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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배멀미 _ 박건욱


학창시절 수학여행이 생각난다. 예전엔 대부분 경주 설악산 제주도 등을 다녀왔지만 요즘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는 경우도 흔한 것 같다. 수학여행 전날에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잠 못 이루기도 했지만 차멀미 걱정도 빠지지 않았다. 여행 당일 아침이면 멀미약을 복용하거나 귀 밑에 멀미예방용 패치를 붙이고 단체버스에 올랐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긴장이 더해져 결국 검은색 봉투에 얼굴을 파묻고 힘들어 했던 경험이 아직도 선하다. 생각해 보면 나이를 먹어가면서 멀미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대학진학 이후론 증상이 호전된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마도 다이버일 것이며 이제 막 다이빙에 입문한 초보부터 수 십 년간 다이빙을 사랑하고 즐겨온 원로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이제 초보를 막 벗어나는 과정인지라 아직 멀미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다. 오늘은 다이버들의 골칫거리 배멀미에 관해 이야기 하려한다.



자 그럼 멀미(motion sickness)의 원인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멀미는 가속도병 또는 동요병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몸은 자동차나 배, 항공기를 탓을 때 지속적인 진동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진동에 의한 가속도 자극이 내이로 전달되고 동시에 자율신경계의 자극을 유발하여 멀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율신경계 자극증상에는 구토증상 말고도 가슴두근거림, 과호흡, 동공확대, 괄약근 수축으로 인한 배뇨, 배변장애와 같은 여러 증상들이 있다. 이중 멀미 증상과 연관이 큰 것은 소화기계 이상인 구토와 가슴두근거림 내지 과호흡 정도가 해당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트 다이빙 나갈 때의 상황을 상상해보자. 만일 동해로 간다고 가정하면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으며, 세미드라이슈트 이상은 입어야 수중에서 체온유지가 가능하다. 장비를 메고 선착장으로 이동해 보트에 오르게 되면 찐한 기름 냄새가 여러분을 맞이한다. 여기서부터 갑자기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하고 매스꺼움, 울렁거림, 두통이 생기면서 구토에 대한 강한 욕구가 생길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냄새가 올라오는 느낌에 침을 삼키게 되니 말이다.
특히 한 여름엔 슈트의 고무냄새가 심하며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멀미하기가 더더욱 쉬워진다. 또 하나 체온 유지를 위해서 몸에 꼭 맞는 사이즈의 슈트를 입다보니 목이나 흉곽, 복부 등에서 꽉 조여드는 답답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요소들에 입수 전 긴장감이 더해지고 입수가 늦어지면서 흔들리는 보트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은 꺼억~하며 위 속의 내용물을 바다에 쏟아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나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배멀미를 수차례 경험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멀미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첫째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멀미약을 먹거나 붙이는 것이다. 우리가 입으로 복용하는 멀미약은 대부분 항진토제(antiemetic agent) 성분으로 위장관에 작용해 구토, 울렁거림, 메스꺼움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귀밑에 붙이는 패치는 스코폴라민(scopolamine)성분이 피부를 통해 체내에 흡수되어 일정한 시간동안 유효 혈중농도를 유지시켜 중추신경계로 들어오는 내이신경섬유의 구토반사 작용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패치의 경우엔 약물에 민감한 소아에게는 사용하지 않은 게 좋으며 손으로 패치를 붙이고 제거한 후 손을 깨끗이 씻는 게 중요하다. 만약 약성분이 눈에 들어가면 동공확대로 인해 일정 기간 앞이 뿌옇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필자의 얄팍한(?) 경험으로 알게 된 약물 이외의 방법들도 있다. 우선 최소한 다이빙 2시간 전엔 금식하는 것이 좋으며 먹더라도 소량만 섭취 한다 .먹은 음식물이 위에서 모두 내려가려면 4시간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보트 위에선 멀미에 대한 걱정보다는 먼 곳을 바라보며 시야를 즐겁게 하는 것이 좋다. 주변 사람과 가벼운 대화로 긴장을 완화시키며, 좋은 생각들을 지속해서 할 수 있다면 멀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물론 앞의 두 가지 방법을 총 동원해도 멀미를 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냥 속 시원하게 바다로 머리를 돌려 해버려라! 이때 검지로 목젖을 자극하면 화끈하게 쏟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깨끗하게 입을 헹군 후에 상쾌한 기분으로 멋지게 입수하라!


이러한 일들을 경험하면서도 다이빙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편안한 마음과 자신감이 생길 것이며 보트 위에서의 여유 또한 생겨서 자연스럽게 멀미는 사라질 것이다. 오늘도 나는 변함없이 수중세계를 상상한다. 여러분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한 다이빙하는 그날까지 나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