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밀란 리브어보드 보트 여행기
Similan diving with M/V Sawasdee Fasai
야간 다이빙에서 만난 폴립이 활짝 핀 접시산호
오랫동안 기다려온 연말 해외 투어!
처음 도전해 보는 리브어보드 6박 7일의
기억을 되살려 다시 긴 여정을 떠나 볼까 한다. 늦은 밤 푸켓 공항 도착하여 시간 반 거리의 배가 있는
항구로 이동하여 방배정과 환경세를 납부 후 늦은 취침을 했다. 리브어보드는 처음이고 다이빙 경험도 많지
않아 합리적인 비교 정보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인상을 받았으니 좋은 배라 하겠다.
우선 주변에 함께 돌아다니는 다른 리브어보드들에 비해 매우 깨끗해 보인다. 기존 M/V Scuba Explorer를 대대적으로 개조수리 한 끝에 M/V
Sawasdee Fasai (Motor Vessel “Hello Clear Sky”라는 뜻이라고 함)로
이름을 바꾸어 2016년 12월에 첫 출항을 했기 때문에
온통 하얗게 칠한 선체에 얼룩 한 점이 없다. 반면 역사가 유구해 보이는 M/V Pawara가 자매 선박으로 함께 다니고 있어, 운영 초기임에도
체계적이고 세심한 가이딩을 제공한다. 태국 현지 다이브 마스터 겸 총괄이 직접 나서서 스무 명이 넘는
다이버들을 한 사람씩 마주하고 C-Card와 나이트록스 자격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5~6명씩 팀을 구성해 준다. 승선 이후로 뭐 하나 할 때마다 개인
서명을 받아가는 것이 처음엔 어리둥절했으나 익숙해지고 나니 훨씬 안전한 방식이라 느꼈고, 다이빙 1시간 전마다 재깍재깍 채워지는 공짜 나이트록스 체크 서명과 다이빙 후 로그 작성 서명도 즐거운 일상이 되었다. 배에서의 정산은 달러도 가능하나 환경세 1,800바트 만큼은 미리
현지 통화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배에서 자체 환전을 반겨 하지 않고 비율도 좋지 않다.
9개의 섬, 시밀란 군도
주변의 다이빙 포인트들은 웅장함과 아기자기함이 공존하고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었다.
분성렉에서 일행들과 함께
아니타스 리프 Anita's Reef, 5번 섬(입수 09:50)
새벽에 도착한 배에서 세시간 남짓 눈을 붙이고 비몽사몽 간에 첫 다이빙이 시작되었다. 입수하고 나니 시야가 탁 트이고 '이게 시밀란의 바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일정 통틀어 이날 시야가 가장 좋았는데 30m 이상은 족히 되어 보였다. 지난 달 발리카삭에서 시야가 10m 남짓이었기 때문에 눈이 아주 시원한 느낌이었다. 조류도 세지
않고 바위 지형 사이사이 다양한 산호들과 물고기들을 볼 수 있어 전체적으로 무난한 체크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화려한 색상의 코랄그루퍼
웨스트 오브 에덴 West of Eden, 7번 섬(입수 13:05)
그야말로 낙원 같은 곳이다. 건물만한 바위들이 이루는 장관이 압도적이다. 눈이 휘둥그래져서 가이드를 따라다니던 중 계단처럼 보이는 거대한 바위가 드러나는 순간, 마치 거인들의 신전을 보는 듯해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보글보글). 식생들 보다는 풍경을 즐기는 곳이고, 그만큼 좋은 시야가 나왔기에
다행인 곳이었다. 시밀란 일정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세 곳 중 하나.
나머지 두 곳은 모두 두 번씩 들어갔는데, 이 곳은 아쉽게도 한 번밖에 기회가 없었다.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차이가 있고 배 위에서
들어보니 특히나 호불호가 갈리는 포인트인 듯 했다. 개인적으로는 바다의 고요함과 웅장함을 좋아하기에
極好를 외쳤다.
말미잘 속의 니모
트리 트리스 Three Trees, 9번 섬(입수 16:25)
섬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세 그루의 나무가 보이는데, 그 아래 바다에서
입수를 시작하는 곳이다. 수심 25m까지 완만한 경사면 지형으로
섬에서 가까운 쪽은 산호, 먼 쪽은 모래가 두꺼운 띠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큰 물고기 보다는 많은 종류의 아기자기한 생물들을 볼 수 있다. 개인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 곳을 좋아했던 다이버들도 많았던 것 같다. 모랫바닥에서 미역 줄기마냥 머리를 내밀고
있는 가든 일 Garden Eel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숨지 않는다. 일정 내내 너울이 심해서 출수 후 배 위에 오르기까지 체력소모가 극심했다. 결국 첫날 야간 다이빙은 포기 결정. '과연 하루 네 번 다이빙을
모두 소화할 날이 있을까?'란 걱정이 든 저녁이었다.
야간에 돌아다니는 바다가재
터틀 락 Turtle Rock, 8번 섬(나이트 다이빙, 입수 18:45)
섬의 북서쪽 끄트머리 바위들이 거북이 모양으로 귀엽게 모여 있는 곳이다. 그래
봤자 조감도 시점으로 귀엽다는 것이고, 배 타고 다니는 다이버들은 봐도 뭔가 싶다. 나이트 다이빙은 주간과는 달리 포인트까지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나가서 백롤 입수를 한다고 했다. 본인은 나이트 다이빙을 비롯 저녁도 포기하고 숙면을 취했지만 전해 듣기로 랍스터, 게, 곰치 등 다양한 생물들을 많이 본 것 같았다. 시야도 좋고, 첫날이라 다들 체력이 부쳐서 그런지 다이버가 별로
없어서 아주 쾌적했다고 한다.
블루스트라이프드
스내퍼 무리노스 포인트 North Point, 9번 섬(입수 07:30)
9시간 수면 후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새벽 5시부터 일출을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이 무색하게도 해는 6시 반 정도가 되어서야 비실비실 떠올랐는데, 그마저도 구름에 가려
허무할 따름이었다. 어쩐지 일출 전에도 별이 안 보이더라니. 아쉬운
마음을 안고 물 속에 들어가니, 기대 이상의 재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가 입수하자마자 멀쩡히 뻥 뚫린 바다를 놔두고 바위 사이의 작은 굴 같은 공간으로 지나가길래,
'어라? 나도 저리로 가나?' 하면서 따라갔는데
그 이후로도 거대한 바위 틈 사이를 누비며 구석진 다이빙(?)의 매력을 만끽했다. 식생도 다양하고 거대한 부채산호들이 많아 사진 찍기 좋은 곳이었다.
강한 조류에도
버티며 수중사진 촬영
코 본 Koh Bon(입수
10:35)
시밀란 9번 섬에서 북 쪽으로 16킬로미터
위에 위치한 Koh Bon 섬. 브리핑 때부터 포인트 맵에
하트가 그려져 있는 등 만타를 볼 수 있다고 바람잡이가 대단했던 곳이다. 탐침봉이나 쉐이커는 반드시
만타나 "Something Big"을 보았을 때만 소리를 내라고 단단히 당부를 듣고
입수를 했다. 보통 다른 포인트는 수면 쪽 조류가 세더라도 잠수 동안에는 그럭저럭 몸을 가눌만 했는데, 이 곳은 거의 내내 돌 뿌리를 붙잡고 매달려 있었다. 얼마 후에
탐침봉 소리가 들리자 다들 각자 어디에 매달려 있던 건지 수많은 다이버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시야도
좋지 않은데다 물 반 사람 반, 필히 있던 만타도 도망 갈 무서운 광경이었다. 일행 중에 요행히 만타를 본 사람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헛헛하게
배 위로 올라왔다. 만타가 뭐라고! 흥. (난 부럽지 않다. 난 부럽지 않다. 난 부럽지 않다.)
수면의 리브어보드를
배경으로
타차이 피너클 Tachai Pinnacle(입수 13:50)
웨스트 오브 에덴 West of Eden에 이어 내 취향을 저격한
다이빙 포인트이다. 코 타차이 Koh Tachai 섬 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브리핑 보드에는 고래상어, 상어, 만타, 바라쿠다, 거북이
등등이 가슴 뛰게 그려져 있다. 본인은 바라쿠다와 거북이 정도를 보았는데, 보홀의 거북이들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매우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나름 귀여운 맛이 있어서 만족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웅장한 풍광임에도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산호들이 바위를 뒤덮고 있어서 아기자기한 느낌도
함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 바위는 벚꽃 나무 색깔의 부채 산호들이 뒤 덮고 있어서 예쁜 봄날의 정원
같아 보였다. 웅장함과 아기자기함의 공존, 시밀란의 다이빙
포인트들을 한 곳에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코 타차이 Koh Tachai 섬(선셋
다이빙, 입수 16:35)
이 날 다이빙은 전반적으로 조류가 심했는데, Koh Bon 섬은 만타를
본다고 조류를 버티고 기다렸다면 Koh Tachai 섬에서는 마구 조류를 타고 휩쓸려 다녔다. 경험이 일천한 초보 다이버인 나는 조류가 치면 어쩔 수 없이 당황을 하는데 이제 슬슬 적응을 했다고 할까, 가만히 엎드려 있어도 쑥쑥 몸이 날라간다는 재미를 드디어 느꼈다. 우리
팀 가이드는 경험 많은 지천명의 독일 출신 PADI 강사로, 이전
다이빙들에서도 조류가 치건 말건 마이 페이스로 등속운동을 하더니, 이번에는 조류보다 천천히 가는 신공을
선보였다. 출수 후 배에서 조용히 비결을 물어봤으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본인도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 쳇! (난 부럽지 않다. 난 부럽지 않다. 난 부럽지 않다.)
오리발을 벗어 들고
리셀리우 락 Richelieu Rock (1차 입수 07:30, 2차 입수 10:30)
밤 동안 코 타차이 Koh Tachai 섬에서 북동쪽으로 30킬로미터를 열심히 달려 리셀리우 락Richelieu Rock에
도착했다. 시밀란에서 가장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라는 그 곳.
어제 조류가 재미있다고 입 방정을 떨어서 일까? 대혼란 속에 마친 아침 다이빙 후에는 다들
헛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조류가 심해서 입수하자마자 줄을 잡아야 했고,
줄에서 손을 떼고 슬슬 다이빙을 즐겨 보려 하니 그 곳엔 온통 사람뿐이었다. 입수 전 같은
포인트에 모여있던 배가 다섯 대로 코본 Koh Bon보다 더한 인구밀도였다. 결국 조류가 잦아들고 배들도 한 두 대씩 떠난 후에 두 번째 입수를 했고 그제서야 예쁜 산호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예쁘고 화려한 포인트로선 최고봉이 아닌가 싶다. 선뜻 손가락 하나
대기도 겁나는 섬세한 레이스 같은 곳이었는데, 첫 번째 입수 때에는 사진을 찍는다고 함부로 오리발이나
탐침봉을 찍어대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탐침봉으로 바닥을 찍으며 조류를 거슬러 올라가던
사람은 우리 팀 가이드가 오리발로 막았다. 현지인과 가이드뿐만 아니라 다이빙을 즐기러 온 사람들 모두가
애정을 갖고 보살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닌가 싶다. 사람만한 나폴레옹 피쉬도 보았다. 하지만 입수 30분이 지나자 다시 극심한 조류가 시작됐고, 줄에 매달려 안전정지를 포함 폭풍 같은 10분을 보낸 후 바다에
떠서 '못 해먹겠네!'를 외쳤던 곳이다.
갑오징어
타차이 피너클 Tachai Pinnacle (입수 15:30)
다시 왔다, 봄날의 정원. 일단
입수하자마자 바라쿠다 떼가 있었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줄을 잡고 구경해야 했지만, 많기도 많고 구경하기 좋게 얌전히 떠있더라. 사람 머리만한 굵기의
곰치도 보고 어제 왔을 때보다 좀 더 편안하게 조류를 타고 구경을 다녔던 것 같다. West of Eden과
더불어 몇 번이라도 다시 다이빙을 하고 싶은 곳이다.
타차이 리프 Tachai Reef (나이트 다이빙, 입수 18:30)
최초의 나이트 다이빙 경험이었다. 어슴푸레한 하늘 아래에서 작은 고무보트에
마주 걸터앉은 8명의 모습이 사뭇 비장해 보이는 가운데, 가이드의 'One, Two' 구호가 시작됐고 다들 'Three-!'에 맞춰
풍덩 뒤로 거꾸러졌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 입수 후 10분이
지나자 사방이 깜깜했다. 막상 특이한 볼거리는 별로 없었는데, 완전히
어두울 때보다 어스름하게 햇살이 들어올 때 라이트를 비추고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 같다. 출수 후
다시 고무보트로 올라올 때에는 물 속에서 장비를 벗은 후 적절한 타이밍과 근력을 바탕으로 오리발을 멋지게 차고 올라오면 된다. 본인은 세 번의 실패 끝에 원양참치처럼 끌려 올라왔다. 별이 바람에
스치운 밤이었다.
부채산호 앞에서
분숭 난파선 Boonsung Wreck (1차 입수 07:30, 2차 입수10:30)
약 30년 전에 카오락 (Khao
Lak) 섬 북단의 방삭 Bangsak이라는 작은 마을 근해에 양철 준설선이 침몰했고, 오늘날 우리는 그것을 분숭 난파선이라 부른다 했다. 20m 정도의
비교적 얕은 깊이에 가라 앉아 20년 가까이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2004년 쓰나미로 인해 네 개의 큰 덩어리로 쪼개져 지금은 원래 배 모양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곳은 앞선 West of Eden과 Tachai Pinnacle과는
다른 의미로 내 취향을 저격한 곳인데, 대부분의 다이버들 또한 이 곳을 매우 좋아했다. 하프물범처럼 귀엽게 모랫바닥을 굴러다니던 하얀 복어, 무서운 노랑가오리, 못 생긴 스톤피쉬 Stonefish와 스콜피온피쉬 Scorpionfish, 화려한 곰치들 (Honeycomb Moray Eel, Zebra Moray Eel), 유유자적한
갑오징어, 수 많은 라이온피쉬 Lionfish, 환상적인
노랑꼬리돔 Yellowtail Snapper 무리, 팔랑거리는
작고 검은 이름 모를 물고기 무리, 작고 똥똥한 사각기둥 모양의 이름 모를 레오파드 무늬 물고기 등등
엄청난 어종들이 둥실둥실 거리고 있었다. 두 번의 다이빙 모두 시야가
10m 정도로 준수한 편이어서, 나도 함께 신이 나 둥실둥실 떠 다녔다. 모랫바닥 한편에는 유리병이 꽂혀있었는데 이 또한 로망을 자극하는 가슴 떨리는 모습이었다.
분성렉에서 씨프렌즈
회원들
걱정과 달리 4일간 총 14회의
다이빙 일정 중 첫 날 야간 다이빙을 제외하고는 남은 13회의 로그를 살뜰히 채울 수 있었다. 나이트록스의 영향도 있겠고, 무엇보다 같이 다이빙을 한 일행 분들과 M/V Sawasdee Fasai 스태프 분들의 많은 도움과 보살핌으로 가능했던 것 같다. 특히, 멋진 사진과 함께 알찬 나이트룩스와 어드밴스 교육을 진행해
주신 NASE KOREA 이태영 강사님께 감사말씀을 드리며 시밀란 리브어보드 투어기를 훈훈하게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2017년 1월
이향율
삼성디스플레이 다이빙 팀
씨프렌즈 회원
어드밴스드 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