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동해는 청물이 들어오면서 시야가 굉장히 좋을 때가 많다고들 한다. 지금까지 한 겨울에 동해바다에 입수한 경험이 없는 필자로선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번 겨울에는 드라이슈트를 입고서라도 꼭 확인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왠지 겨울바다를 떠올리면 차디차고 매정한 느낌이 든다만 한 겨울 산행 중에 유난히 맑은 계곡물을 볼 수 있듯이 바다 속 세상 또한 춥지만 탁 트인 시야를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다. 이렇듯 한 겨울의 바다란 한층 더 매력이 있을 수가 있겠다만 우리 다이버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임에는 틀림없다. 드라이슈트를 입고 속에는 보온이 잘되는 내피와 히팅 조끼 등으로 완벽한 무장 후에야 차디찬 겨울바다에 입수 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도 수중에서 체온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정상인의 체온은 36.5℃~37℃가 정상이다. 뜨거운 온천수에서 다이빙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항상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 다이빙을 하게 된다. 때문에 우리 몸은 물로부터 체온을 빼앗기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더욱이 물에서의 전도율은 대기 상태보다 25배나 크기 때문에 쉽게 체온을 빼앗기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5월 울릉도 다이빙을 다녀왔다. 우리 일행은 이른 아침 첫 다이빙 포인트인 쌍정초로 향했다. 경험 많은 다이버들의 말에 의하면 그곳은 조류의 변화가 심해서 입수가 불가할 때가 많다고 한다. 다행히 그날은 조류가 없어서 어렵지 않게 하강해서 멋진 바다경관을 감상하고 퇴수할 수가 있었다. 이때 수온이 10℃였으며 우리는 배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두 번째 다이빙을 죽도1번 포인트 45m 해송밭으로 하강했다. 수온이 9℃ 세미드라이를 입은 필자는 추위를 느껴야만 했다.
배위로 올라와 보니 드라이슈트를 입은 다이버들은 문제가 없었지만 또 한명의 세미드라이를 입은 다이버는 심하게 추위를 느끼며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덮어주고 리조트로 돌아왔다. 창백한 입술로 마지막 다이빙을 포기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버틸만 했던 필자는 더운물로 온몸을 덥히고 나서 나머지 일행들과 마지막 다이빙을 행남등대 앞에서 마쳤던 기억이 있다. 추위를 많이 느꼈지만 못 견딜 상황은 아니었기에 무사하게 다이빙을 마무리 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만약에 몸 떨림이 심해지고 신체의 이상증후가 보인다면 다이빙을 중단하고 체온을 유지함이 당연할 것이다.
저체온증(低體溫症, hypothermia)이란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진 경우를 말한다. 체온이 떨어지면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해 몸속의 주요장기의 기능이 떨어지며 특히 심장의 펌프기능 장애로 인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며 정도가 심해지면 심장이 멈추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가 있다. 이쯤에서 저체온증의 양태를 간단하게 특징지어 보도록 하자. 초기에는 입술을 포함한 피부가 창백해 보이며 손가락, 발가락, 귓볼과 같은 신체 말단부위에 청색증이 나타나며 심하게 몸을 떨게 된다. 체온이 2℃ 정도 내려가면 몸 떨림은 조절을 할 수가 없게 되고 수중에서 미세한 운동장애가 유발되기 시작된다. 만약에 1~2℃가 더 떨어진다면 운동능력의 상실 의식저하는 물론 신체 중요장기의 기능저하로 수중에서 익사할 위험성이 증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저체온 증상의 다이버를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
더 이상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몸을 담요 등으로 감싸주고 만약에 배위에 따뜻한 물이 준비되어 있다면 먹이고 육지로 올라와서 젖은 슈트는 벗기고 건조된 옷을 입고 담요로 감싸주면 될 것이다. 이때 증상을 빨리 회복시킨다고 너무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수축되었던 말초혈관들이 갑자기 이완되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에 부담을 주어 오히려 위험할 수가 있어서 이러한 방법은 좋지 못하다. 만약에 중증의 저체온증으로 다이버가 의식이 떨어지고 늘어져 있다면 신속히 담요로 몸을 감싸고 기도를 확보해 호흡유지를 하고 심장박동과 맥박이 명백히 확인되면 119에 신고해서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시킨다. 생각하기 싫지만 호흡이 없고 심장박동 확인이 어렵다면 응급 심폐소생술을 하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방법들도 중요하겠지만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열대 바다에서 조차 맨몸으로 다이빙을 하게 되면 체온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온에 맞는 웻슈트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슈트 내부의 공기방울들이 압축되어 보온효과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드라이 슈트를 사용하면 될 것이다. 한 겨울 동해 바다 30미터시야를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