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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들의 놀이터- 발리카삭



거북들의 놀이터- 발리카삭

    
주변에서 발리카삭을 한번 가보라고 여러 번 권유를 받았지만, 교통편이 불편하여 몇 번 미루다가 비로서 큰 결심을 하고 지난 11월말에 비행기에 올랐다. 보홀섬의 탁빌라란으로 가는 항공기 연결이 좋지 않아 마닐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탁빌라란 공항에 도착하니 다이브스루 스쿠버리조트(Dive Thru Scuba Resort)에서 마중을 나와 있었다.




팡라오 섬의 유명한 알로나 비치 부근에 자리잡은 이 리조트의 다이브 숍에 도착하니 체격이 자그마한 아가씨가 인사를 한다. 자기가 앞으로 일주일간 우리를 돌봐줄 가이드라고 하는데 나는 이 아가씨가 과연 탱크를 들어올릴 힘이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팡라오 섬에서 발리카삭 섬 까지는 방카 보트로 30분 정도 걸리지만 리조트의 배가 고장이 나서 작은 배로 이동 하느라 50분 이상 걸렸다. 첫날 다이빙은 다이버스 헤븐의 절벽을 따라 25 m의 수심에서 하였는데 이날 다이빙을 마치고 나는 너무 실망하였다. 이 정도의 월 다이빙은 이렇게 힘들게 오지 않고 모알보알만 가도 지척에 널려있고 가격도 훨씬 싸다.


일부 인터넷에서 세계 5대 다이빙 포인트라고 떠들어 대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고 이곳을 찾은 나는 완전히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보따리를 싸서 떠나고 싶었지만 호텔비를 모두 선불하였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이곳에 계속 머물러야 하였다.
다음날 다이빙은 블랙 포레스트에서 하였고, 나는 계속 가이드 아가씨에게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조류가 제법 있었는데 수심 7-8m 정도에서 우리는 수천 마리의 잭피쉬 무리를 만났다. 잭피쉬들이 다이버들을 많이 보았는지, 전혀 도망을 가지 않고 유유히 내 곁으로 지나간다. 스쳐 지나면서 나를 경계하며 돌려대는 눈동자가 너무나 순진하고 재미있다. 정말로 경이로운 장면 이었고 내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내가 잭피쉬 무리의 중앙을 뚫고 들어가도 이 녀석들은 전혀 도망을 치지 않는다.
나는 비로소 발리카삭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잭피쉬 무리 때문에 이 많은 다이버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다. 수심이 7 -8 m 밖에 안되니 탱크에 공기가 남아돌아 1시간 20분을 물속에 있다가 가이드 아가씨에게 미안하여 그만 출수를 하였다.


발리카삭 섬에 올라가 로즈스 플레이스(Rose’s Place)라는 간판도 없는 식당에서 점심을 사먹었는데 맛은 제법 있었으나 가격이 비쌌다. 이 식당 아줌마가 예전에 한국 리조트에서 요리사로 일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매일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 또 다시 블랙 포레스트로 입수를 하였다. 수심 7 – 9m 정도의 하얀 모래 밭에 잔디처럼 생긴 해초가 전체적으로 깔려 있었다. 이것을 보는 순간 나는 이곳이 거북들의 천국이라고 직감하였다. 뜯어 먹을 풀이 사방에 널려있고 수심이 얕으니 내가 거북이라도 이곳에서 살겠다. 그리고 보니 여기 저기에서 거북들이 눈에 자주 뜨인다. 입수를 하자마자 아주 커다란 거북을 만났으나 조류가 세어서 접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하와이에서 거북들과 많이 놀아 보아서 거북을 다룰 줄 안다. 거북에게 접근 할 때는 거북을 쳐다 보면 안된다. 반대편을 바라보며 딴청을 부리며 살금살금 접근 해야지 거북이 도망을 안간다. 거북에게 3m 정도 접근 한 뒤에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카메라의 노출과 스트로브의 각도 등을 미리 조절한다. 그리고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가면 거북이를 만질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 할 수 있다. 이때 숨을 쉬면 공기 방울 때문에 거북이 도망갈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숨을 끊고 서서히 접근 한 뒤 셔터를 눌러야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1970년대에 하와이에서 써먹던 수법이 이곳에서도 확실하게 통하였다. 이 커다란 거북이 경계심을 풀고 나를 위험인물로 취급하지 않게 되었다. 등을 살살 만져도 싫은 눈치가 전혀 아니고 계속 풀을 뜯어 먹는다. 지나가던 서양 가이드가 탱크를 두들기며 거북을 만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1970년대 하와이에는 거북이 많았고 우리는 물속에서 거북 등에 올라타고 다니며 놀았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후에 생각하니 이것이 무척이나 몰상식한 짓이었다. 사람이 거북 등을 붙잡고 올라 탔으니 거북이 얼마나 힘이 들었겠는가? 탈진한 거북은 수면으로 숨을 쉬러 갈 기력 조차 없어서 익사하는 사고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거북이 등에 올라탄 다이버의 손가락을 두개나 물어 뜯어버리는 일도 생겼다. 그 다이버의 이름은 잭크인데 아직도 하와이에서 “8손가락 재크” 를 기억하는 다이버들이 많다. 얼마 후, 하와이 주정부에서는 거북 보호법을 만들어서 스쿠바 도중 거북을 만지면 $5000의 벌금을 부과 하였다. 거북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닿으면 $5000불 벌금이다.
거북이 싫어하지만 않으면 등을 긁어서 이끼를 닦아 주는 것이 거북의 건강에 이롭다. 거북의 등과 배에 빨판상어가 달라 붙어서 청소를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지 않은가? 등을 살살 만지다가 거북이 싫어하는 눈치가 보이면 손을 떼었다. 거북을 절대로 강제로 붙잡거나 하지 않고 살살 등딱지만 어루만졌지만 그래도 이곳이 하와이라면 몇 만 불의 벌금을 물었을 것이다. 거북에게 접근 하느라 숨을 하도 참았더니 머리가 아파온다
.

거북과 놀다가 조류를 타고 내려가니 수천 마리의 잭피쉬 무리가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한번의 다이빙 도중, 이처럼 얕은 7 m 수심에서, 거북들과 놀고, 수천 마리의 잭피쉬 무리 속을 휘젓고 다닐 수 있는 다이브 사이트가 과연 세계에 몇 곳이나 있을까? 나는 곰곰히 생각하였다. 오픈워터 자격증을 방금 취득한 나의 초보자 친구에게 제일 먼저 권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발리카삭이 아닐까 생각한다. 발리카삭이 세계 5대 다이빙 포인트라는 것은 상당한 과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일 내가 30탱크 미만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초보자라면 발리카삭이 세계 5대 다이빙 포인트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심이 7 – 8 m 밖에 안되니 비상시에 쉽게 탈출을 할 수 있고 잭피쉬 떼나 거북을 볼 수 있는 확률이 항상 90 % 이상이니 초보자들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장소임이 확실하다.


방카 보트에서 쉬고 있을 때 물속에서 다른 팀의 한국 여성 다이버 한 명이 갑자기 솟아 올랐다. 혹시나 비상 사고 인가 놀라 나는 이 여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 여자는 마스크를 벗어서 물을 뺀 뒤 바로 다시 입수 하였다. 나는 기가 막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여자는 마스크 속의 물을 제거 할 줄 몰라서 수면으로 올라와서 마스크 속의 물을 뺀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발리카삭의 최대 장점이었다. 수심이 7 – 8 m 밖에 안되니 급하면 수면으로 올라올 수가 있는 것이고 이래서 초보자들이 안심하고 잠수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후로 나는 다른 다이빙 포인트는 찾지 않고 매일 블랙 포레스트에서만 잠수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거북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하는 월다이빙은 다른 곳에 가도 얼마던지 할 수 있다. 잭피쉬도 여러 번 보면 조금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나 거북과 이렇게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은 흔치가 않다.
거북들과 매일 놀다 보니 거북들을 기억하게 되었다. 한 녀석은 목에 때처럼 검은 이끼가 끼어 있어서 “목때” 라고 이름을 지었고, 등에 초록색 이끼가 많은 녀석은 “파란등” 이라고 지었다. 한 녀석은 물고기들이 등딱지를 자주 클리닝 해주었는지 아주 등이 깨끗하여서 “예쁜이” 이라고 부르고 사진 모델로 주로 찍었다.
예쁜이는 정말 충실한 모델이 되어 주었다. 카메라의 스트로브가 계속 터져도 도망을 안가고 풀만 뜯어 먹고 있었다. 등이 깨끗하니 사진도 잘 받고 비디오로 찍어도 예쁘게 나온다. 수영도 천천히 해주어서 바로 옆에 따라 가며 비디오 촬영을 하는데도 숨이 차질 않았다.
하루는 블랙 포레스트의 6m 수심에서 스톤피쉬를 발견하였다. 정말 이름 그대로 돌멩이 같이 생겼고, 꼼짝도 않고 있다. 스톤피쉬는 등지느러미에 날카로운 가시가 여러 개 숨겨져 있고 이 가시로 독을 분사하는데 독사 보다 더 치명적인 종류도 있으니 주의 하여야 한다. 물속을 걸어가다가 이 고기를 밟아서 병원에 입원한 사람이 많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배쪽을 만지면 안전하여 손바닥 위에 이 고기를 올려 놓고 장난을 치는 사람도 있지만 무조건 만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다이빙을 마치고 리조트로 돌아오자 따끈한 수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계 여러 다이브 리조트를 다녀 보았으나 이 곳처럼 서비스가 좋은 곳을 보질 못했다. 이 리조트는 매일 따끈한 수프를 끓여놓고 우리가 바다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 리조트에서 배를 타면 우리 장비가 이미 실려 있었고, 다이빙 후 장비를 배에서 내려 세척까지 모두 해준다. 가이드도 아주 경험이 많았고 성격도 좋았다.
저녁에 알로나 비치로 놀러 갔다가 대장금이라는 한국식당을 발견 하였는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냉면이 아주 맛있었다. 아직도 발리카삭을 생각하면 거북이 “예쁜이”와 대장금의 냉면이 그리워 진다.
발리카삭은 참으로 특이한 곳이다. 필리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섬을 거북과 잭피쉬가 환상적인 다이빙 포인트로 둔갑을 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다이버라면 반드시 한번쯤 가 보아야 하고 특히 초보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나도 기회가 되면 예쁜이를 만나러 또 다시 가고 싶다.



주 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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