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라군은 다이버들에게 난파선 다이빙의 메카로 널이 알려져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만 축은 마이크로네시아 연방에 속하는 산호초(보초)로 둘러싸인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로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태평양 함대의 기지가 있었던 곳이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에 미국은 헤일스톰(Hailstorm, 우박폭풍) 작전으로 축 라군에 정박해 있던 일본 전함 대부분을 초토화시켰다. 당시에 침몰된 수많은 전함들이 태평양 전쟁의 유물로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사실 나도 축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그 동안 기회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장비를 운반하고, 헬륨을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에 UTD 코리아 강사들이 몇몇 주요 난파선들의 자세한 사진과 비디오를 촬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마이크로네시아 연방 공화국(Fedreated States of Micronesia) 정부와 일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 프로젝트가 지속될 전망이다. 나는 프로젝트의 리더로 초청되었고, 이번 여행은 프로젝트의 가능성에 대해 사전 조사의 성격이었다.이번 여행은 UTD 코리아 강사들의 치밀한 계획과 준비 끝에 시작되었다. 헬륨과 산소 등의 호흡 기체와 재호흡기를 위한 소다라임 그리고 여러 가지 텍 다이빙 장비들을 실은 컨테이너는 미리 배편으로 보냈다. 깊은 수심의 난파선 탐사를 위한 MX 재호흡기, 얕은 수심의 난파선 통과를 위한 Z-시스템 사이드 마운트, 수중 이동을 위한 X-스쿠터, 캐논 D50, 니콘 D700 카메라, 파나소닉 및 소니 HD 비디오 카메라, 신형 UTD 비전 X 비디오 라이트 등을 준비했다. 컨테이너는 한 달 전에 현지에 도착했고, 박헌영(Russel Park) UTD 강사와 동료 다이버 Hicks가 선발대로 들어가서 컨테이너를 풀고 장비를 점검하며 기다렸다.
장비의 세팅MX 재호흡기의 세팅은 간단했는데 휴대한 스테인레스 프레임과 재호흡기 매니폴더에 백가스/딜루언트 탱크를 결합하된다. 매니폴더와 밸브들을 결합하고, 다시 재호흡기 프레임에 부착하는 매우 간단한 일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MX를 이용하는 최대 수심은 60m였기에 백가스/딜루언트는 트라이믹스 18/45를 준비했고, 21m 베일아웃용 감압탱크와 100% 산소 탱크가 필요했다. 다이빙 시간은 최대 60분으로 예상했고, 감압 스케줄은 2:1 비율이 적절했다. Z-사이드 마운트 시스템의 준비는 더 쉬웠다. 여행용 사이드 마운트 하네스에 바텀 스테이지와 감압을 위한 O2 탱크를 부착했다. 1단계, QC6, OPV 등 MX 재호흡기 베일아웃 탱크의 호흡기 시스템이 똑 같이 Z-사이드 마운트 시스템에도 사용되었다. 이는 MX mCCR 재호흡기를 이용해 깊은 난파선들을 탐사하는 첫 다이빙과 난파선 통과를 위해 Z-사이드 마운트 시스템을 이용하는 다음 다이빙을 연속해서 진행할 때 편하게 해준다. 장비의 일관성과 호환성이 시스템을 세팅하고 전환하는 것을 쉽게 해주기 때문이다.
첫째 날 프로젝트1944년 헤일스톰 작전 중에 침몰하여 39m 수심에 똑 바로 앉아 있는 멋진 난파선 후지카와 마루에서 체크 다이빙으로 진행되었다. 선장은 한눈에 봐도 축의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맹그로브와 산호 리이프 사이를 통과해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선장은 놀랍게도 아무 장비도 없이 난파선을 잘 찾아냈다. 이번 프로젝트에 이런 선장이 함께 한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지난 1999년 HMS 브리타닉 프로젝트에서 다이빙 중에 그리스인 선장이 다이버를 포기했던 이후로 나는 바다가 조금만 거칠어져도 혼자 살겠다고 달아날 선장은 아닐까 신경이 써진다. MX 재호흡기와 베일아웃 감압 탱크, 스쿠터, 비디오 시스템 등 많은 장비들을 가지고 바다에 입수했다. 그런데 입수 후 바로 카메라 하우징의 누수가 확인되었다. 비전 비디오 라이트 헤드를 E/O 커넥터에서 분리해 카메라 하우징과 함께 보트 위로 올려주었다. 지원 팀은 카메라는 두고 다이빙하라고 결정했다. 나는 주머니에 있던 백업 라이트인 비전 LED 헤드를 꺼내 E/O 커넥터에 연결했다. 비전 라이트 시스템의 호환성이 마음에 들었다. 난파선은 엄청나게 크고 놀라웠다. 스쿠터로 주변을 돌며, 뱃머리, 선미, 프로펠러, 후비의 대공포 등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했다. 중요한 여러 지점에서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느라 멈추기도 했다. 60분의 바텀 타입 후에 아쉽게도 감압을 위해 상승해야 했다. 전체 사용 기체는 백가스/딜루언트는 154리터, O2 300리터이다. 완전폐쇄식 재호흡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다이빙은 Z-사이드마운트 시스템의 점검을 위해 샤크 포인트로 갔다. 가벼운 무게가 정말 좋았는데 모든 탱크와 장비를 테그 라인에 붙여 놓고 Z-시스템으로 가볍게 입수한 다음에 탱크를 부착하고, 스쿠터를 붙잡고 출발하는 것이 특히 좋았다. 사이드 마운트 다이빙은 움직임이 쉽고, 어떤 위치나 자세에서도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에 놀라는데 80 큐빅 알루미늄 탱크 2개를 부착한 오전의 MX 재호흡기 다이빙 후에는 특히 더 그랬다. 우리는 블랙팁, 화이트팁 그리고 그레이 리이프 상어 등 다양한 종류의 상어들과 함께 놀고, 유영하며, 즐겼다.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30m에서의 즐거운 한 시간이 섬광처럼 지나고 감압을 해야 했다.
프로젝트 2일차후지카와 마루 갑판의 콜라주 사진과 엔진 룸으로 통과하는 동영상을 촬영할 시간이었다. 러셀과 아톰이 갑판을 평방미터 간격으로 세밀하게 촬영하는 임무를 맡았다. 일을 하다보면 시간 계산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바텀 타임 한계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물론 MX 재호흡기를 착용하기 때문에 기체나 감압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송이나 팀 지원 등등이 연쇄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제이슨과 나는 난파선 내부 특히 엔진룸 탐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카메라 누수 문제는 해결되어 마침내 후지카와 내부의 몇몇 장면을 얻게 되었다.
처음에 전면 화물창으로 들어가 화물들과 항공기들의 동체를 살펴보고 엔진룸까지 들어갔다. 난파선은 침몰된지 오래되어 실트가 많았지만 MX 재호흡기는 버블이 작기 때문에 유용했다. 오픈 서킷은 천정에 충격을 주어 부식물들을 떨어뜨려 엔진룸을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 재호흡기의 사이즈가 Z-사이드 마운트 시스템보다 크기 때문에 통과할 수 있는 곳은 다소 제한되었다. 하지만 난파선의 내부는 활동하기에 충분히 넓었는데 특히 엔진룸은 6개의 실린더 피스톤이 선명하게 보이는 인상적인 장소였다. 일본군의 방독면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다.
수면에서 나오니 열대 폭풍이 이동하며 한바탕 소나기를 퍼부었다. 파도가 높았고, 육지도 보이지 않았다. 제이슨에게 선장이 역할이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선장은 나침반도 GPS도 없이 직감만으로 배를 몰았다. 1시간 반 동안의 지옥 같은 항해 뒤에야 마침내 선착장 바깥의 산호 리이프 입구에 도착했다. 직경 3m 정도로 매우 좁은 30m 정도의 채널은 물 밖으로 3m 정도 솟은 2개의 작대기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선장은 정말 귀신같은 솜씨로 보트를 몰아 마침내 상륙할 수 있었다. 이번 다이빙에서 사용한 기체는 백가스/딜루언트 154리터, O2 300리터였다.
프로젝트 3일차며칠 간 인 리이프에서 펀 다이빙을 즐기며, 폭풍을 피한 다음에 다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전에 MX 재호흡기로 샌프란시스코 마루를 찾았다. 최대 수심 60m, 1시간의 바텀 타임과 그에 따른 감압을 계획했다. 제이슨과 내가 짝을 이뤄 비디오 카메라 앞에 서고, 러셀과 아톰이 뒤에 서기로 했다. 러셀은 x-스쿠터 CUDA에 장착된 소니 HD 시스템과 비전 비디오 라이트를 사용했다. 비전 비디오 라이트를 처음 사용한 레셀은 LED 라이트에서 나오는 강력한 빛에 놀라워했다. 50와트 HID 정도로 밝은데 크기도 작고, 스쿠터링에서 저항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의 라이트 기술이 많이 앞서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야는 20m 이상으로 전보다 매우 좋아졌다. 해저 바닥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스쿠터를 켜고 앵커 체인을 따라 난파선을 향해갔다. 어둠 속에서 샌프란시스코 난파선이 점차 모습을 나타냈다. 개인적으로는 어둠속에서 난파선의 실루엣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때가 이 더 없이 즐거운 순간이다. 선수에 도착하니 방공포가 깨끗하고 뚜렷하게 보였다. 엄청난 광경이었다. 5분 정도 여기저기를 둘러본 다음에 난파선의 좌현으로 내려갔다. 내가 방향을 리드했고 제이슨, 러셀, 아톰이 뒤를 따랐다. 곧 우리는 미니어쳐 탱크에 도착했다. 일본군이 사용했던 일인용 정글 탱크는 정말로 작았다. 탱크 위에서 망원경 한 개와 다른 일본 해군 무기들의 잔해도 발견했다. 제이슨과 나는 이 탱크가 실제로 얼마나 작은지를 보여주는 설정 샷을 촬영했다. 그런 다음 우현으로 넘어가서 서로 겹쳐 쌓여있는 탱크를 보았다. 하나는 해치가 열려있어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그 속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었다. 어떤 불쌍한 일본 병사가 그 속에 들어가 있었을 것이다. 러셀의 이동 사인을 보고 다시 조타실로 향했고, 여러 가지 멋진 유물들을 점검했다. 그런 다음에 선미의 탄약고로 이동했다. 정말 크고 작은 수백만의 탄약들이 도처에 흩어져 있었다. 원래의 목재 상자에 그대로 들어있는 것들도 있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렀다. 다음 날 스틸 사진을 위해 돌아올 것을 염두에 두고서 선미의 프로펠러와 키 주변의 비디오 샷을 촬영했다. 대체적으로 환상적인 첫 다이빙이었다. 평균 50m, 최대 58m에서 60분의 바텀 타임을 가지고 감압 수심으로 상승했다. 길고 편안한 감압이었다. 이 다이빙에서 백가스/딜루언트 220 리터에 O2 420리터가 사용되었다.
두 번째 다이빙은 Z 사이드 마운트로 후지카와 마루를 통과했다. 다시 나와 제이슨이 카메라 앞에 서고, 러셀이 촬영했으며, 아톰이 지원을 했다. 카메라 팀이 들어갈 수 없는 곳도 통과할 계획이었다. 선수의 화물창으로 먼저 들어갔는데 매우 좁은 지역은 아니었지만 위쪽으로 늘어져 있는 장애물들이 많은 곳이었다. 전방 화물창으로 들어가서는 항공기의 동체와 부품 등의 잔해들을 살펴보고 더 많은 비디오를 촬영했다. 그런 다음 제이슨과 나는 탱크를 벗고 화물창과 엔진룸 사이의 방화벽에 있는 작은 구멍을 통과했다. 러셀과 아톰은 화물창에 철수하여 나중에 선미에서 다시 합류하기로 했다. 제이슨과 나는 엔진룸의 좁은 지역을 통과하고 살펴보면서 거추장스러움이 없는 사이드 마운트의 자유로움을 즐겼다. 종종 볼트 스냅을 풀고 탱크를 앞으로 해서 좁은 구역도 통과했다. 좁은 틈에 부딪혀서 덜컹덜컹 소리도 났지만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제이슨이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는데 덜컹거리며 좁은 구역을 통과하면서도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탐사하는 것이 신나는 듯 했다. 난파선 밖으로 나온 다음에 다시 러셀과 아톰을 만났고, 선비에서 비디오를 좀 더 촬영했다. 60분이 이미 가까웠다. 평균 수심 30m에 바텀 타임 60분이었다.
후지카와 마루의 대형 크레인 타워를 배경으로 박재석 강사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UTD 팀과 현지 스태프들
김성민 강사가 앵커라인에 부착시켜 놓은 스쿠터를 보고 즐거워하고 있다
축 공항에서 필자와 김성민 강사
MX 재호흡기 등 장비를 세팅하는 UTD멤버들
한국에서부터 공수한 헬류과 산소들
감압용기체를 충전하는 김성민 강사
프로젝트 4일째
이날이 마지막 다이빙 날이었기 샌프란시스코 마루에서 1회 다이빙을 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데크의 콜라주 사진과 팀의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로 했다. 현지 어부인 선장은 다시한번 나를 놀라게 했다. 보트는 유리판처럼 매끄러운 아름다운 바다 위를 시속 30노트의 속도로 달렸다. 배가 오른쪽으로 약간 빗나간 듯 선장은 뒤를 돌아보면서 약간 왼쪽으로 운항했고, 다시 뒤를 돌아보며 몇 분을 계속 직진했다. 그러다 약 10초 정도 15노트 정도로 속도를 천천히 늦추었다. 앞 쪽은 바다였고, 옆쪽도, 뒤쪽도 모두 바다였다. 그는 순간적으로 배를 정지시키고 저절로 밀려가게 두었다. 그러자 선수의 선원 한명이 소리치며 손가락질을 했다. 6m 수중에 가라앉아 있는 흰색의 마크부이는 배의 우현 바로 앞쪽에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MX 재호흡기, x-스쿠터, 베일아웃 감압 탱크 등 완벽한 장비를 착용하고 입수했다. 버디체크와 버블체크를 마친 다음에 앵커 라인을 따라 난파선으로 향했다. 다시 방문하게 되어 정말 좋았다. 제이슨과 나는 60분 동안 재미있는 곳들을 찾아다니며 캐논 D50 카메라를 위해 포즈를 취했다. 여기에 소개한 사진들은 그때 촬영한 것들이다. 사진은 백 마디 말보다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다소 지루한 감압 후에 다시 보트로 돌아왔다. 러셀과 나는 사용한 기체를 비교해 보았다. 나는 백가스/딜루언트로 242리터, O2 420리터를 사용했다. 전체 프로젝트에서 내가 사용한 기체는 트라이믹스 18/45 762리터, O2 1020리터였다.
러셀은 메갈로돈 eCCR을 MX mCCR로 바꾼 이후 메갈로돈을 완전 전자 모드로 사용할 때에 비해 훨씬 적은 기체를 사용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또한 비디오나 스틸 사진을 촬영하거나 준비하는 중에도 MX는 매우 편하고 더 좋다고 했다. 나는 eCCR 재호흡기를 사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MX mCCR 재호흡기를 사용했던 4번의 딥 프로젝트 다이빙을 위해 평균 수심 51m에서 거의 600분의 바텀타임과 감압까지 했지만 거의 기체 소모가 없었다는 것이다. 총합 762리터의 트라이믹스가 전부였다. 오히려 다이빙을 끝나고 장비를 해체하면서 11리터 알루미늄 트윈 탱크에서 160bar의 트라이믹스를 흘려버려야 했다. 무려 3600리터이다. 이런!
포탄을 맞아 절개된 후지카와 마루를 살펴보는 필자
후지카와 마루의 내부에서 박재석 강사
후지카와 마루의 갑판에 있는 추모비 위의 박재석 강사
후지카와 마루로 하강하고 있는 UTD팀
결론무엇보다도 이번 여행은 나에게 꿈이 현실이 된 환상적인 탐험 프로젝트였다. 비록 축까지 가는 길이 멀었고, 돌아올 때는 더더욱 길었지만 이번 탐험을 준비하고 함께 한 UTD 코리아의 강사들과 팀원들에게 정말 감사한다.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믿을 수 없는 추진력을 발휘해준 다이버스 리퍼블릭의 박재석, 박헌영 강사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 우리의 탐사와 보고가 FSM을 만족시켜 이 지역의 유산에 대한 탐사와 개발과 연구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샌프란시스코 마루를 탐사하는 일행들
미니어쳐 탱크를 살펴보는 필자와 박재석 강사
수백만개의 탄약들을 살펴보고 있는 필자
누군가 모아 놓은 식기를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한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