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레저연합회의
연안사고예방법 규제 철폐 운동과
잠수협회의 해경 용역수주에 대한 생각
지난 6월 17일 한국수중레저연합회(회장 우대혁, 이하 한수연)의 인천 송도 집회와 시위 이후로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는 한수연을 자문역으로 삼아 그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개정안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어느 정도 안도감을 느낀 한수연 소속의 전국 수중레저업체들은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생업에 몰두하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연안사고예방법 규제 철폐 활동의 동력이 다소 약화된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해경의 용역사업 공고(수중활동에 대한 안전관리기준 제정에 관한 연구 제안)에 대해 한수연이 참가하지 않기로 결의하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한국잠수협회에서 해경의 용역에 2차례나 입찰하여 낙찰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중레저산업 종사자들의 우려와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다.
강원도수중레저협회는 잠수협회, 해양구조협회, 을지대학과 관련된 다이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진행했다
이에 한수연은 지난 7월 14일 올림픽공원 수영장내 CMAS 코리아 강의실에서 월례 대책회의를 진행하면서 해경의 용역에 응찰하여 낙찰을 받은 잠수협회의 입장을 듣고 연합회의 대응을 논하게 되었다.
이날 잠수협회에서는 홍성훈 사무국장이 와서 발표를 했는데 요지는 잠수협회는 처음부터 연안사고예방법의 개정을 주장했지만 한수연에서 폐지를 주장하고 그것이 다수의견이었기에 동참하였을 뿐이며, 한수연에서 폐지가 아닌 개정을 이야기한다면 잠수협회의 의견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용역을 맡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과 해경은 한수연을 믿지 못하고 잠수협회를 공식적인 채널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수중레저연합회 대책회의에서 잠수협회의 용역수주와 관련된 내용을 토의하고 있다.일부에서는 잠수협회에서 용역을 하더라도 한수연의 의견을 반영한다면 이를 용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잠수협회는 한수연의 일원으로 함께 힘을 모아가겠다는 것보다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 한수연을 비난하고 분열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한수연의 결의가 있고, 용역 입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한수연에는 박성훈(KUDA 대책위원장) 씨를 통해서도 그에 대한 어떠한 설득이나 해명이 없었다. 박성훈 대책위원장은 한수연 대책회의에서 자신은 개인적으로 잠수협회의 용역입찰에 반대하지만 협회에서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한수연의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용역 낙찰이 발표될 때까지 잠수협회가 용역에 입찰하기로 했다는 결정조차도 알리지 않았다.
잠수협회에서 용역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면한 난관을 이해 당사자 모두가 힘을 모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잠수협회가 분열을 초래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이를 간과했다가는 어렵게 결집된 수중레저산업 종사자들의 힘이 흩어져서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하고 흩어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간 연안사고예방법의 수중형체험활동 규제 철폐대책 활동은 각 지역의 수중레저사업자, 수입업체, 교육단체, 전문지 등이 모두 모여서 대표성을 인정한 한수연의 주도로 진행되어 왔다. 해경과의 토론회, 언론 홍보, 국회의원 및 지자체 단체장 및 의원 면담, 지역 해양경비안전본부 면담 및 시위, 송도 해양경비안전본부 앞 집회와 시위 등도 모두 한수연의 주도로 진행되어 왔으며 그 결과 해경이 수중활동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전문기관의 용역을 참고하면서 한수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재개정안을 만들겠다고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잠수협회는 용역낙찰로 무슨 훈장을 받은 것처럼 스스로를 해경의 공식 채널이라고 주장하며 해경은 한수연 우대혁 회장을 좋아하지 않고, 믿을 수 없어서 더 이상 해경의 대화 채널이 될 수 없다는 식으로 폄하하였다. 우대혁 회장이 한수연의 회의에서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고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민주적으로 결론을 이끌어왔고, 또 이런 수렴과정을 위해 자비를 들여 전국을 누비며 수중레저사업자들을 만나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장의 사업자들이 생업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수협회는 이런 의견 수렴보다는 중앙회의 의도된 결론을 밀어붙이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잠수협회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수중레저사업 종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시킬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렵게 결집된 힘을 일개 조직의 이익 때문에 분열시키고 있다는 것이 작금의 잠수협회 용역입찰 사태의 본질이다. 잠수협회에 소속된 지부와 강사들이 이러한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인데 그럼에도 협회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역시나 본질보다는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잠수협회 용역 낙찰 이후 업계의 반응
강원수중레저협회(회장 임창근)는 지난 7월 17일 가장 먼저 회의를 열고 연안사고예방법 등 레저 다이빙 관련 규제법들이 만들어지는데 관련된 기관으로 해양구조협회와 을지대학교 앞에 잠수협회도 포함시켜서 이들 기관에 소속된 다이버들에게 일체의 스쿠버 다이빙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플래카드를 만들어서 소속 업체들 전부에 달아놓았다.
필리핀 세부 리조트 연합회(회장 유병선) 역시 지난 7월 17일 회의를 열고 국내 연안사고예방법 등 해경과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레저다이빙 규제법과 관련하여 잠수협회와 해양구조협회, 을지대학교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들이 밝혀지고 있으므로 이에 연합회에서는 이들 기관에 소속된 다이버들이 필리핀 세부에서 진행하는 어떠한 활동에도 지원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한국스쿠버장비수입제조업체 모임에서는 7월 26일 회의를 열고 잠수협회가 해경의 용역 입찰에 응한 것은 한수연의 이름으로 업계가 통일된 행보를 벌이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며 이에 잠수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용역 진행에 있어서 한수연의 의견을 확실하게 반영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잠수협회에 제안하였다. 이와 함께 다이빙 계 내부의 분열과 대립을 방지하기 위해 중재역을 맡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필리핀 세부리조트 연합회에서도 잠수협회, 해양구조협회, 을지대학과 관련된
다이버들의 활동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한국다이빙교육단체협의회(KDEC)는 7월 27일 회의를 열고 잠수협회가 해경의 용역에 입찰하기 전에 KDEC의 승인을 받았다고 하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고, 잠수협회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기를 요청했다. 또한 교육단체에서 한수연 대표와 잠수협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잠수협회 홍성훈 사무국장의 교육단체 의장직을 사임할 것을 권고 했지만 본인이 거절하였다. 이에 다음 회의의 안건으로 홍성훈 의장의 사임에 대한 안건이 제시되었다.
현재 잠수협회에서 한수연에 만남을 제안한 상태이다. 용역 입찰 전에 미리 상의를 하고, 설득하여 양해를 구했다면 이렇게 민망한 사태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잠수협회에서 용역을 진행한다고 해서 현재 수중레저업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독자적인 의견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고 업계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한수연으로 해경의 의견수렴 라인이 단일화되어 가는 시점에서 용역입찰을 빌미로 한수연을 부정한 것은 잠수협회의 절대적인 잘못이다. 잠수협회의 용역 보고서는 해경이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가는데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수중레저산업계의 이익에 반하는 내용이라면 한수연이 중심이 되어 또 다시 집회와 시위 등의 강도 높은 투쟁을 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디 잠수협회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수중레저산업계가 해경 앞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창피함은 좀 피하고 싶다.
아펙스코리아 건물에 걸린 플래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