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즐거움은 삶을 남의 기준에 두는 것이 아니라 내 기준에 맞추어서 느끼고 즐기는데 있다. 어른들은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업을 갖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인생을 살라고 하신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반성하고 주위에서 좋은 평을 받기 원한다. 하지만 내가 내 인생을 사는데 무슨 반성이 필요하단 말인가? 어차피 내 것인데……. 그리고 좋은 직업은 없다.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직업이 되기가 힘들다. 직업이 되는 순간부터 즐기는 것이 아니라 금전 공급자의 부속이 되어버린다. 생계를 책임지는 직업은 절대 즐거울 수가 없다. 물론 짧은 시간에 대박이 난다면 돈벼락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럼 인생의 즐거움을 어디에 있을까?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이다. 여유와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무엇을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은 주변에 무수히 많다. 무생물체라도 애정을 갖는다면 그것은 생명을 갖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물속이었다. 어린 시절 고향 앞바다 속에서 본 아름다운 색깔들은 나의 기억 밖으로 떠난 적이 없다. 결국 그것을 다시 머릿속에 담기 위해 바다 속으로 유영하게 되었고, 카메라를 갖게 되었다. 한 번도 딴 곳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그림을 보고,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가기 위해 운동을 했다. 하지만, 바다는 쉽게 날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 5월 2주간에 걸쳐 터키 보드룸에서 열린 세계 촬영대회에 참가 해 보았다. 매력적이었다. 지중해의 맑은 바다와 시설 좋은 하얀색의 리조트보다 더 나의 마음을 끄는 것은 나와 같이 수중사진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젊고 늘씬한 여자부터 나이가 환갑이 넘은 분들도 다 친구였다. 오로지 같은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는 이유 단 하나로 말이다. 외국어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눈빛을 보면 이 사람이 나에게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알고 싶은 질문은 몇 개의 단어만 던지면 된다. 많은 걸 배웠다. 광각이지만 가로 사진이 더 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물고기가 입을 벌리고 있는 활동적인 모습을 찍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를……. 간단하게 물어봐도 더 가르쳐 주고 싶어 그림까지 그리면서 설명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인생의 즐거움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모델을 해 준 터키 친구 일케는 11월 시파단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가까운 일본 친구 지을은 8월 25일 우리나라에서 다이빙 하고 싶다고 벌써 비행기 표를 구했다.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2년 후 쿠바대회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국내 촬영대회에 참가했다. 좋은 성적을 내야지 대표선수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 국내에서 수중사진을 찍은 친구들은 일 년에 최소한 세 번 이상은 만난다. 그리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찾아가서 만날 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오랫동안 만난 친구들이다. 난 그들이 어느 날 홀연히 수중촬영대회에서 모습을 감추는 것이 싫다. 아마추어리즘을 잃지 않고 서로 가르쳐주는데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해관계가 없으며 친구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 덕분에 수중사진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다. 누가 오래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누가 잘 찍은 것도 중요하지 않다. 수중사진 하나만으로 날밤을 세며,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좋다. 그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