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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동안과 서안의 해양생태학적 차이



태평양 동안과 서안의 해양생태학적 차이


이 기사는 지난 11월 24일 부산 해운대에서 진행된 부산경남 수중사진세미나에서 필자가 발표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수중사진 전문가들의 세미나에 앞서 다이버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다이빙여행지들의 특징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시간이었다. 30분 정도를 예상하고 시간을 배정 받았지만 관리를 잘못하여 한 시간 정도로 길게 진행하는 바람에 참가자들과 다른 발표자들에게 누를 끼친 점 미안하게 생각하며, 못다한 이야기도 함께 정리해볼까 한다.



태평양의 동쪽과 서쪽
태평양의 동쪽은 아직 우리나라 다이버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니지만 앞으로 많이 찾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다이빙 여행지들이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과 멕시코의 라파즈와 소코로, 코스타리카의 코코스와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등으로 북미와 중남미 쪽의 태평양 연안 지역의 다이빙 여행지들이다.
반면에 태평양의 동쪽은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곳이기에 이미 많은 국내 다이버들이 다이빙 여행을 다니는 곳이다. 가장 흔하게 필리핀과 팔라우, 오키나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PNG, 호주 등이다.
넓은 태평양의 동쪽과 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이들 다이빙 여행지들은 생태학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수중사진만 봐서 이들을 구분할 수 있을까? 필자는 여러 장의 수중사진들을 보여 주며 참가자들에게 어느 곳에서 촬영한 것인지 알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지역적 특색들이 강한 생물들이 포함된 수중사진에서는 당연히 구분할 수 있었지만 환경을 배제한 사진들에서는 전문가들도 구분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 단서가 되는 것들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태평양 동쪽과 서쪽 바다의 해양생태학적 차이로 인한 것이었다.



태평양의 특징
태평양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바다이다. 북쪽으로는 베링해, 남쪽으로는 남극대륙, 동쪽으로는 남북 아메리카 대륙, 서쪽으로는 호주와 아시아로 둘러싸여 있다. 실제 면적은 16,525만 km2으로 지구 전체 바다의 46%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구 전체 육지 면적보다도 넓다. 따라서 태평양은 해류의 이동으로 인한 지구의 에너지 순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태평양의 주변부를 따라서 화산대가 분포한다는 것이다. 이를 환태평양 화산대, ring of fire(불의 고리)라고 부르는데 화산 분출과 지진 등 활발한 지각 활동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는 태평양 판과 그 주변의 판들이 서로 충돌하고, 비켜가고, 멀어지면서 일어나는 일이고, 종종 열점의 폭발로 해양화산섬이 만들어지고, 가라앉기도 한다. 이러한 화산섬 지역들은 다이버들에게는 인기 있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태평양의 해류
태평양의 해류는 적도를 기준으로 크게 2개의 거대한 환류를 이루고 있다. 이 해류는 무역풍과 편서풍이라는 지구상의 가장 우세한 2가지 바람과 지구의 자전 등의 물리적인 영향력으로 생기는데 적도 위쪽의 북태평양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적도 아래의 남태평양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흐른다. 따라서 태평양의 동쪽 지역에서는 극 지방을 지나면서 차가워진 한류가 북쪽과 남쪽에서 적도 쪽으로 흘러가고, 태평양 서쪽 지역에서는 적도 지방을 지나면서 따뜻해진 난류가 적도 쪽에서 북쪽과 남쪽으로 극지방을 향해서 흘러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의 순환이 일어난다.
이러한 환류의 흐름에서 적도를 경계로 위, 아래에서는 해류가 모두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속적으로 흐르게 되는데 이러한 해류가 북적도류와 남적도류이다. 이 흐름의 반작용으로 두 적도류의 사이에서는 좁은 띠의 형태로 적도 반류가 흐르고, 적도류의 아래 쪽 수심 300m 근처에서는 적도 잠류(크롬웰이 처음 관측하여 크롬웰 해류라고도 한다)가 흘러서 동쪽과 서쪽 바닷물이 균형을 이룬다.
동태평양 쪽의 갈라파고스가 적도 상에 있으면서도 수온이 낮은 이유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한류인 험볼트 해류의 영향도 있지만 서쪽에서 흘러온 적도 잠류(크롬웰 해류)가 심해에서 솟아오른 해양화산인 갈라파고스 제도를 만나 물이 솟아오르기(용승)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갈라파고스 제도의 가장 서쪽에 있는 페르난디나 섬과 이사벨라 섬의 수온이 갈라파고스 제도 전체에서도 가장 찬데 지난 시즌에는 13℃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여기까지 살펴본 해류의 영향으로 태평양의 동쪽과 서쪽은 수온에서 큰 차이가 있다. 동쪽은 한류와 잠류 등의 영향으로 적도 근처에서도 수온이 20℃내외에 머물고, 서쪽은 적도를 지나오면서 충분히 데워져서 30℃에 가깝게 따뜻해졌다가 적도에서 멀어져 가면서 점차 식게 되는 것이다.


엘니뇨와 라니냐
다이버들이라면 엘니뇨과 라니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뜻한다. 하지만 이 말이 해양기상학적 용어로 정착되면서 의미하는 바는 좀 달라졌다. 정상적인 해와 달리 태평양 해수면의 평균 수온이 조금(0.5℃~1℃) 정도 올라가는 해가 있는데 이때는 동태평양 지역에 물고기도 많이 잡히지 않고, 홍수가 나며 반대로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가뭄이 발생하게 된다. 무역풍이 약해져서 해류의 속도가 평소보다 느려지면서 해수온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비 구름이 이동하지 못하여 태평양 동쪽에 홍수가 나는 것이다. 보통 몇 년에 한번씩 크리스마스 즈음에 일어나기에 이 자연 현상을 아기예수 = 남자아이(엘니뇨)라고 불렀던 남미 사람들의 명칭을 그대로 가져 온 것이다. 엘니뇨가 심해지면 태평양 서쪽에서는 해수온이 과열되면서 산호들이 표백되어 집단적으로 죽게 되는 재앙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2016년의 엘니뇨 때에는 호주의 대보초와 몰디브 등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였다.
라니냐는 엘니뇨의 반작용으로 평소보다 태평양의 해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한류와 용승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영양분을 많이 가진 차가운 해수가 표면으로 올라오게 되어 플랑크톤이 번성하며 어류들이 많아져서 풍어기가 된다. 올해 갈라파고스 투어에서 많은 수의 개복치와 고래상어, 귀상어 등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라니냐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2년전 가장 낮은 온도가 17℃에 불과했던 갈라파고스가 올해는 최저 13℃로 4℃ 정도 낮았던 것이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지구적인 차원에서 에너지 순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따뜻한 해수로 인한 산호생태계의 다양성
태평양의 해류에서 살펴보았듯이 서쪽은 난류의 영향으로 항시 따뜻하기 때문에 산호생태계가 잘 발달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산호가 다양하고 풍부한 산호 삼각지 coral triangle이 태평양 서쪽에 위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산호 삼각지는 파푸아뉴기니에서 인도네시아 서쪽 그리고 필리핀을 연결하는 삼각형 지역이다. 공생조류가 있어서 영양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수온이 따뜻하기만 하면 번성할 수 있는 산호초는 태평양 서쪽 지역에 아주 잘 발달되어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물학적 구조물인 호주의 대보초도 태평양의 서쪽에 있다.
산호초 생태계는 수온이 따뜻하고, 물이 맑아서 시야가 좋고, 해양생물들의 색상이 화려하며, 종 다양성이 매우 높다. 이것이 바로 태평양 서쪽 다이빙 여행지의 보편적인 특징인 것이다.



영양염이 풍부한 찬물의 공급에 따른 풍부한 생물량
태평양의 동쪽은 극 지방에서 대륙을 따라 적도 쪽으로 모이는 차가운 한류와 적도 잠류 등의 용승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차가운 해수에는 영양물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해수면 근처에서 식물성 플랑크톤들은 물론 대형 해조류들이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일차생산자들은 동물성 플랑크톤과 어류들의 먹이가 되어 해양생물들이 번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따라서 태평양 동쪽은 생산성이 매우 높다. 수온이 낮고, 시야가 상대적으로 흐리긴 하지만 생물량만큼은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태평양 서쪽에서는 해양생물들의 무리가 엄청나게 많을 뿐만 아니라 그 크기도 엄청난 것들이 유난히 많다. 멕시코 라파즈의 엄청난 잭피쉬 무리와 모불라레이 무리, 갈라파고스의 살리마 무리 그리고 코코스 등의 귀상어 무리 등 한 종의 개체군이 엄청난 규모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비슷한 종의 동물들이라도 그 크기는 태평양 서쪽의 종들이 덩치가 더 큰 것을 느낄 수 있다. 고래상어만 보더라도 갈라파고스나 멕시코 지역의 고래상어들은 10m 이상 되는 성체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며, 고래, 돌고래, 범고래 등은 물론이고, 각종 상어들과 가오리 등의 대물들도 많이 나타난다. 대신 수온이 낮고, 시야가 흐린 경우가 많아서 산호들의 종류가 많지 않고, 그 양도 눈에 띨 정도가 아니다.



동안과 서안의 대표격인 갈라파고스와 라자암팟의 비교
태평양의 동쪽과 서쪽을 대표하는 두 지역인 갈라파고스와 라자암팟을 살펴보는 것이 그 특징들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갈라파고스는 수온이 낮고, 시야가 흐리며, 산호 등의 부착생물들이 많지 않다. 대신 귀상어, 고래상어, 갈라파고스 상어 등 각 종 대물 상어들이 많고, 개체수도 매우 풍부하다. 먹이가 풍부해서 먹이를 찾아 날아다니는 대신 먹이를 더 잘 잡는 쪽으로 진화를 한 날지 않는 가마우지는 이런 환경을 잘 설명해준다. 수온이 낮아서 적도이지만 펭귄이 살고 있고, 얕은 수심에서도 개복치들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독특한 특징이다.
반면에 라자암팟은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꼽을 수 있는 풍성한 산호초가 있다. 산호의 종다양성이 매우 높아서 연산호와 경산호는 어디에서든 볼 수 있고, 조류의 유통이 활발한 곳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부채산호 군락들도 보인다. 물고기들도 다양해서 마크로 촬영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은 물론 대물들도 다양하다. 고래상어, 만타 등의 회유성 대물들은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



넓은 태평양은 섬이 있는 곳은 어디나 다이빙 포인트
태평양의 동쪽과 서쪽의 차이점들을 대략적으로 비교를 해보아서 이제 대체적인 차이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온의 차이가 있기에 다이버들의 입장에서는 슈트를 준비할 때 해당 지역의 수온이 어떤지를 알고 적합한 슈트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어느 지역을 가든지 다이빙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태평양의 넓은 바다는 지역마다 소소한 차이와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서 다이버들은 항상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물이 맑은 것도, 생물들이 다양한 것도, 대물이 있는 것도, 작은 마크로 생물들이 많은 것도 모두 제 각각 장점인 것이다. 어디를 가든 사전에 그 환경에 대해 알아보고, 그 속에서 재미를 찾는다면 우리는 항상 즐겁고 행복한 다이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및 사진 설명과 크레딧
태평양 중심 지도. By Derivative work made by John Tann using: QGIS Inkscape [CC BY 4.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via Wikimedia Commons.

갈라파고스 제도 항공사진. By NASA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대양의 수면 해류. By NOAA (her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정상적인 시기와 엘니뇨 시기의 대기 순환과 수온약층. By NOAA (her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엘니뇨 기간의 해수면 수온 분포.

갈라파고스 제도의 해류. By Yale University, CCL.. http://cmi2.yale.edu/galapagos_public/dat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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