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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준의 시가 있는 바다 – 미역처럼

시가 있는 바다

미역처럼

제주바다
문섬 깊은 곳
으쌰!으쌰!
미역들이
어깨 걸고
발을 굳게 뻗치고 있다

차고도 거친 물살
잠녀 할망 손가락 닮은
억센 뿌리로
갈퀴처럼 꼬옥 바위를 움켜쥐고 있다

버텨라
버티자
버텨야 한다

언젠가는
오래 끓여
짭조름한 국물 되어


귀 빠진 날
허전한 속
데워 주리라

해산한 날
피와 살을
맑게 하리라

삼월 삼일 삼짇날
애오라지
애면글면
빌어 주리라


김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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