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영 강사의 보라카이&수중생물 이야기 여덟번째 Instructor JK's Story of Boracay
& Underwater Creature 8th우기의 보라카이와 보라카이 갯민숭달팽이 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해 8월의 날씨보다 유난히 맑은 날이 많은 보라카이입니다. 우기가 시작되면 앞바다에서 다이빙하는 횟수보다 뒷바다에서 다이빙하는 횟수가 더 많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뒷바다 보다는 앞바다에서 계속 다이빙을 하고 있네요. 8월에 이렇게 태풍 하나 없이 맑은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니 매일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원고를 마무리하는 지금 15호 태풍 고니의 영향으로 몇 일 흐린 날씨이긴 하지만 이번 기간만 빼면 8월은 건기와 다름없는 맑은 날씨를 보여준 보라카이였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좋다 보니 예년과는 달리 아주 더운 보라카이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허핑턴 포스트지에 올라온 “바다토끼” 기사는 한여름 더위를 살짝 잊게 해줄 귀요미 그 자체였어요. 용왕님의 건강을 위해서 거북이가 토끼를 바다에 데리고 왔다면 모를까~ 당연하게도 바다에서 토끼를 볼 순 없겠죠. 사실 이 “바다토끼”라 불리는 생물은 Funeral Jorunna라고 불리는 갯민숭달팽이라는 걸 다이빙 로그가 좀 되신 분들은 아실 듯 합니다. 생긴 것이 토끼를 연상시킬 만큼 토끼를 닮아 바다토끼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름과 학명에 “토끼”라는 단어가 들어간 바다달팽이도 있습니다. Rabbit Sap Sucking Slug는 학명으로는 Costasiella usagi라고 명명되어 있습니다. 이 usagi는 일본어로 토끼라는 뜻이고요. 바다토끼라고 불리는 갯민숭달팽이 만큼이나 많은 다이버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는 바다달팽이 중 하나 입니다.
바다토끼 사진(Funeral Jorunna)
바다토끼 사진(Funeral Jorunna)
바다토끼 사진(Funeral Jorunna)
바다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생물들이 바로 물고기들인데요. 이외에도 많은 생물들이 당연히 바다 속에 존재하죠. 그 중에서도 복족류(배가 곧 발인 종류)는 다이버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만나게 되는 종류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달팽이, 고동, 소라, 개오지 등이 여기에 속하죠. 복족류는 가장 큰 연체동물의 하위분류로 약 6만종에서 8만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갯민숭달팽이ㅡ NUDUS+BRANKHIA=NUDIBRANCH갯민숭달팽이ㅡ NUDUS+BRANKHIA=NUDIBRANCH
갯민숭달팽이ㅡ NUDUS+BRANKHIA=NUDIBRANCH갯민숭달팽이ㅡ NUDUS+BRANKHIA=NUDIBRANCH이 복족류 중에서 바다 달팽이는 우리의 시선을 끌기 충분합니다. 아름다운 색상만큼이나 흥미로운 외형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다이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초심자들로부터 수중사진에 빠져있는 수중사진 애호가들까지 모두의 사랑을 받는 것이 바로 이 바다달팽이 입니다. 이 바다 달팽이는 크게 Headshield Slugs, Sea Hares, Sidegill Slugs, Sapsucking Slugs, Nudibranchs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갯민숭달팽이ㅡ NUDUS+BRANKHIA=NUDIBRANCHHeadshield Slugs의 경우 머리가 방패모양으로 생겨서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보라카이의 경우 앞바다보다는 뒷바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종류이기도 합니다. Sea Hares는 바다토끼라고 불리는 군소류로 한국의 해안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종류입니다. 머리 앞쪽의 후각돌기가 꼭 토끼의 귀처럼 생겨서 Sea Hares라고 불립니다. 보라카이에서는 야간 다이빙 시 자주 보이는 바다달팽이입니다. Sidegill Slugs는 아가미가 몸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런 이름으로 불리고요. Sapsucking Slugs는 해조류의 수액을 빨아먹는 습성으로 이름이붙여졌습니다. 보라카이의 경우 다른 달팽이보다 상대적으로 보이는 빈도가 좀 낮은 달팽이들인 듯 합니다. Nudibranchs는 필리핀 바다 속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바다달팽이의 종류이며 앞바다와 뒷바다 모두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섯 종류의 바다달팽이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며 가장 많은 종류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 바로 Nudibranch라 불리는 갯민숭달팽이 입니다.
NUDUS+BRANKHIA=NUDIBRANCHNudibranchs는 라틴어 NUDUS(naked라는 의미)와 그리스어 BRANKHIA(gill이라는 의미)의 두 단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가미가 외부로 돌출되어 있다는 뜻인데요. 물 속에서 만나는 갯민숭달팽이의 아가미가 돌출되어 있는 특징이 이름으로 붙여졌습니다. 생물의 학명이나 이름이 만들어질 때 보통은 라틴어+라틴어의 조합이든지 그리스어+그리스어의 조합이 많습니다. 그러나 갯민숭달팽이의 경우에는 라틴어+그리스어의 조합으로 생김새만큼이나 특이하게 이름이 만들어졌네요. 아가미가 돌출되어 있다는 것 외에도 갯민숭달팽이는 흥미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암컷과 수컷이 한 몸에 있다고 해서 ‘자웅동체’라고 하는데요. 이런 자웅동체의 생물의 경우 번식을 위해서 교미가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갯민숭달팽이의 경우도 다른 갯민숭달팽이와 교미를 하게 됩니다. 이는 자신의 몸에 있는 유전자만 이용하게 되면 악성유전자끼리 만나게 되어 불량한 자손을 낳을 수 있는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암/수를 한 몸에 가지고 있긴 하지만 따로 교미를 하게 되는 것이죠.
갯민숭달팽이는 초보 다이버들에게는 아주 예쁜 녀석 정도의 의미이지만 수중사진가들에게는 나름 큰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수중사진을 갓 시작한 초보들에게 참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피사체 입니다. 쉽게 움직이지 않는데다가 색상이나 모양이 화려해서 계속해서 찍더라도 크게 지겹지 않으니 말이죠. 그리고 같은 갯민숭달팽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아주 달라질 수 있으니 수중사진을 연습하기에는 금상첨화인 셈이죠.
갯민숭달팽이의 교미 사진이렇게 초보 수중사진가들에게 친절한 모델이 되어주는 갯민숭달팽이를 보노라면 필리핀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어떤 존재들이 자꾸 연상됩니다. 바로 “빠끌라(Bakla)”라고 불리는 필리핀 남성 트렌스젠더들이죠(“빠끌라Bakla”는 필리핀에서 “여장남자” 혹은 “게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들은 신체구조가 남자이지만 행동은 영락없는 여성입니다.
어메이징쇼일부 “빠끌라”들은 여성 호르몬을 투약해서 자신을 좀 더 여성처럼 보이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꽤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일부 “빠끌라”들은 외모가 여성과 전혀 다를 바 없어서 감쪽같이 속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대부분의 “빠끌라”들은 우락부락한 남자처럼 생겼는데도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있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필리핀의 사회적 분위기가 “빠끌라”를 배척하거나 차별을 한다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필리핀에서 오랜 생활을 하신 분들은 필리핀에 남자, 여자 그리고 빠끌라가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할 만큼 필리핀 내에서 이들의 존재는 아주 자연스러운 존재입니다.
어메이징쇼에 출연중인 빠끌라보라카이와 마닐라, 세부 등 필리핀 유명 휴양지에서는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관광상품들도 존재합니다. 바로 “어메이징 쇼”라는 상품입니다. 태국에 알자카 쇼가 유명하긴 하지만 알자카 쇼도 초창기 땐 필리핀 빠끌라들을 불러들여서 쇼를 완성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아무 정보 없이 단순히 이 쇼를 본다면 아주 예쁜 여성들이 나와서 쇼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트레스젠더들이 나와서 쇼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쨌든 필리핀에서 몇 년째 살고 있는 저로써는 갯민숭달팽이를 볼 때마다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필리핀의 “빠끌라”들이 자동적으로 연상이 되곤 하네요.
갯민숭달팽이 -NUDUS+BRANKHIA=NUDIBRANCH
빠끌라와 갯민숭달팽이는 필리핀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듯이 보라카이에서도 흔하게 갯민숭달팽이를 만날 수 있는데요. 이들은 바다 속에서 아주 화려한 몸색깔로 “나 여기 있다~”라고 광고를 하고 다닙니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생존을 위해서 주변의 색깔과 비슷한 보호색을 띄고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갯민숭달팽이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형형색색,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있어서 저 멀리서도 단연 눈에 뛸 수 밖에 없습니다. 어찌 보면 생존을 위한 전략을 포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식사중인 갯민숭달팽이그렇지만 갯민숭달팽이는 “자포”라는 강력한 비밀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화려한 색을 띠고 있더라도 물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이 화려한 색은 포식자들을 향해서 “잘못해서 나를 먹게 되면 너희는 아주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될 거야” 라는 경고입니다.
그럼 이 자포는 어떤 것일까요? 자포는 촉수 속에 숨겨진 작살과 같은 무기입니다. 그래서 다른 생물에게서 위협을 받게 되면 용수철처럼 튕겨서 나가서 발사되는 것이죠. 중국무술영화에 나오는 장풍과 비슷할 듯 한데요. 갯민숭달팽이를 먹으려고 시도를 해봤던 물고기들은 아마 이 자포 때문에 두 번 다시 갯민숭달팽이는 입에 대지 않을 만큼 끔찍한 경험을 기억하는 듯 합니다.
이 자포는 어디에서 얻게 되는 것일까요? 갯민숭달팽이가 평소에 먹는 것들과 관련이 있을 듯 합니다. 갯민숭달팽이는 해파리나 히드라 등의 자포동물을 평소에 즐겨 먹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자포동물에게서 얻은 자포를 몸 속에 비축해 놓았다가 비상시에 사용하게 되는데 사용 방법도 원래 해파리나 히드라 등이 가지고 있던 그 방법 그대로 입니다. 그래서 껍질이 없는 말랑말랑한 연약한 몸뚱이로 바다 속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아름답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죠.
식사중인 갯민숭달팽이 갯민숭달팽이의 CANNIBALISM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전쟁영웅 아킬레우스는 테살리아 지역 프티아의 펠레우스 왕과바다의 여신 테티스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테티스는 아킬레우스를 불사의 영웅으로 만들고 싶었던 마음에 저승의 스틱스 강에 아킬레우스의 몸을 담갔습니다. 이 저승의 스틱스 강에 몸을 담그면 그 어떤 무기로도 해칠 수 없는 천하무적의 몸이 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아킬레우스를 스틱스 강에 담글 때 어머니인 테티스는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킬레우스의 약점은 바로 뒤꿈치인 것이죠. 이 후 세월이 흘러 천하무적의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 최고의 전쟁영웅이 되었지만 결국 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가 “아킬레스 건”이라고 부르는 건 여기에서 유래를 하는 것이죠. 천하무적일 것 같았던 아킬레우스도 결국 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음을 맞이하듯 누구나 약점은 있다는 것인데요.
강력한 비밀무기인 자포를 가진 갯민숭달팽이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혹은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이들 중 몇몇은 동족인 갯민숭달팽이를 잡아먹는다는 것 입니다. 언뜻 자포를 가지고 있기에 그 어떤 포식자도 갯민숭달팽이를 먹을 수 없을 것 같지만 같은 동족인 갯민숭달팽이는 비밀무기가 통하지 않는 바로 아킬레스 건인 셈이죠.
Hypselodoris apolegma가 Gymnodoris rubropapulosa를 먹고 있는 장면
갯민숭달팽이가 동족을 잡아먹는 건 카니발리즘(동족살해)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 사이에서만 이런 카니발리즘을 발견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인간들의 역사 속에서도 이런 카니발리즘을 발견할 수 있으며 심지어 “헨젤과 그레텔”같은 동화나 민속 이야기 등에서도 잔인한 카니발리즘에 관한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생물들에게서 이런 카니발리즘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카니발리즘은 교미를 끝낸 암컷 사마귀가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는 이야기인 듯 하구요. 어미 거미가 갓 태어난 자신의 새끼들에게 자신의 몸을 먹도록 허용하는 이야기도 우리가 자주 접해온 이야기입니다. 사실 동물이나 곤충 등 다른 생물의 카니발리즘은 이상하거나 혐오스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 카니발리즘이 갯민숭달팽이에게도 해당된다고 하면 인간사회의 카니발리즘을 듣는 만큼이나 많은 분들이 놀라실 듯 합니다.
Hypselodoris apolegma가 Gymnodoris rubropapulosa를 먹고 있는 장면사실 갯민숭달팽이끼리 잡아먹는 이야기는 유튜브의 동영상을 통해서 2년 전쯤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설마 갯민숭달팽이끼리 그런 짓을 할까 싶었지만 몇몇 갯민숭달팽이 관련 서적을 찾아보니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지난 달 7월에 보라카이 뒷바다에서 실제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세렝게티의 초원 같은 야생의 뒷바다라고 8월호에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마냥 귀엽다고 생각한 갯민숭달팽이의 잔혹극이라서 더욱 충격적으로 기억될 듯 합니다.
Hypselodoris apolegma가 Gymnodoris rubropapulosa를 먹고 있는 장면이 장면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사냥을 한 이후였습니다. 희생양이 된 갯민숭달팽이의 머리가 Hypselodoris apolegma(Robe hem Hypselodoris)라는 갯민숭달팽이의 입 속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혹시 다쳐서 내장이 밖으로 돌출된 것 아니면 기형인 갯민숭달팽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입 속에 다른 종류의 새끼 갯민숭달팽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새끼 갯민숭달팽이는 Gymnodoris rubropapulosa였습니다.
같은 동족을 잡아먹는 갯민숭달팽이가 많지는 않습니다. Hypselodoris, Gymnodoris, Roboastra 등이 소위 동족킬러 갯민숭달팽이들 입니다. 이들은 심지어 교미 후에 자신과 교미한 달팽이들도 잡아먹는다는 기록이 남아있긴 합니다. 이번에 희생이 된 갯민숭달팽이의 정확한 종은 Gymnodoris rubropapulosa(Red bumpy Gymnodoris)이며 사실 같은 종류인 Gymnodoris aurita(Strawberry nudibranch)는 공룡계의 폭군인 Tyrannosaurus rex의 별명을 본 따 Gymnodoris rex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다른 갯민숭달팽이를 잡아먹는 걸로 유명한 동족살해 갯민숭달팽이 입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운이 나쁘게도 자신이 희생양이 되었네요.
Hypselodoris apolegma가 Gymnodoris rubropapulosa를 먹고 있는 장면 동족을 먹는 물고기에 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동족을 먹는 갯민숭달팽이가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 놀랄 수 밖에 없을 텐데요.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데 갯민숭달팽이가 이렇게 육식을 좋아하는 생물이었다니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다이버들도 있겠지만 사실 갯민숭달팽이는 자포동물인 히드라, 해파리를 먹을 만큼 식성이 참 좋은 생물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말미잘, 납작벌레, 갑각류, 심지어 물고기까지 못 먹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식성을 자랑합니다. 이 먹잇감에 자신의 동족인 갯민숭달팽이까지 들어간다는 건 참 안타깝긴 합니다.
어느 생물이건 동족을 잡아먹는 생물들은 좀 더 혐오스런 생물로 취급 받거나 괴물로 취급 받기 일쑤인데요. 바다 속 귀여움의 상징인 갯민숭달팽이의 숨겨진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분들도 계실 듯 하네요. 갯민숭달팽이가 다른 갯민숭달팽이를 잡아먹는 생태적인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뉴스에서 연쇄살인범 소식을 접하는 소식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만큼 평상시에는 잘 보기 힘든 모습이죠. 모든 갯민숭달팽이들이 서로를 잡아먹는 건 아니니 갯민숭달팽이를 괴물 취급하진 마시고요.
암/수컷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자웅동체의 몸으로 교미를 하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독을 섭취하고 그리고 몇몇 갯민숭달팽이들은 자신의 동족인 갯민숭달팽이들을 먹이로 한다니. 여러모로 알면 알수록 참 신기한 갯민숭달팽이의 세계입니다. 앞으로 보라카이 바다 혹은 필리핀 바다 속에서 갯민숭달팽이를 만나게 된다면 이전과는 다르게 단순히 귀여운 존재 그 이상으로 보이게 될까요?
보라카이의 우기가 이제 2달 더 남았습니다. 남은 동안 보라카이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다음 시간에도 보라카이 우기 소식과 생물 소식으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장기영
PADI MASTER INSTRUCTOR
PADI Digital Underwater Photograper Instructor
보라카이 밀키스 다이브센터
(한국팀: 아쿠아스페이스스토리) 책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