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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철의 제주 이야기 - 문섬 모자반 다이빙

이운철의 제주 이야기 - 문섬 모자반 다이빙

모자반 숲을 뚫고 들어오는 수면의 햇빛

문섬과 새끼섬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던 3월 중순 서귀포 문섬에는 모자반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모자반이 수면에 닿을 정도로 무성해지면 봄은 정점을 찍고 계절은 어느덧 여름으로 들어갈 것이다. 봄의 제주 수중을 찾는 육지의 손님들과 함께 무성하게 자란 모자반 숲을 찾았다.

모자반 숲 속으로 내리쬐는 햇볕을 받은 미역.


봄비에 자극을 받은 목련과 개나리, 진달래와 벚꽃들이 앞 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리던 날 수중사진을 함께 공부하는 조현수 강사와 박현식 강사가 제주도를 찾았다. 바람소리 펜션에 머물며 문섬에서 함께 다이빙하고, 수중사진도 같이 촬영하기로 했다.
제주의 봄 수중은 뭐니 뭐니 해도 모자반 숲을 빼놓을 수 없다. 날씨가 풀리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라던 모자반들은 어느새 길이가 8m 정도에 달해 조금만 있으면 수심 10m 내외의 모자반들이 수면에 닿을 듯싶다. 말 그대로 모자반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모자반 숲 촬영 중에 모델이 되어 준 수중사진가.

붉은색의 가시수지맨드라미와 모자반 군락을 함께 넣어 촬영하기도 하고, 모자반 숲을 육지의 숲 속처럼 표현해보기도 했다. 문섬의 계절감을 나타내는 데는 모자반이 가장 뚜렷한 피사체이다.
다이빙을 마친 후에는 바람소리 펜션에서 맑은 한라산을 한잔 하면서 수중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남해와 서해의 흐린 수중 작업 현장에서 자료 사진을 위주로 촬영하는 것이 업이 되어버린 조현수 강사는 제주도의 맑은 시야에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고 한다. 다이빙이 직업이면서 취미이기도 한 경우이다.

문섬의 가시수지맨드라미 군락

다음 날은 문섬을 찾은 프리다이버들과 함께 다이빙을 했다. 삶을 위해 물질을 해야 하는 고단한 제주 할망들이 아니라 수중에서의 자유를 찾기 위해 다이빙을 하는 자유로운 다이버들이다. 수중에서 촬영자와 모델의 위치와 간단한 수신호 등을 알려주고, 촬영하고자 하는 컨셉을 공유한 다음에 모자반 숲에 자리 잡았다.

문섬에서 함께 한 다이버들. 왼쪽부터 랄프 강사, 조현수 강사. 필자, 여영수 강사.

프리다이버들이 수면 부이와 하강라인을 설치한 모자반 숲은 바다 속 곶자왈이다. 무성한 모자반 숲을 헤치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프리다이버는 제주 곶자왈의 숲을 찾아 날개를 쉬어가는 한 마리 우아한 새의 느낌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가와서 포즈를 취하고, 때로는 신호에 맞춰 자세도 연기해주는 멋진 모델들이다. 이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동안 나도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듯한 감흥을 느꼈다. 15℃의 차가운 수온에서 3mm 웻슈트로 다이빙하면서도 추운 내색없이 함께 해준 프리다이버 모델 배나경, 여영수, 전혜님에게 감사를 표한다.

제주도 스쿠버 다이빙 계에는 봄을 맞아 새로운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30인승 요트 모비딕을 이용한 서귀포 요트 다이빙 그리고 수중에 조성된 조각공원이 있는 제주바다목장 등이 육지 다이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기회를 만들어 이들 소식을 전할까 한다.


이운철
사진작가
스쿠버넷 제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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