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 I : 녹조류
해양생물 이야기를 기고하고 있는 필자는 사실 대학에서 해조류를 전공하였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해조류를 특징에 따라 분류하고 기술하며 이름을 붙이고, 이들간의 관계를 밝히며, 서식지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하는 “해조류 분류학”을 전공하였다. 그러나
정작 다이버들을 위해서는 해조류 외의 다른 주제로 글을 써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다이버들이
흥미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한 필자의 우매함과 어떻게 쉽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 전 울진에서 다이빙을 하며 수중에 새로이 자라나는 해조류의 어린 개체들을 보며 해조류에 관한 이야기를 적고자 마음 먹었다.
해조류란?
일반적으로 해조류(Algae, Seaweed)는 해양식물에 포함되는데, 해양식물에는 수중에서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도 포함된다. 따라서 꽃을
피우지 못하는 해조류는 하등식물이란 용어로 정의되기도 한다.
3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해양식물은 대략 녹조류
약 100종, 갈조류 180종, 홍조류 500종, 그리고
거머리말(잘피)로 잘 알려진 해산식물 9종 등 도합 78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대략”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해산식물 9종을 제외한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의 수는 최근 분자 생물학적 실험 방법이 발전함에 따라 해조류에도 적용되어 종의 통합 및 분리, 신종 및 미기록종의 발굴 등으로 인하여 분류체계가 크게 바뀌고 있으며, 2001년
이후 해조류 전체에 대한 목록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해조류에 대한 전체 목록화
작업은 현재 수행 중에 있으며, 내년 후반기에는 완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조류는 연안 생태계의 1차 생산자로 해양물질 순환의 중심을 이루며, 해중림(해조숲)을 형성하여
해양생물의 산란, 서식, 보육 및 피난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아마존 등의 열대 숲에 비해 2~5배에 달하는 대기 중 CO2 흡수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연안 오염물질의 정화 기능 등으로
지구환경 및 연안생태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해조류의 이용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미역국을 산모의 산후 조리용 식품과 생일날의 탄생 축하 음식으로 먹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다이버들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미역뿐 만 아니라 김, 다시마, 톳 등 약 90여종의 해조류가 알게 모르게 식용으로 사용되며, 60여종이 약용으로 이용되어왔다. 또한 해조류는 전통적으로 알긴산, 카라기난, 아가 등 산업소재 및 식품첨가물로 이용되어온 천연자원임과
동시에 최근 다양한 의료 및 건강개선 기능성 신물질을 추출하는 원천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어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류문명을 위협하는 화석연료 고갈 및 지구 기후변화에 따라 『저탄소녹생성장』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의 요구와 필요성으로 대체에너지 개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녹색자연 환경보전 및 확대 등에
해조류가 이용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사례는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 생산, 해조류를 이용한 펄프 및 섬유 대체생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해중림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 해양에 서식하고 있는 해조류 중 녹색을 띠고 있는 녹조류(green algae,
Chlorophyta)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녹조류란?
관상 녹조류(Siphoneae)에 속하는 녹조식물들(그림출처 1904년
Ernst Haeckel의 “자연의 예술적 형상들”에서)
녹조류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식물체의 색이 녹색을 띠고 있다. 이처럼
식물체가 녹색을 나타내는 것은 식물이 가지고 있는 색소체가 다량의 엽록소 a와 b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조류의 색을 결정짓는 것에는 색소체가
함유하고 있는 엽록소의 종류와 엽록체 보조색소의 종류, 그리고 색소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갈조와 홍조류의 색소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사에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이들 녹조류는 단세포성 녹조류를 포함하면 전세계적으로 약 7,000여종이
존재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단세포성 녹조류를 제외하고 약 100여종
만이 분포하고 있다.
녹조류들
다양한 녹조류 형태
국내에 서식하는 녹조류 중 파래류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예전에
전남 또는 경남의 해안 마을에서 딸과 결혼한 사위가 미워 겨울철 사위가 처갓집에 오면 대접하여 ‘미운
사윗국’으로 불리던 “매생이국”, 그러나 지금은 전국 어디에서라도 맛볼 수 있는 매생이국의 재료인 ‘매생이’도 파래류에 속한다.
이들 파래류는 밀물 때 물에 잠기는(조간대) 바닷가 암반 지역의 최상부 층부터 썰물에도 드러나지 않는 바다 속(조하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우리가 다이빙을 준비하거나 다이빙을
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래류는 구멍갈파래로 조간대에서부터 조하대까지 넓은 생육범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암반의 최상부층에 초록색을 띠며 서식하는 파래류는 잎파래, 가시파래 창자파래 등이 있으며, 염주말, 대마디말류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조하대의 수심이 깊은 곳에도 파래류가 존재하는 데, 이는 초록갈파래류로
형광을 나타내는 종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종들도 있다.
조간대 암반에 서식하는 모란잎갈파래(대구을비도)
조수웅덩이에 서식하는 잎파래(고흥
사도)
조간대 상부에 서식하는 창자파래(거문도)
국내 연안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쉽게 관찰되는 녹조류로는 파래류 이외에 청각류,
대마디말류, 깃털말류 등이 있다. 이중 대마디말류와
깃털말류는 실처럼 자라는 사상형 녹조류로 일부 종들은 대형이지만 대부분 자세히 관찰하지 않는 경우 지나치고 갈 정도로 얇거나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다. 대형의 엽체를 가지는 대마디말류는 제주도 또는 동해안에서 관찰이 가능하다.
조간대 조수웅덩이에 서식하는 염주말(강릉 안인)
조하대에 서식하는 큰대마디말(독도 동도 선착장)
대형 대마디말류인 사카이대마디말(십리바위)
참깃털말(우, 영진)
한편 청각은 이 글을 읽는 다이버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청각은 수중에서 보면 마치 죽은 사람의 손처럼 보인다고 하여 일반명이 “죽은자의 손가락(Dead man finger)”라고 불린다. 예부터 청각은 식물체내에
구충성분을 가지고 있어 구충제 대신 먹기도 하였고, 겨울철 바닷가에서 김장을 담글 때 배추와 함께 버무려
먹기도 하였다. 제주도에는 우리나라에 보고된 대부분의 청각류가 분포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청각의 분포와 다양성이 높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방석청각(백도),
말청각(우, 제주도 문섬)
녹색의 알갱이가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옥덩굴은 열대 해역기원 해조류로 국내에는 따뜻한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는 남해안과, 울릉도, 독도, 제주도에서만 관찰되었으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경북 울진, 포항 등 동해 중부 연안에서도 관찰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기후변화 모니터링 및 지구온난화 관련 연구에 중요한
해조류로 연구되고 있다.
열대해역 기원 해조류인 옥덩굴(독도 큰가제바위)
옥덩굴류
또한 해외 다이빙을 다니면서 쉽게 볼 수 있는 녹조류로는 공말류, 바다삿갓말류, 바다선인장류, 옥덩굴류 등이 있다.
이들 해조류들은 국내에 서식하는 대마디말류, 청각류, 깃털말류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 이들 모두가 “다핵성 관상 녹조류(관모양을 나타내며 하나의 세포에 다수의 핵을 가지는 녹조류)”로 분류가
된다.
필리핀 등지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관찰되는 공말류 (필리핀 모알보알)
바다삿갓말류(우, 필리핀 아닐라오)
필자의 사견이지만, 다이버들을 만나 해조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다른
해양생물을 주제로 이야기 할 때보다 지루해 하는 것 같다. 아마도 다른 해양생물처럼 움직임도 없고, 특징 또한 뚜렷하지 않는 데서 오는 식상함이라고 할까?
그러나 해조류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바다를 키우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며 예부터 우리 실생활에 알게 모르게
많이 이용되어왔다. 필자의 작은 바램은 다이버들이 다이빙을 하면서 해조류를 좀더 사랑스런 눈빛으로 봐주길
기대해 본다. 다음 번에는 대형해조류인 갈조류에 관해 이야기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