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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제주바다-이 운철

가을의 제주바다

제주의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제주의 산과 들은 가을이면 은색과 황금색 그리고 붉은 색들로 짙어간다. 중산간의 오름들에는 온통 억새들로 은색 물결이 출렁거리며, 때로는 노란 황금빛으로 벌판을 물들이기도 한다. 또한 멋들어진 건물의 담벼락이나 숲 속의 통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들은 육지의 단풍만큼이나 붉게 물들어간다. 제주도의 오름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을에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이 제주의 오름에만 오는 것은 아니다. 제주의 바다 속에도 가을이 오면 더욱 풍성해지고 짙어간다. 특히 수온은 20℃~23℃로 높아지고, 가을 하늘처럼 연일 맑은 청물이 들어 시야도 20m를 넘나든다.





문섬 바다 속에는 오색찬란한 연산호가 단풍처럼 울긋불긋 수를 놓고,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범돔들이 떼를 지어 노닌다. 새끼섬 골짜기엔 터줏대감 주걱치들이 바위를 뒤덮고 있으며, 자리돔들은 언제나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다.



여름 동안 아비의 입 속에서 부화되어 세상에 나온 어린 줄도화돔들은 얕은 수심에 몰려서 투명한 몸통들을 모래알처럼 반짝거리고 있다. 노란색의 턱수염을 움직이며 부지런히 먹이를 좇는 금강촉수들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다. 역시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다.




제주도에서 다이빙하기는 가을이 가장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때가 되면 문섬 새끼섬에는 다이버들이 꽉꽉 들어찬다. 한동안 제주도 섬 다이빙에 굶주려있던 육지의 다이버들이 제주도에서 다이빙하기에 가장 좋은 가을을 맞아 너나 할 것 없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에는 문섬을 비롯한 서귀포 지역뿐 아니라 제주도의 어느 지역이나 다 좋다. 한동안 제주도를 찾지 못했다면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제주도로 내려와 보면 어떨까? 따뜻한 수온과 맑은 시야의 제주도에서 아름다운 제주 바다의 풍광으로 몸과 마음을 물들여 보자.


글 사진 이운철
스쿠버넷 제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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