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느낌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우리는 중고등학교 사회나 지리시간에 우리나라의 기후에 대하여 배운 바 있다. 갑자기 계절타령이냐 하겠지만 지구 온난화가 가속됨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중요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지난 여름 엄청난 물폭탄을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가을을 좋아한다. 따라서 가을이 짧아지는 최근의 기후변화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을정취가 제법 풍기는 요즘 동해바다에는 많은 손님이 방문한다. 왜냐하면 지금이 수온이 가장 높으며 시야 또한 좋기 때문이다. 국내의 다이빙 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손님 중에는 항상 불청객이 있기 마련인데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해파리이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개체수가 늘어나서 어족자원의 피해는 물론 다이버들에게도 간간히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번 여름 세부에서 야간 다이빙시에 겪은 일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이빙을 나가려하는데 바닷물이 너무 많이 빠져서 소형보트가 움직일 수 없었고, 방카보트 위에 장비가 모두 있었기에 하는 수 없이 비치에서부터 헤엄쳐서 저 멀리 방카보트로 가야했다. 수경 오리발도 없이 말이다. 한참을 헤엄쳐 가고 있는데 턱 끝과 귀 아랫부분이 무언가에 심하게 긁힌 듯 따갑고 쓰라렸다. 바로 해파리의 공격이었다. 너무 쓰라려, 순간 나도 모르게 손으로 비비고 말았다. 비비면 안 된다고 알고는 있었기에 얼른 손을 내렸다. 보트 위에서 담수로 씻어낸 후 다이빙을 하였으나 물속에서도 증상은 지속되었다. 다이빙을 마치고 밖에 나와 확인해보니 피부에 홍조증상(붉어짐)과 약간의 부기가 있었다. 간단히 응급처치를 하고나니 다음 날 저녁에 증상이 없어졌다.
해파리의 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처치법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해파리는 촉수를 가지고 있으며 촉수에는 자포형태의 독소주머니가 있다. 이러한 독소주머니가 터지면서 피부에 부착 후 점점 침투되면서 국소증상을 유발시키는데 간혹 더욱 깊숙이 침투하여 피하조직의 모세혈관에 흡수되면 전신증상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먼저 국소증상은 과민화반응 쉽게 말해 알레르기 반응의 형태로 나타난다. 인체에서 알레르기 반응의 형태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되나 해파리 독 관련증상에는 통증, 가려움, 두드러기, 홍조(붉어짐)등의 즉각형 증상과 접촉피부염이나 지연성 피부반응 형태의 지연형 증상의 두 가지로 표현된다.
전신증상에는 울렁거림, 구토, 어지럼, 두통, 무력감, 권태감, 근육통, 오한, 발열 등의 경미한 증상과 호흡곤란, 전신마비, 저혈압(쇼크) 등의 심각한 증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해파리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의 응급처치와 치료법에 대하여 알아보자. 가장 먼저 물을 잘 흘려서 헹구어 내며 절대 손으로 문지르지 않는다. 혹시나 생리식염수가 있다면 좋겠지만 없다면 바닷물이나 수돗물을 사용한다. 이때 증류수를 사용하면 안된다. 삼투압 차이로 자포를 터트려 독이 더 많이 나오게 만들기 때문이다. 식초나 알코올은 자포를 불활성화 시키는 작용을 하기에 도움이 되며 환부에 접착 테이프를 붙였다 떼어내는 것도 자포제거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응급처치로 경미한 피부국소증상은 좋아지겠으나 심한 피부증상과 전신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해파리 해독제는 없다고 알려져 있으며 만약에 필자가 병원에서 이러한 환자를 본다면 우선 충분한 수액치료를 하는 동시에 항히스타민제(혈액속의 비만세포에서 유리되는 히스타민을 억제시키는 약)나 스테로이드(면역억제 & 항염증작용)를 혈관 내로 직접 주사하여 신속한 증상완화를 도모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항생제 주사나 파상풍 주사 또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 나열한 응급처치 및 치료방법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할 것은 다이빙시 반드시 전신슈트를 입고 장갑과 후드를 착용하여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다.
다이빙을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사후처리 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이상 해파리의 공격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았다. 오늘도 필자는 여러분의 안전 다이빙을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