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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의 겨울 다이빙

퍼스의 겨울 다이빙
Winter Diving in Perth


Rottnest Island, Western Australia.

지난 번 퍼스 다이빙을 소개 할 때 퍼스 날씨는 청개구리 날씨라고 했던 것을 기억 하시는지.. 지금 청개구리 퍼스 날씨는 꽃피는 봄을 지나 따뜻한 초여름을 시작하는 한국과 정반대로 아침 이불 속을 나오기가 하루하루 점점 더 버거워지는 겨울 가운데로 한걸음씩 발을 빠르게 내딛고 있다.

퍼스의 해변. 들풀들도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의 대부분 지역은 언제나 부족한 강수량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데 특히나 건조한 서호주에 위치한 퍼스는 여름에는 정원에 물을 주는 것조차 금지할 정도로 물 부족이 심각하다. 하지만 모두들 찜통 더위와 말라만 가는 땅을 걱정 할 때 다이빙에는 최적의 조건인 서호주의 여름 기후는 다이버들에게는 물 만난 물고기였던 시기였지만 반대로 지금은 폭풍우가 연속 찾아오는 궂은 날씨가 한동안 계속되는 기간이라 그 동안 마를 날 없었던 다이빙 장비들이 바짝 마르기 시작하는 기간이다.

아쉬움 보다는 이곳에 꼭 필요한 물이 보충되는 기회이니 충분한 비를 기원 하면서 미뤄두었던 장비를 점검하거나 또는 그 동안 생각해두었던 촬영 연습하는 등으로 이 기간을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1 샌드타이거 상어 2 베도라치 3 그물코쥐치 4 해마 

아무래도 땅 위에서 하는 촬영 보다는 신체와 마음가짐에 제한이 있던 물속 촬영 대신에 그 동안 생각 해보지 못 했던 다양한 방식과 도구로 접사촬영을 연습 해보고 있는 것도 지금 이 기간의 여유가 준 아이디어이다. 역시 퍼스의 수중 사진 동호회 회원들은 클럽다이빙 대신에 길거리 사진촬영 모임을 가지고 서로의 촬영 방식과 몰랐던 카메라 작동 기술을 교류는 시간을 가지며 개인과 단체를 통해 카메라를 손에 놓지 않고 있다.

여왕갯민숭달팽이

하지만 진짜 서호주 지역 다이버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지금의 일시적인 궂은 날씨보다 급격하게 내려가고 있는 수온이 가장 크다. 초겨울인 지금은 수온이 17℃ 정도이지만 한겨울 퍼스는 최저 13℃~14℃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드라이슈트를 입지 않고서는 다이빙이 어렵다. 특히나 피사체 앞에 자리 잡고 움직임이 적은 수중촬영이 다이빙의 목적인 필자에게는 이 추위가 더욱더 반갑지가 못 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눈만 내밀고 있는 베도라치 - 군소붙이 - 해마, 백라이팅

겨울 동안 다이빙을 포기하거나 드라이슈트로 갈아 입는 다이버들과 이 추위에도 웻슈트를 입고 견뎌 보겠다고 버티는 다이버들로 나눠지고 있는 것이 지금 이 기간이다. 어찌되었든 언제나 다이빙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인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던 퍼스 주변 다이빙 포인트들은 당분간 그 전보다는 한산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수중에 가라앉은 오래된 차량과 다이버

자, 불평은 이제 그만하고! 사실 퍼스의 겨울이 모두 나쁜 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온이 내려가면 여름보다 시야가 훨씬 좋아지기 때문에 겨울 다이빙이 여름보다 사진 촬영에 더욱 유리하다는 현지 다이버들의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겨울 다이빙을 내심 기대해왔다. 다이빙 전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웻슈트와 씨름하던 여름과 달리 다이빙을 끝내고 웻슈트 속의 얼은 몸에 뜨거운 물을 붓고, 마시는 따뜻한 커피나 호주 바다 스포츠인들의 상징인 어그 부츠에 젖은 발을 녹이는 겨울 다이빙의 재미도 새롭게 맛보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추운 몸을 녹이는 따뜻한 물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여름 다이빙 때 조차 이길 수 없던 추위에 두 손 두발을 들었다. 그래도 이번 겨울이 더 이상 밉지가 않고 기대가 되는 것은 드라이슈트 다이빙을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 복섬과 닮은 common blowfish 떼

카디널피쉬

오픈워터 자격증을 따고 개인 다이빙 장비를 구입하던 당시 장비 구입 상담을 도와주던 판매자는 드라이슈트를 입을 상황을 대비하여 한 치수 큰 BCD를 추천해주었다. 얼떨결에 그렇게 구입 할 때만 해도 언젠가는 드라이슈트를 입고 다이빙을 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그녀의 말을 웃어 넘겼었다. 그런데 지금 드라이 슈트 교육을 준비 중인 나를 보면서 이젠 어느 정도 스쿠버 다이빙 경험치가 늘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다.

그 동안 적응해온 웻수트와 달리 물속에 머물다 올라 왔지만 젖지 않고 보송보송하게 몸을 유지 할 수 있는 새로운 다이빙 방식은 체온 유지라는 목적과 함께 드라이슈트 다이빙이 주는 만족스러움이다.


(왼쪽부터) 드라이슈트 다이빙을 연습하며 촬영한 수영장의 다이버들 - 드라이슈트 다이빙을 연습 중인 다이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스쿠버 다이빙을 떠올리면 따뜻한 바다에서 열대 물고기들과 함께 유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이런 따뜻한 바다가 주는 아름다움은 그 풍요로운 풍경과 함께 바다와 처음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모두에게 친근한 조건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추운 겨울의 바다 속에서 다이빙한다는 것은 한 단계 올라온 듯한 뿌듯함을 준다. 그리고 흰동가리부터 북극곰까지, 얼음물 아래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어떨까 하는 다양해진 기대감도 생긴다.

비록 아직은 미약하지만 조금씩 낮아져가는 수중세계의 문턱으로 가보고 싶은 곳 또 보고 싶은 곳에 대한 설렘도 점차 많아진다. 점점 기대되는 6월의 겨울 바다를 준비하며..


겨울이 와도 또 그에 맞는 다이빙을 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신보리


호주 퍼스 거주
어드밴스드 다이버
수중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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