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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오, 동굴 다이빙 강사가 되기까지_오경철(2012, 02, 02)


지난 2011년 11월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된 DEMA 쇼를 관람한 다음에 플로리다의 팜스프링으로 이동하여 리차드 드레허 3세 (Richard Dreher III)로부터 TDI 풀캐이브 다이빙 강사과정을 마쳤다. 2007년 리차드에게 처음 풀캐이브 다이버 과정을 마친지 5년만이다. 수중동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동굴 다이빙을 즐기게 되기까지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내가 최초로 동굴 다이빙 비슷한 다이빙을 경험해 본 것은 1985년 청평 발전소에서 수중 작업을 할 때였다. 수심 15m에서 직선거리로 20여 m 이상 들어가는 수중 터널 안에서 작업을 하다 안전줄이 풀리면서 입구를 못 찾아 터널 안에서 고립 되었던 적이 있다. 20여 분간 암흑의 세계에서 구조될 때 까지 공포에 떨었던 기억은 끔찍하다. 50cm 정도로 불량했던 시야, 꺼져 가는 라이트, 고갈 되어 가는 공기, 어딘지 모르는 출구, 상승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 동굴 다이빙과 유사한 환경을 처음 경험하는 나에게는 공포의 시작이었다.

그 후 20년이 지난 2004년에 TDI/SDI 트레이너가 된 이후로 본격적인 테크니컬 다이빙을 즐기게 되면서 점차 동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7년 4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처음으로 풀캐이브 과정 동굴다이빙 교육을 받게 되었고, 그해 10월에 바로 다시 플로리다를 찾아서 캐이브 DPV 과정을 받았다. 이렇게 동굴 다이빙에 재미가 붙으면서 매년 평균 2회씩 멕시코와 플로리다를 찾아 동굴 다이빙을 즐기게 되었다. 2008년 4월과 10월에 멕시코 칸쿤에서 동굴 다이빙을 했고, 2009년 10월에 플로리다에서 동굴 사이드마운트 교육을 받았다. 2010년 5월과 10월에 멕시코 칸쿤을 다시 찾았으며, 2011년 4월에는 멕시코, 11월에는 마침내 플로리다에서 풀캐이브 강사과정까지 마치게 되었다. 지난 5년간 아홉 차례나 태평양을 건너 플로리다와 멕시코를 방문해 동굴 다이빙 교육을 받고, 펀 다이빙을 즐겼으며 동굴 다이빙 로그도 200회 가량 기록했다.


2008년_필리핀 아닐라오에서 재호흡기 100m 다이빙


2009년_동굴 사이드 마운트 과정


2007년_동굴 DPV과정 교육


2011년_풀 케이브 강사과정


사실 지금 내가 동굴 다이빙 강사가 되었지만 처음부터 강사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테크니컬 다이빙에서 그랬듯이 재미가 있어서 즐기다 보니 어느덧 강사 과정까지 마치게 되었고, 또한 주위에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르치는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동굴 다이빙의 매력

가끔씩 받는 질문이 동굴 다이빙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지하철 노선 속과 같은 암흑세계 속에서 미로 찾기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다만 수중이기에 강력한 라이트와 준비한 기체만을 사용하여 정해진 지역을 돌아 나와야 하는 서바이벌 게임 같다고 쉽게 이야기를 한다.

사실 동굴 다이빙은 테크니컬 다이빙의 종합 세트이자 완결편이다. 더블탱크, 사이드 마운트, 감압 스테이지, 트라이믹스, DPV(스쿠터) 등을 모두 동굴에서도 적용할 수 있고, 이와 함께 기체 계획, 배터리 계획, 감압 계획이 필요하며, 프로급 중성부력과 핀킥 테크닉을 유지하고. 모든 장비에 대한 백업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이와 함께 모든 준비가 완벽하지 않으면 스스로 언제든지 다이빙을 포기할 수 있는 냉정함도 갖춰야 한다. 동굴 다이빙은 요행수가 통하지 않는 냉엄한 환경 속을 탐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이버들이 수중동굴을 찾는 것은 빙하기까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 다이빙, 세계적인 조각가도 흉내 낼 수 없는 화려한 동굴 조형물, SF 영화 같은 느낌이 나는 수온 약층 구간, 암흑세계의 고요함 등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감히 느낄 수 없는 엄청난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동굴 다이빙의 매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가장 우선적으로 손꼽는 것은 팀원들이 함께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다이빙을 하고 끝내는 팀플레이 정신이다. 긴 시간 동안 복잡한 다이빙을 마치고 출구가 보일 때의 안도감은 마치 광부들이 광도 안에서 석탄을 캐고 밖으로 나왔을 때의 그런 기분이 아닐까?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동굴 다이빙의 참 맛이라고 생각한다.


그랑데 씨노떼

노호치나치치


천국의문


동굴 다이빙을 하다보면 수중에서 감동을 느낄 때가 많다. 지하세계의 거대한 공간과 화려한 동굴조형물을 볼 때, 아주 비좁아 몸 하나만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곳을 지나 나타나는 새로운 별천지 같은 세상을 만났을 때, 어둠 속을 뚫고 눈부시게 내리비치는 한 줄기 빛을 만났을 때, 입구에서는 별 볼일 없었지만 동굴 안으로 진입하여 돌아본 입구의 기막힌 구도와 아름다운 비취빛 물색, 강력한 라이트를 밝히며 진입하는 다이버들의 질서정연함 등등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다이버들 중에서도 특별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이다. 이것이 바로 동굴 다이빙의 또 다른 매력이다.


도스오호스


할로클라인

오픈워터 다이빙의 매력은 강렬한 햇빛과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의 해저 생물, 거대한 동물, 엄청난 치어들의 군무, 맑은 시야. 등등 모든 것이 동적인 느낌이다. 그러나 동굴 다이빙은 움직임이 없는 흑백 사진 같이 어둠에 물든 고대 도시를 라이트 하나만 들고 조심스럽게 탐사하는 정적인 다이빙이라 할 수 있다.

동굴 다이빙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것은 다이버들의 엄청난 탐험욕이다. 처음으로 탐사하고, 지도를 그리려는 욕구를 가진 동굴 다이빙의 선구자들은 다양한 다이빙 방법과 장비를 개발하여 보급해왔는데 그들의 연구와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할 정도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동굴 다이빙의 기술과 장비들이 지금 같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며, 동굴 다이빙의 이러한 기술과 장비는 다시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으로 전수되어 스쿠버 다이빙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카와시


동굴 다이빙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동굴은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수면으로 상승할 수 있는 오픈워터 다이빙과 달리 위가 가로
막힌(overhead) 환경이고, 바닥의 침전물이 쉽게 시야를 흐리게 만들 수 있으며, 빛이 없어서 라이트가 필요하고, 미로와 같아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여러 가지 대비만 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예전에 동굴 다이빙에서의 사망률이 높았던 것은 동굴의 이러한 환경적인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픈워터 다이빙과 동일한 방법으로 다이빙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동굴 다이빙에 대한 올바른 훈련 방법과 기술 그리고 우수한 장비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교육만 제대로 받는다면 안전하게 동굴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충분한 호흡기체를 보유하고 다이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블 탱크를 사용하게 되므로 최소한 더블 탱크 시스템의 세팅과 착용, 트림, 중성부력 등에 대한 연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닥의 부유물을 일으키지 않는 핀킥 방법도 연습하고, 짝 호흡 방법을 배우며, 라이트나 마스크 없이 라인에 의지하여 이동하는 비상탈출 방법도 연습하면 된다. 그 외 실질적으로 필요한 여러 가지 릴의 사용방법, 동굴 진행 표시 마크, 수중 라이트 신호와 간단한 수신호 등을 배우면 된다. 또한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수중 공기 소모량 계산 방법을 배워서 자신이 사용하게 될 공기량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장시간 다이빙이 진행되므로 체온유지를 위해 드라이슈트를 사용할 수도 있으므로 드라이슈트 다이빙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동굴 다이빙 여행지와 교육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동굴 다이빙 지역은 미국 플로리다와 멕시코 칸쿤 지역이며, 바하마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세계 곳곳에 다양한 수중 동굴이 많이 있는데 최근에는 필리핀 세부의 막탄에서 수중동굴이 탐사되어 필리핀의 다이버들은 물론 국내의 동굴 다이버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동굴 다이빙 종류에는 캐이브와 캐이번, 그리고 동굴 스노클링 등 다양하다. 스노클링은 말 그대로 동굴 수면에서 스노클링으로 동굴 속의 종유석과 석순 등의 동굴 조형물들을 구경하는 것이고, 캐이번 다이빙은 어디에서든 동굴의 입구가 보이는 곳까지 설치된 캐번 라인을 따라서만 다이빙하는 것을 말하며, 캐이브 다이빙은 캐이번 지역을 넘어서 캐이브 라인을 따라서 다이빙하는 것을 말한다.

멕시코 칸쿤 지역은 수온이 따뜻하며, 시야가 맑은 시노떼(cenote)를 통하여 동굴로 들어가는데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캐이브 다이빙은 물론, 캐이번 다이빙과 동굴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다.

지금까지 와는 전혀 다른 다이빙 세상을 맛보고 싶은 다이버들이라면 꼭 한번 캐이번 다이빙이라도 도전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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