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이면 많은 사람들이 친구나 직장동료 연인 등과 함께 술자리를 하게 된다. 필자도 사람들과 어울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 기울이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렇듯 술이란 친목도모의 좋은 수단이 된다. 그러나 가끔은 지나친 음주로 인해서 즐거웠던 술자리의 마무리가 좋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 “술 앞에선 장사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 봤을 것이다. 자신의 주량보다 과도한 알코올을 섭취하게 된다면 스스로 몸을 가눌 수가 없으며 이때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무사히 귀가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스스로를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물속에서도 발생한다. 바로 질소마취라는 현상이다.
대기압 상태(1기압)에서 질소는 우리 몸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지만 다이버가 수중에서 호흡할 때(대기압보다 고압상태)는 중독 효과가 있는데 이것은 마치 우리가 술을 먹은 것과 같이 기분 좋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심해지면 물속에서 자각증상이 없어져 잘못하면 사망사고로 연결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원인과 임상적인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정확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는 않지만 수심이 깊을수록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선 수심증가에 따른 질소분압의 증가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질소마취의 양상은 어떤 특정한 수심에 도달 했을 때 수분 안에 증상이 나타나며, 더 깊이 내려가면 증상이 심해지며, 다시 얕은 수심으로 상승하면 증상이 말끔히 소실된다. 필자는 아직까지 이러한 경험이 없지만 주변의 경험담과 서적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간략히 표현해 보도록 하겠다. 질소마취가 오면 판단력과 인지력 장애 그리고 기억력 장애까지 동반되며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물속에서 행동하게 된다. 버디의 지시를 인지하지 못하게 되고, 계획된 팀 다이빙에 동참하지 못하며, 황홀경에 빠져 낄낄거리며 웃기도 하고, 호흡기를 입으로부터 분리하는 것과 같은 황당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본인 스스로는 물론 버디, 나아가서 팀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질소마취 현상이 누구에게나 올 수가 있으며, 나타나는 수심과 정도는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빙 시에는 항상 두 명 이상 짝을 이루어 계획된 일정으로 잠수를 하며, 수중에서는 수시로 서로의 안녕을 살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현상은 다이버의 의지가 강하거나 반복적으로 질소마취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면 질소마취 현상에 노출될 위험성이 줄어든다. 평상시 술에 잘 취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질소마취 현상이 쉽게 오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의지가 약하거나 초보자 또는 피곤하거나 전날 과음한 상태라면 질소마취에 폭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질소마취 정도를 표현 할 때 우리는 마티니 법칙(martini's rule)이란 표현을 쓴다. 이것은 수심 10m(1기압)씩 내려갈 때마다 빈속에 마티니를 한잔씩 더 마시는 효과와 같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더라도 개인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누구는 마티니를 여러 잔 마신다 해도 별 다른 변화가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누구는 한잔만 마셔도 급격한 변화가 생길 수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의 예방법과 그 대처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다이버의 경험과 마취에 대한 내성 정도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으나 질소마취 현상이 유발되는 수심까지 다이빙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라면 30m 이내가 안전하며 30m 이상에서 질소마취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45m 이상은 위험하다. 수심이 깊어지면 질소마취 뿐만 아니라 감압질환에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수중에서 동료가 질소마취 증상을 보인다면 즉시 인지해서 신속하게 얕은 수심으로 이동 시켜야 한다. 수심이 얕아지면서 질소분압이 빠르게 감소하게 되면 증상은 빠르게 소실 될 것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신 다이버 독자들 중 질소마취에 대한 내성을 키운다고 평소에 과음을 하실 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평상시의 꾸준한 체력관리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명심하자!!
오늘도 필자는 바다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