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준의 시가 있는 바다 살며시팔라우코롤 근처해저 40미터스산한 분위기의난파선 한 척이 잠들어 있어요칠 년 전 오년 전 삼 년 전 찾아 갔을 때조타실 근처에 분명 놓여있던클리노메터 하나배의 경사를 측정하던내 삶의 균형을 잡아주던작은 단지만한 녹슨 기계이제는 사라져 버렸네요온갖 쓰레기는잘도 버리더만참 그악해요인간의 끝없는 이기심이럴 땐다이버인 내가진짜 진짜 부끄러워요누군가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으면하얀 달 빛나는 밤바다 속에아무 일 없었다는...
저 여린 것들을신들의 정원팔라우 록 아일랜드Ongeim’l Tketau푸르고 깊은 산 속 호수에착하고 순한 해파리들이 모여 살았단다만 년도 훨씬 머언 오랜 시간 전에바다를 떠나 독이 뭔지 잊어버린여리디 여린 생명들이햇살 아래 춤을 추던 호수가 있었단다사람의 손길이 뭔지오리발이 뭔지날개는 찢어졌고 촉수는 떨어졌고독을 품은 몇몇은 깊고도 깊은 심연으로 사라져갔단다만 년의 시간이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단다이렇게 모진 우리들에게곧 다가올 미래는도대체 도대...
김기준의 시가 있는 바다광어여느 물고기와 같이 깊은 바다를 헤엄치다가 문득쏟아지는 별들이 보고 싶어 옆으로 누워 보았더니불편도 하고 반짝이는 별들이 슬퍼 보이기도 하이마를 찡그려 나머지 한 쪽 눈을 당기던 어느 날내장이 틀어지고 근육이 찢어지고 등뼈가 돌아가고고개가 꺾이더니 마침내 입과 턱이 돌고 눈도 돌아바다 밑에서 가만히 엎드려 별을 볼 수 있게 되었다하늘도 가만히 있기에는 미안하고 참 고맙기도 해서그 인고의 등 짝 위에 반짝반짝 아기별들 내려...
거품바다 깊은 곳 저 아래에서공기방울들이힘겹게 힘겹게올라와파르르 파르르떨면서커지다가수면 근처에서퍽 하고 터지면서소멸을 통하여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우리의 영혼도 정녕 이럴 것이다 김기준연세의대 교수시인서울시인협회 운영위원NAUI 강사Scubanet 자문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