걱정을 늘어 놓았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코모도 조류는 언제나 다이빙 포인트를 결정할 때 경험이 많은 현지 가이드 조니, 크리스, 테리가 바다의 상태를 관찰하여 최대한 안전한 조건의 다이빙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주었기에 조류 다이빙으로 유명한 샷건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해왔던 염려와는 다르게 어렵게 무리해서 견뎌내야 하는 일은 다행히 없었다.


필자와 함께 했던 가이드들. 위에서부터 테리, 조니, 크리스


코모도 바다


퍼스는 발리와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퍼스에 사는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일년 중 반은 발리에서 다이빙을 한다. 모두들 발리로 떠나는 중에도 꿋꿋이 퍼스 바다를 가장 사랑한 사람은 아마도 퍼스에서 필자뿐이었을 것이다. 접근성 좋고, 얕은 수심에서 부담 없이 접사 촬영을 할 수 있는 이곳 바다가 눈앞에 있는데 굳이 힘들여서 발리나 다른 지역을 가는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이런 생각은 코모도 바다에서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산 정상에서 앞을 바라보는 것 마냥 사방에서 깨끗하게 펼쳐진 바다 풍경은 넋을 놓은 채 구경하게 되는 광경이였다. 게다가 건강한 열대 바다는 애써 힘을 들여 찾아 헤맬 필요가 없이 작은 접사 생물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광각과 마이크로 두가지 촬영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바다에서 게다가 드라이수트 대신 가벼운 3m 웻수트를 입고 오랜만에 열대바다를 누비는 기쁨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만타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비디오그라퍼.


코모도 다이빙

6일간 다이빙을 했던 코모도에서 유명한 크리스탈 락과 캐슬락, 바투보롱 등은 역시나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곳들 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그 중에서 바투보룽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이곳은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흔한 표현이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화려한 색상의 안티나스 떼들이 빼곡히 채원진 산호초 위를 또 다시 뒤덮은 채 무리 지어 움직이는 모습은 그 동안 퍼스에서는 구경하지 못한 장관이라 더욱더 인상이 깊었다. 하지만 바투보룽의 참 모습은 알록달록한 이런 꽃치마자락 뒤에 숨겨져 있었다.

바퉁바룽을 두번째로 방문한 날 조류의 흐름이 운 좋게도 일행을 따라 주어 첫 다이빙 때 구경하지 못한 반대 쪽을 둘러 볼 기회를 얻었다. 바투바룽의 첫 인상이 화려함이었다면 두번째 찾은 반대쪽 바투바룽의 모습은 움장함 그 자체였다. 시꺼면 바다 아래서부터 위쪽으로 높은 마천루 같이 솟아 오른 산호초 기둥들이 여러 개 모여 있는 곳으로 산호초 기둥들 사이의 틈으로 세어나오는 푸른빛이 그늘과 강하게 대조되어 만들어 내는 광경은 방문자들을 압도시켰다. 그동안 보아온 화려한 코모도의 인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라 이번 코모도 투어 전체 포인트들 중 가장 인상이 깊었다.


캐슬락의 엄청난 서전피쉬 무리와 4개의 눈을 가진 비디오그라퍼.

첫 다이빙 투어라 다양한 것들이 새롭고 여러 감상이 있지만 이번 코모도 투어에서 느낀 가장 큰 것은 다시 한번 왜 사람들이 이곳저곳을 다이빙을 하기 위해 떠나는지 이해가 되었다. 익숙한 바다에서 다이빙도 좋지만 우물 안을 벗어나 조금만 고개들 들면 보이는 바다가 가진 다양한 아름다움을 이번 여행에서 세삼 깨닫게 되였다. 코모도에서 돌아와 퍼스에서 몇 번의 다이빙을 하면서 요즘 계속 불평을 늘어 놓고 있다. 아마도 코모도에서 보아온 멋진 모습은 나에게 작은 열병 전염시켜 준 듯 하다.


캐슬락의 트레발리들

갯민숭달팽이

푸질리어

크리스탈락의 스위트립스 무리

헤어리 쉬림프


신보리
호주 퍼스 거주
어드밴스드 다이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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