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만 줄곧 스쿠버 다이빙을 해왔던 제가 국내 다이빙을 처음 시작하면서 느꼈던 뜨악함은 차가운 수온만큼이나 리조트의 시설들이 전혀 여성 다이버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내 다이빙 시장이 그간 남성 다이버들이 주축이 되어 성장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여성 다이버들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해외로 눈을 돌려 보면 이웃 나라 일본은 오히려 여성 다이버의 비율이 6:4로 남성 다이버보다도 많다고 합니다. 요즘 해외에서 다이빙을 체험하거나 교육을 받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여성들의 비율이 남성들을 넘어서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여성 다이버들이 편하게 다이빙을 할 수 있도록 해서 더 많은 여성 다이버들이 다이빙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국내에도 일부 선도적인 다이빙 리조트들에서는 여성 다이버들이 만족할만한 쾌적한 편의시설들을 갖추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대부분의 리조트들이 개선할 생각조차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다이빙 리조트가 영세하고, 남자 강사가 혼자서 관리하는 곳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배려하면 여성 다이버들도 즐겁고 편하게 리조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 다이버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기존 리조트의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함께 개선책을 고민하기 바랍니다.
여성다이버들이 다이빙을 마치고 즐거워 하고 있다. 편의시설이 조금만 더 개선된다면 더 많은 여성다이버들이 국내 리조트를 찾을 것이다
1.여성들은 자는 곳보다 씻는 곳에 더 민감합니다.제가 국내 다이빙을 갈 때 리조트 선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샤워시설입니다. 여성 다이버들을 위한 별도의 샤워시설들이 아예 없는 곳들도 있었지만, 있다고 해도 대부분 창고나 세탁실 등의 다른 용도로 함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샤워기도 많아야 3개, 보통 2개 정도 그리고 온수 조절이 안 된다든지 아예 고장 난 곳도 많이 봤습니다. 정말 몇 년은 들어와 보지도 않은 듯 수챗구멍에는 머리카락들이 처녀귀신 머리채라도 뽑아 논 듯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곳도 있었습니다.
2.노후하거나 다이빙을 힘들게 하는 보트들입니다.다이빙 보트는 큰돈이 들어가는 만큼 쉽게 바꾸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진정 여성 다이버들이 국내 다이빙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기 원한다면 비즈니스를 위한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노후한 어선을 개조해 만든 것이라든지, 특히 사다리가 없는 고무보트는 정말 여성 다이버들에게 너무 힘든 것입니다. 장비를 다 벗고 끌려올라가 듯 출수해서 다시 장비를 짊어지고 내려야 하는 고무보트 다이빙은 정말 노가다가 따로 없습니다. 다이빙 사이트가 아무리 좋아도, 고무보트 다이빙은 적응하기 힘듭니다.
3.믿을 수 없는 랜탈 장비들다이버들은 국내에서 다이빙을 하려면 장비를 모두 사야한다고 이구동성 말하고 있습니다. 리조트의 렌탈 장비들이 너무 노후해서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BCD의 릴리즈가 떨어져 나간 것은 물론이고, 게이지가 고장 난 것도 흔하게 봅니다. 이 문제는 굳이 여성 다이버들에게 한정된 문제는 아니지만 남자분들은 “안죽어” 하며 입기도 하는데 정말 무모합니다. 요즘 같이 충분히 다이빙을 즐기게 된 이후에나 장비를 구매하는 분위기에서 초보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렌탈 장비도 갖추지 않고 리조트를 운영하는 것은 정말 너무한 것 같습니다.
여름에 38마린리조트를 찾은 젊은 여성 다이버들이 스쿠버다이빙을 최고의 레저라고 손꼽고 있다
아쿠아갤러리 다이빙 전용선에는 리프터가 설치되어 여성 다이버들도 편하게 출수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외에도 여성 다이버들이 바라는 것들은 많지만 우선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갖추어 준다면 보다 많은 여성 다이버들이 국내 바다를 찾을 것이라고 봅니다. 국내 바다가 해외 바다에 비해 수온이 차갑고, 시야가 흐리기 때문에 환경적인 부분에서 불리한 것이 있지만 그 속에는 우리 바다만의 독특한 아름다운 해양 생태계가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우리 여성 다이버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장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