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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섬 라자암팟._정보윤


작년 여름, 성오용 강사님께서 토요타사의 협찬으로 제작한 사진집을 주신 적이 있다. 그 안에 여러 사진들 중 나를 유독 사로잡은 것은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스위트립스 무리가 있고 그 주변을 글라스피시들이 둘러싸고 있는 사진이었다. 우연히 사진에 담긴 모습이겠거니 하고 여쭤보았더니 그곳에 가면 항상 사진과 같이 스위트립스 무리와 글라스피시 무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얘기가 너무나 신비롭게 들렸다. 그곳이 바로 라자암팟이었다. 내가 모르는 바다 속이 아직도 너무나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먼 나라 얘기처럼 들렸다. 그 곳을 내가 당장 갈 수는 없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볼 수 있고 언젠가는 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약간 신비로운 대상으로 마음속에 담아두었다. 그러던 중 몇 달 전부터 성오용 강사님께서 다시 한 번 라자암팟을 가기 위해 그쪽 리조트와 연락을 취하시며 몇 가지 사항을 필자에게 부탁을 하여 도와드리기 시작했다. 필자 생각에는 이미 한번 가보셨던 곳인데 왜 이렇게 메일도 자주 보내야 하고 질문도 많은지 궁금했는데 이번에 준비하시는 여행은 12일 동안의 리브어보드 일정으로 1500여 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라자암팟을 남쪽부터 북쪽까지 유명한 다이빙 사이트는 모두 다이빙 하는 여행이었다. 모든 일행들이 수중사진 전문가들이었고 당연히 모델이 필요하셨기에 필자도 꿈에 그리던 그 곳, 라자암팟을 갈 수 있게 되었다.

라자암팟의 상징 스위트립 떼. 사진/성오용



라자암팟에 가는 방법으로는 일단 한국에서 자카르타나 발리로 간 후에 그곳에서 마나도나 마카사를 경유해서 소롱에 도착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자카르타에 가서 하루 숙박을 하고 그 다음날 새벽에 마카사를 경유해서 소롱에 가는 일정을 택했다. 자카르타까지 거의 7 시간이 소요되며 그 곳 시간은 한국에 비해 두 시간이 느리다. 그리고 자카르타에서 소롱까지는 네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중간에 마카사에서 1시간 이상 경유를 해서 약 5~6시간이 소요된다. 라자암팟은 인도네시안 섬들 중에서도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자카르타와 시차가 두 시간이고 한국과는 같은 선상에 있어서 시간대가 같다.한국에서 출발해서 소롱까지 가는 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인도네시아 비자를 이민국 심사 때 받는 것이 아니라 이민국 직원이 자카르타 행 비행기에 탑승해서 비행기 안에서 비자를 발급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체크인을 할 때 25불인 비자 발급비를 내면 영수증을 하나 주는데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비행기 안에서 체크하고 비자발급 도장을 찍어준다. 특이하면서 편리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의사항은 자카르타에서 소롱까지 갈 때 마카사에서 경유를 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내려서 대기하다가 다시 탑승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자기 짐만 가지고 내렸다가 같은 자리에 다시 타면 되는데 우리 일행의 경우 돌아올 때 갑자기 비행기가 바뀌는 바람에 물어보지 않았다면 고가의 카메라 장비들을 분실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마카사에서 경유할 때는 짐을 다 가지고 내려야 하는지 아닌지를 꼭 한 번 더 확인해야 할 것 같다.
    
마카사를 경유하는 공항에서


소롱공항에 도착해서


연산호와 씨팬들이 어우러진 풍경. 사진/성오용, 모델/정보윤




어쨌든 긴 이동 끝에 드디어 소롱 항구에 도착하여 배에 승선했다. 작은 스피드보트를 타고 모선으로 이동을 하는데 필자는 나오는 함성을 막을 수 없었다. 와우~ 리브어보드 배가 꼭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올 법한 배처럼 생긴 것이었다. 이름은 푸티라자(PUTIRAJA, 옛날에 그 섬에 살던 공주의 이름이었단다). 라자암팟(RAJA AMPAT)은 인도네시아어로 네 명의 왕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그곳을 항해하는 이 아름다운 배의 이름을 그들 공주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게 아닐까? 푸티라자는 오래전 전쟁에서 화물선으로 이용되던 배를 개조해서 만든 리브어보드 배이다. 방은 2인1실로 이층침대와 화장실이 있으며 모든 방들은 지하에 배치되어 있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이 있으며 밖으로 나오면 앞면엔 넓은 휴식공간이 있고 뒤편으로는 다이빙을 진행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다이빙 포인트까지의 이동은 두 개의 딩기보트로 진행되었다. 첫날 배에 승선해서 전체 일정에 대한 브리핑을 들으니 결코 만만한 여정이 아니었다. 소롱을 중간지점으로 남쪽으로 이동해서 5일간 다이빙, 그리고 다시 북쪽 끝으로 이동해서 5일간의 다이빙을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어느 만큼의 거리인지 감이 없었기에 그저 여러 지역에서 다이빙 한다는 기대감으로 신나기만 했다.

소롱항구


푸티라자호의 선실


푸티라자를 떠나면서 런닝셔츠에 고별사를 남기고


푸티라자의 화장실


푸티라자의 세면대


그렇게 시작한 배 위에서의 첫날 밤. 새벽 5시부터 시작한 일정에 모두들 무척 피곤했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배에 승선한 시간이 3시쯤이었는데 그 때부터 출발하여 남쪽으로 밤새도록 달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포인트에 도착해 있었다. 푸티라자에는 선장 부부인 켄(Ken)과 조세핀(Josephine), 그리고 일곱 명의 스태프와 가이드들이 있었다. 그리고 손님은 우리 일행 다섯 명과 남아공에서 온 웨너(Werner)와 산드리(Sandri)라는 젊은 부부가 있었다. 이들 부부는 다이빙이 좋아 휴가 때마다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다이빙을 즐긴단다. 아직 다이빙 경력은 많지 않았지만 바다를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더군다나 이들 부부 모두 이번 리브어보드 여행에서 100회 로그를 맞아 함께 축하해 줄 수 있었다.

산드리의 100회 다이빙 기념


씨팬 뒤에서의 실루엣씬. 사진/성오용


우리가 첫 번째 도착한 섬은 다마르(Damar)란 섬이었다. 소롱에서 157km 떨어져 있고 14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곳이다. 우리는 그 섬 주변의 작은 섬들에서 이틀 동안 다이빙을 했다. 라자암팟의 바다에 처음 입수하였을 때 필자의 느낌을 말하라고 하면 바다다운 바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 바다 속을 유영하며 느낀 것은 바다 속 생명체들이 주인으로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바다를 영위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산호 하나하나에 생동감과 탄력이 살아있고, 다양한 종류의 고기들이 자유롭게 유영하고, 20m 가까운 수심에서 위를 쳐다보아도 수면 밖의 구름이 보일 정도의 시야. 정말 이런 감동은 1990년대에 시파단 섬을 갔을 때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것 같았다. 클램문츠(Clam moonts)라는 포인트는 들어가자마자 벽면에 펼쳐져있는 코끼리해면들이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지……. 10년 넘게 세계 여러 곳에서 다이빙을 해봤지만 코끼리해면의 색이 그렇게 많은 줄은 처음 알게 됐을 정도로 핑크색, 옥색, 파란색, 노란색, 보라색 등등 정말 화려하고 다양했다. 5일간 다이빙을 한 남쪽 사이트는 대물들 보다는 건강하고 화려한 산호들이 있었다. 남쪽을 대표하는 미솔(Misool)과 다마르(Damar) 섬 사이에 있는 수많은 작은 섬들을 다이빙 한 후에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씨팬과 카디널피쉬 무리가 있는 풍경과 다이버. 사진/최상학


바다나리 위의 공생새우. 사진/정보윤



사실 라자암팟을 대표하는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들은 거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투어는 남쪽과 북쪽 포인트들을 모두 커버하는 것이었다. 먼 거리로 인한 비용과 시간의 문제로 보통의 리브어보드 배들은 이런 진행을 꺼려하지만 켄 부부가 한국 다이버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특별히 배려하여 이런 힘든 일정이 가능했다. 덕분에 여러 포인트에서 다이빙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지만 너무 여러 곳이다 보니 가이드들도 처음 들어가 보는 곳이 많아 포인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리브어보드다 보니 다이빙을 편하게,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야간 다이빙이나 썬셋 다이빙도 무감압 한계시간 내에서 최대한 할 수 있었다. 낮에는 모델로서 다이빙을 해야 하는 필자에게 썬셋 다이빙이나 야간 다이빙은 접사사진을 여유롭게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라자암팟의 유명한 포인트들은 거의가 북쪽에 있다 보니 켄과 조세핀도 북쪽으로 오니 아는 곳들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멀리서 온 우리들에게 좀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고 무척 노력했다. 하루는 자연산 진주 농장도 데려갔고 와약(Wayak)이라는 섬에 가서는 트레킹으로 산 정상에 올라가 라자암팟 전경을 내려다보는 시간도 가졌으며, 어시장도 구경하고, 스피드보트로 섬들이 아름다운 곳을 드라이브하기도했다. 라자암팟의 바다가 좋아서 전 재산을 팔아 그 배를 사서 부인과 평생을 바다에서 살겠다는 켄은 60이 넘은 나이에도 건강함과 열정으로 우리를 항상 감동시켰다.

소롱 어시장에서


진주농장의 진주추출 과정


진주농장의 전시장


고정관념의 포즈를 깬 모델링. 사진/성오용




북쪽 포인트 쪽으로 올라와 보니 여기저기에 리조트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유명한 포인트들은 크리(Kri)섬과 아로보릭(Aroboric)섬 근처에 있었는데 우리가 갔던 시기가 우기 전이라 시야는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도 라자암팟을 대표하는 글라스피시 떼와 스위트립 피시 떼는 자주 볼 수 있었다. 그 곳에도 유명한 만타포인트가 있었는데 팔라우의 저먼채널처럼 모래 지형으로 되어있었다. 12월이나 1월에 가면 십여 마리의 만타레이 떼를 볼 수 있다는데 우리는 아쉽게 2~3 마리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확실히 유명한 포인트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들어가는 곳마다 대물들도 만나고 씨팬이나 산호들도 거대하고 건강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면 전체 일정 중에 북쪽 다이빙 일정을 적어도 하루 이틀 정도 더 잡았었더라면 좀 더 여유롭게 그 곳들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점이었다.

글라스피쉬떼와 함께

어느새 12일이 지나고 푸티라자에서 내려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항구에 가기 전에 근처에 있는 새벽 어시장을 구경했다. 많은 사람들이 싱싱한 해산물들을 사기 위해 모여 있었는데 그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한국인들이 신기한 듯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들과 함께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소롱으로 발길을 옮겼다.2주일 동안의 리브어보드가 그렇게 쉬운 다이빙은 아니었다. 리브어보드의 보트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지 않았고 스태프들이 영어를 하지 못해서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으며, 먼 거리를 항해하느라 선장님과 스태프들이 모두 피곤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바다 속을 말하고 공유하다보니 헤어질 때에는 모두가 어떤 장벽도 없이 가까워져 있었다. 한국에서 라자암팟으로 가는 것이 그리 쉬운 여정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필자에게 살아있는 바다를 다이빙 하려면 어디로 가야하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라자암팟을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우리 한국 다이버들에게 아름다운 바다를 보여주시려고 물심양면으로 힘써 준 켄과 조세핀 부부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웨너의 100회 로그 기념

정보윤
한국수중모델학교 교장
CMA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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