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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욱의 메디컬 다이빙 - 감압병에 대하여(2012.04.28)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다녔던 기억이 많다. 맏손자였던 필자는 유독 할아버지를 많이 따라다녔다. 목욕탕, 식당은 물론 명절 때면 친척집에도 항상 필자를 데리고 다니셨으며 필자 또한 그러한 일들이 싫지는 않았다. 목욕탕에서 아프도록 때를 밀어주시는 행동을 제외하곤 말이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손자에게는 흰 우유를 사주셨고 당신께서는 시원한 사이다를 투명한 유리컵에 따라 드시곤 하셨다. 당시에 필자는 우유보다도 자그마한 공기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오는 시원한 사이다를 더욱 먹어싶어 했기에 할아버지께서 사이다를 조금 남겨 주셨던 기억이 난다. 이마에 하얀 수건을 휘감고 얼굴이 발그레 변하신 할아버지께서 사이다를 마시던 모습은 참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지금도 사이다를 유리컵에 마실 때면 할아버지 생각이 나곤 한다. 사이다는 차가울수록 뚜껑을 열 때 ‘펑’소리가 크고 공기방울이 많이 올라오는데 이럴수록 제 맛이다.

이번엔 ‘감압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헨리의 법칙(Henry's Law)에 대하여 배웠을 것이다. 일정한 온도에서 일정 부피의 액체 용매에 녹는 기체의 질량 즉 용해도는 기체의 부분압력에 비례한다는 내용이다. 쉽게 설명하면 같은 온도에서 압력이 높을수록 액체에 더 많은 기체가 용해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는 샤를의 법칙(Charles' Law)이다. 압력이 일정할 때 기체의 부피는 종류에 관계없이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0℃일 때 부피의 1/273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온도가 낮을수록 더 많은 부피의 기체가 액체로 녹아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차가운 사이다의 뚜껑을 여는 순간 주변의 낮은 환경압과 온도차이로 녹아있던 기체들이 순식간에 작은 공기방울들로 바뀌며 배출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감압병의 발병기전이다. 사이다를 만들 때 높은 압력 하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용매에 녹아 들어가듯 수심이 깊어지며 압력이 증가 할수록 우리의 혈액 속에는 많은 양의 질소가 녹아들어 간다. 사이다의 뚜껑을 여는 순간 환경압이 낮아지면서 수많은 이산화탄소 버블들이 녹아나오듯 다이버가 깊은 수심에서 빠르게 상승하게 되면 질소가 혈액으로 순식간에 녹아나와 공기방울을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버블이 혈류의 흐름을 방해하면 감압병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면 감압병의 증상들에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첫 번째 가장 흔한 증상으로 벤즈(bends)라고 불리는 관절주위의 근육과 인대의 통증이다. 주로 어깨 관절에 흔히 나타나며 손목, 무릎, 팔꿈치, 고관절과 같은 큰 관절에 주로 발현된다. 벤즈의 경우에는 일차적인 근골격계 질환들과 감별이 필요하기도 하다.

둘째로 뇌와 척수와 같은 신경계 침범으로 감각운동기능 및 지적능력감소, 반사기능의 저하와 심하면 의식이 떨어지는 증상들이다. 뇌 감압병의 경우는 대부분 두통증상을 동반하며 어지럼증, 언어장애, 시야의 혼돈, 발작 등으로 전개된다. 척수 감압병은 흉통과 복통증상이 선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마비와 저림 증상과 같은 감각이상 증상이 대부분이다. 만약에 항문과 방광기능을 관장하는 신경이 침범되었다면 배변배뇨장애가 유발되며 아주 심한 경우에는 하반신마비(paraplegia) 또는 사지마비(quadriplegia)로 인해 거동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세 번째 심장과 폐에서 발생하는 감압병은 조이는 듯한 심한 흉통과 숨참, 답답함을 호소하게 된다. 심장과 폐 속에서 버블이 발생되어 유발되는 증상들이며 이런 경우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피부증상이다. 피부표면 가까운 모세혈관에서 버블들이 피부로 가는 혈류를 방해하여 가려운 증상 및 발진 또는 말초순환장애에 따른 부종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크게 몇몇 가지 증상들만 예를 들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신체의 모든 부분에서 감압병이 유발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감압병의 증상은 대부분 15분에서 12시간 사이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1시간 이내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드물지만 24시간 이후에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도 있다.

건강하던 사람이 다이빙 후 멍청해 보이거나 전신에 힘이 빠진다고 호소를 한다든지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한다면 감압병을 의심해야 한다. 감압병 발생시 응급상황의 경우에는 기도확보 및 호흡과 혈압의 유지가 일차적으로 선행되어야겠지만 감압병 치료의 근간은 100% 산소를 공급하면서 편안한 자세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며 챔버를 통한 재압치료가 권장된다.

아스피린의 경우 감압병 치료에 사용은 되고 있으나 효과가 검증된 것은 아니다. 관절 증상에서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과량 복용 시 오히려 출혈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감압병의 치료에 앞서 더욱 중요한 점은 바로 감압병의 예방이다. 다이빙 후 출수직전 혈액 및 조직에 녹아들어간 질소가 완전히 배출되도록 분당 9m 이내의 속도로 천천히 상승하는 것이 중요하며, 다음 다이빙 전 수면휴식시간을 충분히 가져서 무리한 다이빙을 피하는 것이 감압병의 예방에 중요하다.

대기기온이 포근한 요즘 유채꽃이 만개한 제주도로 다이빙을 떠나봄이 어떨런지......^^

SSI 강사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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