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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2일이면 다녀오는 직딩의 아닐라오 투어기- 현수현


연차 2일이면 다녀오는 직딩의 아닐라오 투어기

아닐라오를 언제부터 가보고 싶어했을까? 아마 네이버카페 인투더블루에서 토모님(조인호강사)이 아닐라오를 다녀오고 “등잔밑이 어둡다”라며 격찬하는 글을 올린 이후였던 것 같다. 특히 광각보다 마크로 촬영을 엄청 선호하는 지라 (물론 돔포트+광각렌즈+더블스트로보 살 돈도 없지만) 두마게티와 거의 비슷한 정도로 유니크한 마크로 피사체가 많이 나온다는 아닐라오의 사진들을 보면서 머스트고 투어지로 뇌 한구석에 담고만 있었다.

항아리해면

하트산호

그러던 어느 날 비디오 촬영에 관심이 많으신 서동성님이 문자를 보내왔다. 헉! 6월 중순에 아주 저렴한 세부퍼시픽 딜이 나왔다는 게 아닌가! 요런 핫딜을 놓칠 수가 있나? 공항세+유류할증료 포함 단돈 24만원으로 투어를 갈 수 있다니! 냉큼 네이버 달력을 펴서 확인해보니 아닐라오의 장점이 확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두마게티나 보홀처럼 국내선 비행기를 타거나 오션젯 등의 선박을 이용하지 않고도 마닐라 공항에서 바로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6시간이나 대기할 필요 없이 바로 픽업 차량을 타고 출발하면 된다는 것. 물론 그만큼 시간이 세이브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세이브된 시간은 곧 투어시간의 연장! 바쁜 시간을 쪼개 간신히 연휴에 연차를 이어 붙여 다녀오는 빠듯한 직장인의 일정에 최적이라는 뜻이다. 평소에 관리하던 투어전용 엑셀파일을 열고 타임스케줄을 짜보았다. 엉? 이거 왠걸! 무리하게 연휴에 붙이거나 연차 3일을 쓰는 부담 없이, 단 연차 2일만 써도 투어를 다녀올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하하! 이거 대박이 아닌가! 솔직히 연차 2일은 아주 타이트한 회사가 아니면 충분히 내볼 수 있는 휴가다. (아닌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오매불망 투어일자만 손꼽아 기다리는 건 모든 다이버의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 으하하! 드디어 출발시간이 왔다. 여태 밤 비행기로 도착해서 웬샤스파나 몰오브아시아(Mall of Asia)에서 쇼핑 후 마닐라공항으로 돌아와 국내선을 타기만 해봤지, 아침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으로 가는 일정은 생전 처음이었다. 회사에서 퇴근 눈치 보면서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인천공항 도착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새벽 3시에 기상해야 하는 건 좀 아니다 싶긴 하지만. 이번엔 서동성님과 권혁철님 2분과 함께 투어를 가게 되었다. 두 분 다 다이빙은 베테랑들이시고, 서동성님은 특히 비디오 및 사진촬영에 고수라 같이 다이빙할 생각에 무척 기대가 컸다. 마닐라공항에 도착해 픽업차량을 타고 약 2시간을 달려 몬테카를로 리조트에 도착했다. 음 그런데 생각보다 육지이동은 꽤 힘든 일이었다. 국내선 비행기 탑승 후 보통 30~40분내 도착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량이동은 몸의 피로도가 더 높은 듯한 느낌이었다.
도착 후 바로 비치에서 사장님과 함께 체크다이빙에 들어갔다. 사장님도 씨앤씨하우징을 그날 첫개시하셔서 방수테스트를 진행하셨다. 나도 하우징을 오랜만에 사용하는지라 일단 휴지만 넣고 하우징 방수테스트와 웨이트/부력 정도를 가늠하며 시야/수온/지형을 익히며 진행했다. 시야는 매우 탁한 편이었는데 서동성님이 갑자기 셰이커를 흔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바다거북 한 마리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출수 후 물어보니 동네 강아지 수준으로 볼 수 있는 거북은 아닐라오에서는 꽤 보기 힘들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당시 숍은 정전상태라 에어컨이 잠시 나오지 않았다. 약 1시간이 지나자 다시 전기가 들어왔는데 아 에어컨 없이 지내기란 문명에 찌든 우리에겐 힘든 일인 것 같다. 첫날 저녁이 어둑어둑해지자 숍 주변을 탐색해보았다. (어느 투어장소든 주변 지리파악이 가장 급선무인 듯?) 숍 정문 앞에 로컬 구멍가게가 하나 있고 시장은 좀 더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뭐 거의 모든 것이 숍에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수중사진가에게 최고의 숍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카메라 룸이 매우 잘 갖춰져 있었다. 도서실처럼 각 칸마다 각자의 카메라를 세팅할 수 있는 공간이 책상으로 마련되어 있고, 배터리충전도 용이하게끔 전원코드도 각 테이블마다 준비되어 있었다. 제일 좋았던 점은 습기에 자주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카메라와 렌즈를 건조시킬 수 있는 건조기가 준비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암과 렌즈 등을 하우징에 세팅하면서 이렇게 편하게 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 룸은 또한 자동 키패드로 시건장치가 되어있어 저녁에는 자동으로 문을 닫으면 잠기게 되어있어 마음 편히 카메라를 놓고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마크로 촬영지를 선택해 다이빙 투어를 진행했다. 유니크한 레어 피사체들을 찍을 생각을 하니 무척 기대감에 두근두근한 가슴으로 방카보트에 올랐다. 보고 싶은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타이거/콜먼/도널드덕 쉬림프, 제브라 크랩, 블루링/코코넛 옥토퍼스 등 실컷 찍고 가리라는 생각을 하며 어느새 코알라 포인트에 도착했다.
입수 후 떠오른 것은 ‘이게 정말 마닐라 공항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바다환경이라고?’ 라는 생각이었다. 매우 잘 보존된 산호와 부착생물, 어류가 있어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어제 체크다이빙이 비치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가이드가 좀 괜찮은 피사체를 파인딩 하기를 기다리는데 로델이라는 요 가이드는 마크로 파인딩에 상당한 기술이 있다고 하나 아직은 딱히 보여줄 만한 게 없는 모양이다. 회초리산호에 붙은 흔한 공생새우나 찍고 있는데 누디와 산호처럼 위장한 개오지, 산호에 숨어사는 크랩류 등을 찾아줘서 몇 장을 찍었다.

트리플핀
안티아스

할리퀸
성대

출수 후 수면휴식 중에 썬뷰 포인트로 이동해서 도널드덕 쉬림프와 광대새우를 찾았다. 도널드덕 쉬림프는 두마게티에서 발견 후 눈으로만 보고 쏙 들어가버려 사진촬영을 못해 크게 아쉬웠는데 이번에도 다른 분들이 찍다가 쏙 들어가버리는 게 아닌가! 낙담하고 있다가 항상 사람들이 간 후에 쏙 나온다는 걸 떠올리고 정지상태로 대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 보여줘서 얼른 한 장을 찍었다. 아 이럴 땐 정말 AF가 느린 똑딱이가 야속할 뿐이다. 이번에 올림퍼스 미러리스가 도착하면 다음 투어부턴 최소한 AF 걱정은 없겠구나 하고 물속에서 떠올린다.
세 번째 포인트는 마또 포인트였는데 역시 오후 시간대라 시야가 좋지 않았다. 숍으로 복귀 후 나이트 다이빙을 하겠다고 하니 가이드 표정이 영 별로다. 좀 힘들었나 보다. 하지만 아닐라오까지 와서 나이트 다이빙을 안하고 갈 수 있겠는가? 결국 하루 4회 다이빙을 하게 되었다.
나이트는 바수라 포인트에서 진행했으며 크랩류와 스쾃랍스터, 할리퀸스위트립스, 광대새우와 씨모스, 넙치, 스톤피쉬 등을 촬영했다. 이제 잔압을 보고 출수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아 눈앞에 모또띠가 있었다!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녀석인데 아무 생각 없이 눈앞에 나타나다니! 얼른 촬영을 하고 있는데 탐침봉 탱크 뱅잉 소리가 엄청나게 들린다. 고개를 들자 약 4m 전방에 오징어 3마리가 형광 빛을 발하면서 UFO처럼 캄캄한 허공에 떠있었다. 몇 초를 멍하니 보내고 얼른 정신을 차려 카메라 세팅을 바꾸며 다가갔다. 코앞까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유유히 유영하고 있다. 푸른 형광빛이 LED처럼 실시간으로 흐르며 반짝인다. 이런 순간은 정말 다이버에게 행복한 시간 그 자체가 아닐까? 황홀한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출수를 한다. 달과 함께하는 나이트의 출수는 언제나 낭만적이다.

3일 째는 광각포인트라 모두 광각세팅으로 준비했다. 원래 계획은 베아트리체로 가려고 했으나 조류가 워낙 거세서 오픈워터 1분이 우려되어 좀더 떨어진 코랄가든으로 이동했다. 입수하자 어제 코알라포인트보다 훨씬 잘 보존된 환경이 보였다. 조류가 있어 최대한 바닥으로 접근해서 진행했다. 큰 항아리산호와 꽃밭처럼 펼쳐진 산호군락이 장관이었다. 대물은 거의 없는 듯 하며, 작은 크기의 어류가 많았다. 중반에 씨팬이 인상적이었고 안정정지 때는 할리퀸스위트립스 유어를 만나서 동영상을 찍었다.

잭피쉬

복어

두 번째 포인트는 다릴라웃인데 건축물의 H-빔을 빠뜨린 곳이라고 한다. 조금 진행하자마자 바로 거대한 난파선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약 15~20° 정도의 경사도를 가지고 구조물이 형성되어 있어 하단부는 꽤 수심이 깊었다. 구조물의 하단부에는 뱃피쉬 무리가 상주하고 있어 매우 멋진 광각포인트이나 촬영시 쉽게 무감압다이빙 한계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 촬영 후 데코를 몇 분 남기고 얕은 수심으로 올라왔다. 수심이 깊기 때문에 광량이 부족할 수 있어 동영상 촬영을 한다면 지속광의 광원을 충분히 갖춰야 그림이 잘 나올 것 같다. 구조물 상단에는 높은 기둥이 있어 이를 살리면 꽤 멋진 광각사진도 찍을 수 있을 듯 하다. 구조물의 바닥부위에는 트럼펫 피쉬가 있고 노란색 스내퍼 무리가 소규모 상주하고 있었다. 대심도 다이빙을 거의 피할 수 없는 포인트라 첫 번째 다이빙에 들어오는 것이 더 나을 듯 하지만 보트의 이동경로상 먼저 들르기는 힘든가 보다.


누디

드디어 마지막으로 잭피쉬로 유명한 포인트인 트윈락으로 도착했다. 해변에 가까운 위치라서 그런지 시야는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보통 시야가 안 좋으면 대물이 잘 나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좋은 사인으로 생각되었다. 중반쯤 진행하다가 매우 얕은 수심에서 잭피쉬 군무를 만났다. 거의 3~5m 사이에서 군무가 펼쳐져 있었다. 광각모드로 동영상을 촬영하며 원을 그리면서 잭피쉬의 군무가 외해로 나가지 않게 유도하면서 영상을 담았다. LCD 결과물은 참 좋은데 역시 동영상은 소니로 가야하는지 올림푸스의 동영상은 리뷰 해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이빙도 끝나고 마지막 날은 여유롭게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서 망고쥬스를 실컷 마셨다. 그 동안 촬영한 사진을 리뷰 해보면서 이번 아닐라오 투어를 돌이켜보니 정말 알찬 투어라고 생각되었다. 단 2일의 연차만으로도 3일 다이빙을 즐길 수 있고 단 3일만으로도 5박 6일 못지않은 체감이 들었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대비 만족도라면, 더구나 빡빡한 일정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라면, 마닐라에서 2시간 만에 도착 가능한 천혜의 환경, 아닐라오를 추천한다.

몬테칼로 리조트
바다로 고고~~
아닐라오의 일몰
    
현수현(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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