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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앤뉴 - 성게 가시에 찔렸을 때_최성순



올드앤뉴 - 성게 가시에 찔렸을 때


지난 코모도 투어에서 함께 다이빙했던 다이버 한 명이 다이빙을 마치고 나왔을 때 무릎 바로 위의 허벅지 쪽이 점점이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점마다 성게의 가시가 박혀있다. 다이빙 가이드가 희석된 아세트산(빙초산)을 가지고 와서 솜에 묻혀서 닦아내고 있었다. 아세트산이 상처를 자극하는지 다이버는 따갑다고 했다. 그런데 아세트산을 바른 후에 상처에서 성게의 가시가 조금씩 돋아나고 있었다. 상처에서 올라온 가시를 작은 핀셋으로 잡아서 뽑으려고 했지만 부러졌다.
이후 가이드는 다이버에게 본인의 소변을 활용하여 상처 부위를 적셔주라고 했지만 동행했던 다이버 의사가 극구 만류했다. 잘못하면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함께 다이빙했던 일행 중에 습윤 드레싱 제품을 상비약으로 휴대한 분이 있어서 그것을 내주며 상처에 발라두라고 했다. 경험상 그걸 붙여 놓으면 성게가시가 녹아서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니 정말 거짓말같이 성게 가시는 녹아서 없어졌다.


식초와 소변
빙초산은 수분이 거의 섞이지 않은 순수한 아세트산(초산)으로 16℃ 이하에서 얼어서 고체가 되기 때문에 얼음 빙(氷)자를 사용하여 빙초산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식초 대신 빙초산을 희석하여 식품첨가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아무튼 리브어보드에서 빙초산(아세트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은 성게에 찔린 다이버들에게 응급처치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다이버들이 성게가시에 찔렸을 때 응급처치로 가장 많이 찾는 것이 식초나 깔라만시 Calamansi이고, 식초가 없는 상황이라면 본인의 소변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민간 처방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혀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2차 감염의 위험을 들어서 만류한다. 하지만 식초나 깔라만시 등이 산성을 띠기 때문에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진 성게 가시의 작은 조각을 시나브로 녹여 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소변은 어떨까?
예전에 어떤 다이버가 성게 가시를 발로 밟았는데 가시들이 너무 깊이 박혔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수술로 발바닥을 도려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했단다. 그래서 밑져 봐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민간 요법으로 치료하기로 하였는데 그게 오줌을 받은 고무신을 신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니 발바닥의 성게 가시가 모두 녹아서 없어졌다고 한다. 본인이 실제로 겪었다고 하는데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전문가들의 의견
DAN에 따르면 식초나 소변 등 현장에서 적용되는 민간 처방은 통증 완화시키거나 치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화상을 입지 않고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뜨거운 물(43℃~45℃)에 상처 부위를 잠기게 하면 통중을 완화시킨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성게가시는 집게를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제거하는 것이 좋지만 가시를 빼기 위해서 피부를 파는 것은 가시를 으스러뜨릴 수 있어서 제거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가시를 의도적으로 으스러뜨리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성게에 찔린 다음에 나타나는 보라색이나 까만 점은 가시 조각이라기 보다도 성게 가시의 표면에 있는 색소에서 염색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 색소는 24시간에서 48시간 사이에 흡수되어 사라진다. 48시간 이후에도 검은 점이 남아 있다면 가시 조각일 가능성이 높다.
가시를 뽑아내는 방법으로 양초의 촛농을 이용하는 것도 소개되었는데 촛농을 상처 부위에 떨어뜨린 다음에 촛농이 식어서 굳었을 때 떼어내면 가시도 함께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성게 가시가 침 형이 아니라 집게 형이라면 뜨거운 물에 잠기게 한 후에 비누나 면도 크림을 바른 후에 면도를 해주면 된다. 가시가 손이나 발 또는 관절 근처에 계속 남아 있다면 의사를 찾아야 한다.
상처가 붉게 변하고, 림프절이 붓는 등 감염 증세가 나타나거나, 가시가 관절 깊숙이 뚫고 들었다면 그리고 부상당한 사람이 면역체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비브리오균의 감염 가능성을 고려하여 전문의를 통해서 항생제 처방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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