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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복의 수중세상 엿보기 - 호기심에 찾아간 고성의 정치망 자리

참복의 수중세상 엿보기
호기심에 찾아간 고성의 정치망 자리

야트막한 암반에 자리잡고 우뚝우뚝 서 있는 섬유세닐말미잘들.

다이빙의 매력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 보고픈 기대감이 우선한다고 말할 수 있다. 삶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육상의 삶에서 수면 아래의 세상으로 진입해 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분명 기대감에 사로잡히게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출발시간이 정해진 버스 티켓을 끊어 놓은 것처럼 이따금 잔압을 확인해가면서 낯선 곳에서 열심히 시선을 빼앗겨가며 돌아보는 제한적인 여행인 것이다. 이런 긴장감과 함께 새롭게 만나는 수중생물들과 아름다운 풍광을 섭렵해볼 수 있는 매력이 존재하기에 쉽게 놓을 수 없는 레포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름다운 항구로 알려진 고성군 가진항

국내 다이빙을 하면서 변화무쌍한 기상조건과 마주할 때가 다반사이다.따라서 다이빙 시에 매번 그날의 기상상태를 브리핑 받고 충분히 숙지해서 다이빙를 계획하는 게 안전하고 바람직하기도 하다. 수면은 잔잔한데 수중에는 조류가 있을 수가 있고, 때론 수면과 수중의 조류가 반대일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수면의 바람 때문일 수도 있고, 물때에 따라서 조류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입수 지점으로부터 한없이 떠내려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이빙 횟수가 많은 다이버라면 아마도 이런 경우를 몇 번은 경험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예정된 포인트에서 조류에 밀렸다고 생각이 되면 그 즉시 SMB를 띄워서 수면의 텐더에게 위치를 알리고 상승을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수칙이 픽업을 대기중인 텐더에게나 입수했던 다이버에게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조류에 허리가 휘어지는 섬유세닐말미잘들

모래지역에 낮은 암반들이 모여 있는 과거 정치망 자리

동해에는 소위 정치망이라는 고정된 대형 그물들이 산재해있다.대다수의 포인트는 그 정치망을 멀리 벗어나 있지만 빠른 조류를 만났다고 가정을 해보면 200 m 정도의 거리라는 것은 순식간에 도달하고 마는 범위이다. 그래서 피하고 싶었던 거대한 정치망과 맞닥트릴 수 있게 되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수중에서의 위험상황은 육상이라면 손쉽게 대처할 수 있을만한 사소함에서 비롯된다. 전후좌우가 명확히 확인되어지지 않는 탁한 시야에서라면 그야말로 위험지수는 증가되기도 한다. 심리적인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다이빙으로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호흡과 편안한 심리 상태하에서 이루어져야 하기에 주변의 위험요소로부터 빠른 판단과 행동을 요하는 것이다.

하여 다이빙 운영자들도 본인들이 확인하지 않은 포인트라면 어떠한 환경인지 알 수 없기에 다이버들을 입수시키지 못하고 자주 찾는 다이버라면 식상할 수도 있는 안전한 포인트에서만 다이빙이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비단멍게와 섬유세닐말미잘의 조화

필자 역시 호기심이 충만한 다이버인지라 생소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곳을 만나보려 같은 포인트일지라도 바라보는 각도를 매번 달리해서 색다름을 느껴보려 하고, 다소 먼 곳일지라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다이빙 사이트를 가끔씩 달리해서 바다를 즐기곤 한다. 그러던 중에 고성지역에 아주 오래된 정치망 포인트가 있었는데 그 역사가 무려 80 년 가까이 되었다는 정치망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황금 포인트로 고기가 잘 드는 그런 곳이라 하겠다.

세월이 흐르고 수온변화가 찾아오고 많이 들던 고기들이 점차 줄어들었는지 그곳의 정치망이 100 년 세월을 앞두고 비워지게 되었고 수심이 35m 권인지라 비록 빈 바다였지만 허락을 득하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그곳을 찾아보게 되었다.

위치를 잡아놓고 하강라인을 던져 넣고 서서히 내려가보는 그 느낌은 설렘과 기대감뿐이다. 상상하던 웅장한 암반지형은 나타나지를 않고 약 50m 정도의 길이로 평평한 암반이 나지막하게 내려앉은 형태를 띠고 있던 35m의 수중지형이었다. 그러나 수온이 8℃ 내외로 낮은 까닭에 새하얀 섬유세닐 말미잘들은 그 사막과도 같은 수중에 암반을 온통 뒤덮은 채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게 아닌가 ^^


작은 암반들에 빽빽하게 부착되어 있는 섬유세닐말미잘들

붉은비단멍게 군락이 맑고 차가운 바다와 대조를 이룬다

비단멍게 군락과 다이버

동해의 담백한 아름다움으로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앵글에 들어오는 맛깔스러움이 가득했었다. 수심이 깊은 탓에 커다란 암반 주변의 작은 암반들을 모두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 중 한곳에는 태고적 숨결마냥 커다란 비단멍게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 주변을 조화롭게 키 큰 말미잘들이 감싸고 피어있는 것 또한 감동스러울 만큼 멋스러웠다.

이렇듯 예상하지 못한 환경을 마주하게 되면 비록 암반에 말미잘이라는 단조로운 생태계일지라 하더라도 그 모양이 같을 수는 없으며 마치 달에 처음 발을 내딛기라도 한 것처럼 생소한 곳에서의 발동되는 호기심과 감흥은 행복한 여행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비단멍게와 섬유세닐밀미잘 군락이 수중사진가와 조화를 이룬다

물론 새로운 수중을 접한다는 것은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나 기존에 관리한 포인트에서 조금씩 그 반경을 달리해서 좀 더 다채로운 수중의 모습을 읽어보려는 노력도 새로운 느낌의 바다에 근접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가능하면 이 드넓은 수중에 숨어있을 아름다움을 많이 접해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생각이며 소망이기도 하다.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다이빙 되세요.


마치 눈쌓인 능선처럼 섬유세닐말미잘 군락이 황홀하다.

박정권
신풍해장국 대표
수중사진가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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