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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복의 수중세상 엿보기 - 동해북부의 초여름 수중

참복의 수중세상 엿보기
동해북부의 초여름 수중 - 철 늦은 대왕문어와 임연수어 그리고 귀꼴뚜기의 사랑
Early Summer, Northern East Sea of Underwater

귀꼴뚜기

육상기온은 벌써 30℃를 넘보며 바람이 불어주지 않는 날이면 시원한 바닷속이 간절할 만큼 여름이 성큼 다가옴을 온몸으로 느끼는 날씨가 계속된다. 다이버들도 벌써 웻슈트 차림으로 바다로 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더욱 더위가 실감나는 요즘이지만 아직도 물속은 말 그대로 수온약층 아래로 내려가면 손가락이 짜릿할 정도이다.

조류에 몸을 누이고 있는 섬유세닐말미잘들

고성 지역에서는 30 m권이 4~6℃ 정도이고, 표층은 약 13℃ 정도로 온도 차가 크다. 때문에 깊은 수중에서는 여전히 새하얀 섬유세닐말미잘들이 활짝 핀 장관을 볼 수가 있기에 그나마 추위를 감내하며 다이빙을 한다. 수온이 오르면 한동안 접할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사각어초에 부착해 있는 비단멍게와 섬유세닐말미잘들

지난 겨울에 어민들의 푸념이 말해주듯 동해안의 대왕문어들을 자주 볼 수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수온이 적당한 탓인지 한창 산란철을 지난 후임에도 엄청난 크기의 대왕문어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초여름에 대왕문어라니 자연의 생리는 참으로 알 듯 모를 듯 신비로움 덩어리다.

어떤 환경이 그들을 불러들이고, 또 어떤 환경이 그들을 먼 곳으로 이동하게 하는지 생태도감을 펼쳐놓고 나름 이해하고 추측해보려 하지만 수중에서 목격하고 사례를 접목해서 생각해 보아도 뚜렷한 정답을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암반 위에 붙어 위장하고 있는 문어를 가까이 보고 있는 다이버

오로지 지구상에 생명으로 존재할 적부터 환경에 적응해오던 본능의 유전자가 시키는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수긍할 도리가 없는 것이 신비한 생명체들의 삶이 아니겠는가?

문어는 환경에 따라 몸의 색상을 달리하여 위장을 한다

사냥을 하는 듯 외투막을 펼쳐서 오므리고 있는 문어

기사문 조도의 수심 10 m 어초에는 우렁쉥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조류에 밀려온 포자가 양식 우렁쉥이 보다 더 크고 싱싱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들이 어초를 점령해 살아가는 모습들은 강한 생명력을 배우게 한다. 또한 지난 겨울 유례없이 동해안을 많이 찾았다는 도루묵 치어들이 낮은 생존율에도 불구하고 얕은 수심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모습들에서 고단한 세월이 느껴지기도 한다.

동해의 수중을 여행하면서 눈에 띄는 모습 중에 집단 서식지의 개념을 확인하게 되는 곳들이 많다. 예컨대 부채뿔산호가 군락을 이루는 곳에는 그 방대하게 자라나는 말미잘들이 일정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반대로 말미잘 군락지에서는 부채뿔산호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렇듯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수중생물들간에도 영역이라는 것이 확실히 존재함을 보게 되면 복잡한 법전으로 질서를 종용하는 인간세상과 다르게 수중에는 조용한 질서가 감탄을 자아내게 하며 옷 매무새를 바로 하라는 가르침을 느끼기도 한다. ^^

어초의 비단멍게와 말미잘 군락, 부채뿔산호까지 부착생물이 화려하다

어초 내부에 빽빽이 붙어 있는 멍게와 다이버

수심 10m~15m 정도에서는 양미리 철이 끝나고 곧 바로 동해바다를 찾아 드는 임연수어 무리들이 수 백마리 씩 천천히 지나쳐가는 모습도 보게 되는 요즘이다. 마치 발리카삭의 잭피쉬 모습이 연상되듯 그 무리들의 움직임은 그다지 빠르지 않으며 태어나서 다이버를 처음보기에 슬며시 무리 속으로 가까이 접근을 해도 될 만큼 거부감이 없다.

저 많은 임연수어는 대체 어디서 태어나서 왜 해마다 2월이 지나면 동해안 연안에서 머무르며 성장을 하는 것일까? 또 성어가 되면 그 많은 무리들이 어디로 이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 수중여행을 하다 보면 모든 것들이 궁금하기 이를 데 없고 붙박이로 살아가는 생명체를 제외하고는 두 번의 재회는 희박하기에 순간의 만남들이 마치 인연인 것처럼 오래도록 추억이 되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이버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오는 쥐노래미

지금쯤이면 흰오징어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또 수중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계절이다. 이렇듯 바다의 사계절에는 그 시기마다 똑같은 암반의 모습이 육지의 사계절이 바뀌어 옷을 갈아입듯이 다른 느낌으로 버티고 있으며 그 주변을 찾는 수많은 생물들은 계절에 따라 찾아왔다가 때가 되면 또 떠나기를 반복하며 우리에게 온갖 희귀한 만남들 남겨준다.

며칠 전에는 약 10Kg 가까이 되어 보이는 대왕문어가 바위아래서 곤히 잠을 자는 모습을 촬영하고는 한참이나 곁에서 지켜보았다. 섬세한 생존본능 탓인지 이내 녀석은 잠을 깨고는 곁눈질을 멈추지 않는다. 내가 바다를 찾는 이유는 어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비록 어시장에서 너를 만나게 된다면 말없이 노잣돈 꺼내어 볼 것이지만 앞으로도 수중에서 너희들을 만나고 추억을 남기게 될 것이기에 이러한 인연들이 참 감사하게만 여겨진다.

사랑을 나누고 있는 귀꼴뚜기 한쌍

모랫바닥에 몸을 일부 숨기고 있는 쭈꾸미

황폐한 수중을 돌아다닌들 그 무슨 감흥이 전해질 것이며 설렘이 있겠는가? 요 며칠 전 야간다이빙에서는 체장 1cm 정도의 귀골뚜기 두 마리가 한밤의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는 모습을 마주한적이 있다.

그야말로 이 넓은 바다에서 그 작디작은 생명체가 개체수도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둘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게 되었는가? 그 앞에서 역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수중에는 풍요로운 생명들이 넘쳐나야 살아있는 자연의 모습이 지당할 것이다

섬유세닐말미잘 군락 위에 자리잡고 앉아 있는 문어

빨간 멍게로 장식된 어초의 창을 들여다 보는 다이버

즐겁고 안전한 다이빙 되십시오!



참복 박정권

수중사진가
신풍해장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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