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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청간정 '바다야 놀자' 2018/04

고성 청간정 '바다야 놀자'

인공어초에서

지난 몇 주 동안 바다가 심술이 났는지 다이빙을 계획한 주말 마다 파도가 높아서 다이빙을 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토요일에는 다이빙을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완전히 예측 할 수 없는 바다 날씨는 그날에 따라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전날 토요일 다이빙을 못했다고 했지만 우리 일행은 그냥 일요일 아침 6시에 속초를 향해 출발했다. 미시령 터널을 지나 울산바위를 구경하며 내려가다 보면 속초가 바로 보이고, 거기서 10분 정도 고성으로 더 가다 보면 아야진 입구에 '청간정'이 있다. 청간정은 관동8경의 하나로 그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그 경치가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고풍스런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 청간정 아래에 조용하고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해변이 길게 자리 잡고 해안가 한쪽 끝으로 '바다야 놀자' 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청간정 리조트가 있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언제나 화려한 '부채뿔산호'를 마음껏 눈으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은 약 10군데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는데 첫 다이빙은 '나로도'로 향했다. 수심 20m 정도에 인공어초가 있고 그 주위는 자연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공어초에는 많은 무리의 부채뿔산호가 빽빽하게 서식하고 있다.

이날 함께 다이빙을 했던 일행들 (왼쪽부터 김해님 강사, 김만성씨, 최규홍씨, 그리고 새로운 다이빙 C카드를 받은 박용진씨)

청간정 리조트 주차장에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

포인트에 도착하니 너울이 조금 있었지만 우리 일행 5명은 서둘러 입수를 시작했다. 전날 높은 파도와 주의보의 영향으로 시야가 안 좋을 줄 알았지만 막상 물속으로 하강을 시작하여 바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시야가 나쁘진 않았다. 수중 랜턴을 비추니 역시나 영롱한 빨간색의 부채뿔산호가 화려하게 눈에 들어 온다. 인공어초 사이사이를 돌아 다니며 산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북동으로 방향을 맞춰서 다음 인공어초를 찾으러 갔다가 무심결에 작은 언덕에서 그냥 암반을 따라 유영을 했다. 이 곳에는 그리 크지 않은 인공어초가 두 군데가 있어서 한번의 다이빙으로 두 군데의 포인트를 다 둘러 볼 수도 있다. 수심이 점점 낮아 지면서 무척이나 큰 우렁쉥이 무리가 자라고 있었다. 미역줄기가 너울에 따라 나풀나풀 흔들린다. 나도 같이 덩달아 몸의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 온몸이 물결을 따라 좌우로 흔들린다.

서지에 힘겹게 헤엄치는 뚝지

나로도 포인트에서(모델 - 박용진씨)

약 30분이 지나고 나니 약간의 한기가 밀려 온다. 수온 4℃로 예년에 비해 평균 수온이 너무 낮다. 그래도 30분의 다이빙은 길게만 느껴진다. SMB를 사용해서 상승을 하고, 우리 일행은 다같이 1차 다이빙을 마쳤다. 수면에서는 너울이 심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하늘색은 너무나 파랗다.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듯 해안가의 성난 파도는 암반을 덮어 버린다. 하지만 하늘빛은 그 파란색에 벌써 봄이 온듯한 모습이다.

차가운 주말, 겨울의 끝자락에 늦은 계절을 찾은 바다는 쓸쓸하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지만, 아무도 반겨주지 않지만 나는 그 바다를 사랑한다. 여름 한철에는 많은 다이버로 인해 자잘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붐비지 않고 조용한 그 바다는 어느 포인트던지 내가 원하는 곳으로 들어 가고 마음의 여유를 느끼며 평일 마냥 한가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우리 팀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급하게 다이빙을 준비 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 덕분에 더 여유롭게 다이빙을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인공어초에서 (모델은 최규홍씨)

두 번째 다이빙은 조금 얕은 수심으로 가기로 했다. 보트로 약 5분 정도 나가면 수심 10m 내외의 '노량대' 포인트가 있다. 모래 위에 얼만큼의 세월 동안 거기에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인공어초가 널브러져 있고 군데군데 자연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잘 살펴 보면 다양한 갯민숭이달팽이도 구경 할 수 있고, 위장술에 능한 문어도 몸을 내 놓고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미역도 많이 자라고 있었고 너울이 심해서 몸에 중심이 안 잡힐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내 몸을 미역에 의지를 하게 된다. 수심이 얕아서 햇살이 수면 아래에서 커턴을 쳐 논 것처럼 빛이 내려온다. '뚝지' 여러 마리도 서지에 중심을 잃고 짧은 지느러미로 힘겹게 헤엄을 치고 있다. 암반 사이에 붙어서 알을 품고 있는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띤다. 차가운 그 물속에서 다양하게 살아가는 생명들이 있고, 또 다른 생명의 터전을 쌓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순간 다음 생을 이어 나가기 위한 그 작은 생명체의 모(부)성애를 보고 있으니 짧은 다이빙이었지만 새로운 경험과 색다른 감동을 받았다.



동해의 산호와 갯민숭달팽이가 보고 싶으면, 그리고 바다의 위대한 생명력을 느끼고 그 생명의 연장을 다시 보고 싶으면 다음에도 '청간정'을 찾아 올 것 같다. 청간정 리조트의 간판에 써 있는 "바다야 놀자" 라는 글귀가 생각이 난다. 바다는 우리에게 더욱더 새로운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우린 그 바다를 '놀이터' 삼아 다이빙을 하고 있다. 요즘은 그래도 예전과 달리 무분별한 채집 다이빙은 많이 줄어 든 느낌이다. 언제 다시 찾아 와도 우리의 바다가 항상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면 더없이 행복하지 않을까 한다. 이 날 새롭게 다이빙 C카드를 받은 '박용진'씨도 나와 함께 하면서 바다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소중함을 느꼈다고 한다. "바다야 놀자 . . . "

이상훈
PADI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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