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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다이빙의 꽃, 아이스다이빙

겨울의 다이빙의 꽃, 아이스다이빙
Ice Diving, The good of Winter.

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이 움추려드는 겨울, 다이버를 부르는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지만, 얼음 아래의 세상은 얼어있지 않다. 두꺼운 얼음 아래에 숨어있는 수중세계를 잠시 옅보고자 조심스레 가평의 한강 지류인 가평천을 찾는다.

겨울은 일반적으로는 다이빙의 비시즌이다. 늦은 봄부터 여름과 가을에 번잡하던 다이빙리조트들은 한가해진다. 낮아진 수온과 추운 날씨에 다이버들의 발길이 뜸해지지만, 동해 바다의 수중은 늦가을부터 제맛이다. 수온이 차가운 청물이 들어오면서 연중 가장 시야가 좋아진다. 수온이 내려가면서 동해 바다의 명물인 섬유세닐말미잘이 꽃을 피운다. 적막한 깊은 수중에 아름다운 꽃길이 열린다. 추위에 대한 대비를 하면 청명한 시야 속에 멋진 동해바다를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동해 다이빙도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겨울다이빙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아이스다이빙이다. 꽁꽁 얼어붙은 강물 속의 숨겨진 속살을 훔쳐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눈이 덮인 두꺼운 얼음을 삼각형으로 잘라내면, 차가운 얼음으로 단절된 강물의 아름다운 수중세계가 열린다.
겨우내 얼음 아래에서 육상과 차단된 물속은 고요함 그 자체다. 유속은 느려져 부유물 하나 떠 있지 않은 맑고 깨끗한 물이 우리를 기다린다. 투명한 물 아래에는 깊은 겨울잠에 빠진 바위와 자갈들 사이에 지난 가을의 향취를 머금은 낙옆이 고요히 잠들어있다. 움직임이 없는 고요한 세상에 잠들지 않고 움직이는 작은 물고기들이 줄지어 있다. 고요함을 즐기던 큼직한 누치 20여 마리 무리가 다이버를 피해 구석으로 피한다. 

얕은 수심에는 수중과 육상이 맞닿아 있다. 두꺼운 얼음으로 좁아진 틈새에 찰진 흙속으로 내려야 할 뭔지 모를 나무의 뿌리가 내려와 있다. 가녀린 나뭇가지에는 마지막 잎새 하나가 외로움을 이겨내며 봄을 기다린다. 마치 해외 바다의 맹그로브 숲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두꺼운 얼음 아래로 내려와 있는 나무 뿌리 사이에는 작은 치어들이 숨어 겨울을 난다.
이 고요한 세상을 깨우는 다이버의 버블 소리는 갈 곳을 잃고 얼음 아래에서 헤매는 공기방울을 남긴다. 물 위, 얼음 아래의 좁은 틈 사이를 다양한 모양으로 변신하면서 갈 길을 찾는다. 봄이 와서 이 두꺼운 얼음이 녹아야 제 갈 길을 갈 수 있을지

겨울이 깊어져 강물이 덮은 얼음이 두꺼워지면, 정열적인 다이버들은 강을 찾는다. 겨우내 깊이 잠들어 있는 강물의 속살이 궁금해서다. 국내 아이스다이빙은 동강, 홍천, 양평 등에서 많이 한다. 서울에서 가까운 가평에서 아이스다이빙을 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찾았다.
서울에서 한 시간여 운전을 하니 가평 북면 목동의 한강 지류인 가평천에 도착한다. 가평 북면우체국의 목동교 아래에 수중보가 있고, 그 상류에 넓게 얼음이 얼어있다. 여름에는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 물놀이 공간이라, 수상안전을 위한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가평소방서 119민간수난구조대 분들이 수상안전요원으로 활동을 한단다.
가평천의 수중환경은 자갈과 굵은 모래 바닥에 큰 바위들이 군데군데 놓여져 있어 물이 맑다. 바닥이 뻘로 된 다른 아이스다이빙 포인트와는 달리, 다이버가 부유물을 일으켜도 금방 가라앉아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좋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낙엽들도 분위기를 살려준다. 가라앉아 있는 나무의 기둥과 가지는 멕시코 세노테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말을 이용하여 양일간 여러가지 아이스다이빙 행사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2월 4일 토요일은 가평스쿠버다이버팀과 함께 다이브자이언트 아이스다이빙 페스티벌 행사가 있었다. 다이브자이언트 각 지사들과 데모팀이 모여 회원들과 함께 아이스다이빙을 즐겼다. 다이브자이언트의 정인호 사장, 아펙스 코리아 심재호 대표 등과 많은 직원들이 스태프로 애썼다. 

5일 일요일은 가평소방서 119 민간수난구조대의 수난구조(아이스다이빙) 훈련과 함께 강원도 남애리조트와 Tech Korea의 아이스다이빙 행사가 이루어졌다. 남애리조트의 회원 다이버들과 Tech Korea의 텍다이버들이 아이스다이빙을 즐겼다.
다이버가 제법 많아 삼각형의 출입구를 두 개를 뚫어, 그룹별로 이용하여 혼잡을 피하였다. 다이브자이언트 팀은 두 출입구를 연결하는 가이드라인을 설치하고 생명줄을 걸어 텐더의 보조 없이 다이빙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남애리조트 팀은 Y자 형태로 두 줄의 생명줄을 설치하여 텐더가 줄의 탠션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한번에 4명의 다이버가 같이 다이빙을 할 수 있게 운영하였다. Tech Korea 팀은 출입구 아래에 사각형의 가이드라인을 설치하고, 더블탱크를 이용하여 훈련을 하였다.
양일간의 아이스다이빙 행사를 위하여 가평스쿠버다이버팀의 유재칠 회장 이하 많은 회원들이 도움을 많이 주었다. 아이스다이빙이 가능하도록 준비부터 참가자들의 점심과 군고구마까지 물심양면으로 친절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평의 아이스다이빙은 인근에 다이빙숍이 없기 때문에 공기통 등 제반 준비를 직접 해야 한다. 얼음 위의 추위를 막기 위한 천막 설치부터, 두꺼운 얼음을 잘라 출입구를 만들고, 안전을 위한 생명줄 설치 및 다이빙 진행을 행사진행팀에서 해야 한다. 따라서 몇몇 개인이 아이스다이빙을 진행하기는 수월치가 않다. 그래서 아이스다이빙을 편하게 즐기려면 다이빙 숍이나 단체 등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 직접 공기통을 나르고, 얼음을 잘라내고, 천막을 치고, 오뎅을 끓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겨울 다이빙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아이스다이빙. 눈 덮인 얼음 위에서 즐기는 수중세상은 직접 경험한 사람만의 특권이다. 얼음을 뚫고 들어가는 아이스다이빙이기에 추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찌감치 포기해버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잘 조직된 시스템과 지원시설과 함께 한다면, 아이스다이빙은 잘 훈련된 전문가만이 누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얼음 밑 수중세상을 직접 경험해보고 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다이빙 후에 즐기는 따끈한 오뎅의 맛은 먹어본 이만 알 수 있다.
아이스다이빙은 생각만큼 춥지는 않다.

정상근
수중사진가
서울시립대 교수
BSAC 내셔널 인스트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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