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났던 한국의 해마들
필자가 경남 통영 즉 해저터널로 알려진 미륵도에 들어서면 한산도가 바라다보이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여러 곳을 다이빙 하면서 통영지역에 서식하는 여러종 의 해마들을 관찰했던 적이 있다. 약 7~8 년간 주간 또는 야간다이빙에서 만났던 해마들은 그 모양이나 형태 그리고 색상들로 구분해 보자면 약 4 종의 해마들을 만난 것 같다.
이렇게 저조일 경우에는 배가 움직이지 못해서 뒷바다 야간 다이빙은 진행이 불가능 합니다.
해안가는 파도가 약하며 바닥층은 모래뻘이고, 주변에 해마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모자반이 있었야 하며, 수심은 1.5m에서 8m 층에 주로 볼 수가 있었다.
주간에는 은신처가 되어주는 모자반 숲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어두운 밤이 되면 해조류의 돌출된 곳에 고개를 내밀고 수없이 지나쳐가는 작은 곤쟁이들을 사냥해서 생존을 이어간다. 하여 플랑크톤이 분포하는 갯벌 바닥과 해조류는 해마들의 생존 조건에 필수요소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가 강원도로 이주를 하여 동해 다이빙을 주로 하게 되면서 문득 수심이나 수중환경 조건이 남해안의 형태와 비슷한 몇 곳을 접할 때 마다 이곳에도 해마가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상상을 하곤 했다. 하여 이곳 저곳 다이빙을 하면서 한번씩 수심 얕은 항포구를 택해서 쉽지 않은 야간다이빙을 하면서 혹시라도 동해안에서 살아가고 있을 해마를 수없이 찾아보던 중 드디어 강원도 고성에서 그 반가운 해마를 만나게 되었다.
뒷바다 TULUBAHN포인트에서 본 생물들의 다양한 생태적인 모습남해안의 계절변화나 절기에 따른 수온의 변화를 볼 때 동해는 해마에게 있어서 훨씬 가혹한 조건임이 분명하다.한겨울 수온이 내려갈 적에는 수심 4m에서 다이브 컴퓨터의 수온이 2℃를 가리키는 것이 다반사였기에 이렇게 낮은 수온에 살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웠는데 반가움은 장말 배가 되었다.
우선 해마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모자반이 있는 지역이 해안가를 따라 아무 곳에서나 만나기 힘든 조건이었고, 설사 모자반이 있다 해도 다년생이 아닌 곳에서는 한겨울에나 모자반이 피어나기에 해마가 있어도 환경적으로 열악한 것운 분명한 사실이었다.
필자가 고성지역에서 처음 해마를 발견한 곳도 모자반이 없는 늦가을의 밤이었고, 그래서 잘피 밭에서 뻘모래 지역의 먼지를 뒤집어쓴 녀석을 만나게 되었다.색상은 남해안의 해마처럼 갈색을 띠고 있었으나 자세히 관찰해보니 주둥이가 남해안의 해마들보다 절반 정도가 짧다. 그리고 남해안의 해마들은 해조류인 모자반과 흡사하게 위장하기 위해 온몸에 가시가 돋아난 모양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인데 동해안에서 이제껏 만났던 2 종류의 해마들은 한결같이 주둥이가 짧고 몸이 매끈한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차이점이 있다.
모자반이 없거나 개체가 적은 관계로 녀석들은 야간에 먼지를 덮어 쓴 폐 로프에 꼬리를 감고 있기도 했고, 심지어 폐 통발의 그물망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남해안의 경우 대략 5월에서 7월 사이가 해마들의 산란철이기에 그 즈음에 만나게 되는 해마들은 독립생활의 특성에서 벗어나 두 마리가 한 곳에 꼬리를 감고서 서로 육아낭을 맞대고 있는 진기한 광경도 이따금 목격하기도 했다. 또한 7 월의 언저리에는 갓 태어난 어린 해마들이 모자반 여기저기에서 가냘픈 몸매를 하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작은 세계를 관찰할 수도 있었다.
동해에서도 남해안의 경우처럼 해마들의 산란철이 초여름 정도일 것인지 아니면 따듯한 봄날일 것인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찰 다이빙을 통해서 확인해볼 계획이다
이렇듯 다이빙을 하면서 어느 한가지 수중생물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찰을 하다 보면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특성이나 생활방식을 엿볼 수가 있으며 어느 순간에서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신비로운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다.
무릇 살아있는 생명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야 제각각 이겠지만 때론 처절한 생활 환경에서 꿋꿋하게 살아내는 모습에서 숙연해지기도 하고, 더불어 내 삶에도 용기를 내어볼 수 있다. 이렇듯 미물이나 인간이나 삶이란 공통점이 많은 것이기에 느끼는 감정 또한 가깝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철이면 수중생물들은 더욱 활발해지는 시기로 접어든다. 앞으로 자주 보이게 될 해마를 비롯해서 여러 수중생물들과의 겨울 만남을 기대해 본다. 참복 박정권
신풍해장국 대표
수중사진가 &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