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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항 야간다이빙으로 만난 도루묵 치어 떼

섬유세닐말미잘들과 쥐노래미들이 보일 정도로 가진의 내항은 살아있다. 모델/김예찬

지난 1월 29일 금요일 저녁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에 자리잡은 백상어리조트(대표 박근정)를 찾았다. 도루묵의 집단 산란에 이은 치어들의 부화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올해 유난히 많은 도루묵들이 연안으로 들어왔는데 수심 5m 이하의 얕은 바다에는 모자반이고 폐그물이고 가리지 않고 도루묵들이 알을 붙였지만 더 붙일 자리를 찾지 못한 도루묵들은 그냥 바위에 알을 붙였고, 그마저도 자리가 찾지 못한 녀석들은 그냥 알을 쏟아내어 모랫바닥에 까지 알들이 가득했다. 그렇게 한꺼번에 산란한 도루묵의 알들이 동시에 부화되어 엄청난 양의 치어들이 태어났고, 이들이 밤에 빛을 향해 모이다 보니 야간 다이빙에 라이트를 가릴 정도로 밀집하여 회오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고는 그냥 있을 수 없어서 다이빙 장비와 촬영장비를 차에 싣고 그냥 고성으로 내달렸던 것이다. 주말에 파도가 높고,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도 있었지만 내항 다이빙을 할 계획이라 부담없이 출발했던 것이다. 속초를 지나 고성으로 넘어가는 길에 눈이 좀 오긴 했지만 길은 괜찮았다.


야간다이빙이 가능한 백상어리조트의 선착장리조트 바로 앞이 선착장이며, 내항 다이빙이 가능하다


백상어리조트에는 박근정 대표 대신 김예찬 강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올해부터 백상어리조트에서 스태프로 근무하고 있는데 박근정 대표는 수중작업 의뢰가 있어서 출장 중이었다. 겨울에 다이버들의 발길이 끊어진 국내 다이브리조트에서 흔하게 있는 일이지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가진항에 자리잡은 백상어리조트는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몇 걸음만 옮기면 바로 선착장에서 다이빙 보트를 탈 수 있다. 그리고 내항 다이빙은 계류된 다이빙보트에서 바로 입수하면 된다. 가진항은 항 내에서도 조류가 느껴질 정도 수류의 소통이 좋아 시야가 외해와 차이가 없는데 5m 수심의 바닥이 환희 보일 정도로 시야가 좋았다. 내항 다이빙을 위해 수중에 발판과 계단도 설치되어 있어서 입수는 보트에서 해도, 출수는 발판을 딛고 계단으로 혼자서 올라올 수 있다. 내항에서 제한수역 다이빙 교육도 가능하다.

모자반 줄기에 붙어 있는 도루묵 알들

야간 다이빙을 하기 전에 먼저 광각 세팅으로 내항에 입수했다. 빛이 조금으로 있을 때 주변의 지형지물도 익히고, 도루묵 치어들이 있다면 광각으로 촬영해보기 싶었기 때문이다. 김예찬 강사가 밝은 수중라이트를 휴대하고 같이 입수했다.

선착장 바로 앞에 암반들이 있고, 그 앞으로는 모래지형에 가끔 바위가 있거나 잘피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해가 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그런지 김예찬 강사가 밝은 조명을 켜 놨지만 모여든 도루묵 치어들은 기대했던 수준이 아니었다. 내항이지만 섬유세닐말미잘들도 있었고, 비단멍게도 군데군데 보였다. 쥐노래미들이며, 산란 후 알을 돌보는 꺽정이와 무늬횟대, 모래에 구멍을 파고 들어앉아 있는 주꾸미, 모자반을 물고 잠을 청하는 그물코쥐치 등이 보였다. 마크로세팅이라면 촬영할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최대 수심 5.6m, 수온 7℃에서 42분 다이빙을 했다.


야간 다이빙에서 만난 도루묵 치어 떼
초저녁이라 라이트를 켜고 있어도 모여든 도루묵의 치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속초에서 퇴근 후 찾아 온 박용민 강사와 함께 가진항의 유명한 물회촌에서 삼세기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한 후에 다시 야간 다이빙을 준비했다. 박용민 강사는 페이스북에 도루묵 치어 동영상을 올려서 필자를 내려오게 만든 장본인이다. 선셋 다이빙에서 도루묵이 많이 모이지 않아 실망했다고 하니 도루묵의 치어들이 어두운 밤에 빛을 보고 모여드는 것이니 야간다이빙에 다시 한번 시도해 보라고 한다. 조금 있으니 아펙스코리아의 심재호 대표, 신풍해장국의 박정권 사장님(참복)이 합류했고, 함께 야간 다이빙을 시작했다.

암반에 부착되어 있는 도루묵 알 덩어리의 클로즈업. 아직 부화를 기다리는 알들이 많다.

8시가 넘어서 진행된 야간 다이빙에서는 렌즈를 갈아서 60mm 마크로렌즈로 세팅했다. 먼저 모자반과 바위에 붙어 있는 도루묵의 알 덩어리를 촬영했다. 알 속에는 눈이 동그란 어린 도루묵들이 자라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껍질을 찢고 나올 듯 생생했다. 그런 알 덩어리들이 주변에 늘려 있으니 도루묵 치어들도 분명 많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주꾸미도 찾아서 촬영하고, 꺽정이도 클로즈업으로 잡아보고, 모래 밭에서 만난 어린 넙치도 촬영하며 내항에 숱하게 널려있는 피사체들을 차례차례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모자반을 물고 있는 그물코쥐치를 촬영하다가 모자반 끝에서 반짝이는 녀석을 보고 렌즈를 들이댔더니 국내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진 꼬마오징어(Idiosepius pygmaeus paradoxus )이다. 건멸치를 먹을 때 가끔 함께 나오기도 하면 꼴뚜기라고 불렀던 녀석이다. 옛날 통영에서 본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다. 주변에서 촬영하던 박용민 강사를 불러서 꼬마오징어의 존재를 알려주고 촬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밝은 라이트 불빛에 도루묵 치어들이 다른 주광성 플랑크톤들처럼 몰려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루묵의 치어들은 점점 많아졌는데 한꺼번에 몰려있는 모습을 찍으니 마치 뱅어포를 보는 듯하다. 아직 노란색, 초록색 등의 난황을 다 흡수하지 못한 치어들의 모습에서 생명현상의 치열한 경이를 느낀다. 애초에 구상했던 광각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혼자 출수했다.

불빛에 모여든 도루묵의 치어들


카메라의 렌즈를 다시 15mm 광각으로 바꾸고, 포트도 교환하고 입수를 하려는데 박용민 강사와 심재호 대표가 연달아 출수하여 실내로 들어왔다. 밝은 라이트를 가진 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하고 당황하니 박용민 강사가 다시 들어가려고 한다. 아직 참복님이 수중에 있으니 라이트만 빌려서 입수했다.

그물코쥐치가 있던 작은 암반 근처에 강력한 라이트를 켜고 조금 기다리니 도루묵 치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라이트 바로 앞은 치어들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빛이 어두워질 정도였다. 몇 컷 촬영하고 있는데 참복님이 지나가길래 잠깐 모델을 부탁했다. 이미 그물코쥐치와 꼬마오징어는 촬영한 듯 피사체에는 관심이 없길래 자리를 잠깐 바꿔서 한번 더 촬영하고 3번째 다이빙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다이빙은 52분, 세 번째 다이빙은 20분이었다.

내항의 다양한 해양생태 모습
다이빙을 모두 마친 후에 장비를 정리하고 참복님이 가져온 삼겹살을 굽고, 배달시킨 삼세기 매운탕을 끓여서 야참에 소주를 한잔씩 했다. 도루묵 치어들, 뒤늦은 산란을 하고 있는 도치와 이미 산란을 마치고 죽은 도치의 사체, 꺽정이의 산란과 부화 등 방금 보고 온 가진 내항의 야간 생태계에 대해 감탄을 연발했다. 수류의 유통이 잘되어 아직 내항이 살아있어서 이런 다양한 생태적인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중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다이버들에게는 정말로 천혜의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숍 바로 앞이 내항이고, 그 속에 무궁무진한 해양생태와 행동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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