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동해안 다이빙을 즐기는데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까나리(양미리)이다. 강원도 동해안 수심 20m 내외의 모래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산란기를 맞아 얕은 수심으로 몰려온 까나리들이 모래밭에 숨어 있다가 지대공 미사일처럼 쏜살같이 튀어나와 무리를 이루어 달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또한 먹이활동이나 산란 유영을 위해 무리지어 모래밭 위의 물공간 속을 유영하는데 많을 때는 까나리 무리가 마치 하늘을 가릴 듯하다. 이런 장관을 즐길 수 있는 때가 바로 겨울철이다.
11월이 되면 동해안의 주문진과 사천진에는 산란기를 맞아 얕은 수심으로 몰려나온 까나리들을 잡기 위해 까나리 조업이 시작되고, 이때가 되면 어시장에서는 알이 통통한 까나리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갓잡은 싱싱한 까나리는 숫불에 소금구이로 구워먹으면 일품이며, 꾸덕하게 말렸다가 무와 함께 조려먹으면 그 또한 맛나다. 까나리가 사람들의 입만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쿠버다이버들의 눈도 즐겁게 해준다. 모래밭에 잠을 자거나 쉬다가 먹이활동이나 짝짓기를 할 때면 모래밭에서 나와 활동을 하는 까나리들은 다이버가 다가가면 마치 지대공 미사일처럼 모래밭에서 튀어나와 허공으로 날아간다. 까나리의 영명이 샌드랜스(Sand lance)인 것은 아마 이런 성질을 알고 붙인 이름일 것이다.
그물코를 가득 메운 까나리들을 떼어내느라 손길이 분주한 사천항의 아낙네들
갓 잡은 까나리를 그대로 숫불에 구워먹으면 맛이 담백하다
그물코에 가득히 꽂힌 까나리 들을 끌어 올리는 어선
동해안에서 산란기를 맞은 까나리를 관찰하기 좋은 곳은 사천의 삼각어초 포인트이다. 굵은 모래로 구성된 바닥이 까나리들이 몸을 숨기기에 적당한 곳이기 때문이다. 사천이 주문진과 함께 국내에서 어획되는 까나리의 대부분을 위판 한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동해안 지역에서는 까나리를 양미리라고 부른다. 서해안에서 액젓으로 유명한 까나리와 같은 녀석들이 분명한데도 사람들은 이들이 똑 같다는 것을 잘 모른다. 이유는 크기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서해안에서는 4월~6월 경 이제 막 성장한 어린 까나리를 잡아서 액젓을 만들고, 동해안에서는 산란기를 맞은 성숙한 까나리들을 잡아서 구워먹거나, 조려먹는다. 동해안에서 어린 까나리는 따로 ‘곡멸’이라고도 부르는데 어린 까나리는 말리는 과정에 반원처럼 휘어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남해, 사천, 하동에서는 까나리를 꽁멸치, 여수, 거제, 고성 통영에서는 꽁멸로 부른다.
까나리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발견되며 수온 10도 전후에 산란을 하는데 남쪽은 산란 수온이 높고, 북쪽은 산란수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해안에서는 주로 11월~1월 사이가 산란기이며, 이때 주로 수심 20m 내외의 모래 지역에서 까나리들이 집단적으로 무리지어 산란비행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름철에 까나리가 보이지 않는 것은 수온이 15도 이상으로 높아지면 까나리들이 모래 속으로 들어가서 여름잠을 자기 때문이다. 까나리는 해저 모래 속에 뭍혀있다가 바닥 위로 튀어나오는 습성 때문에 어민들은 까나리를 잡을 때 주로 그물을 바닥에 수평으로 설치한다. 이를 깔자망이라고 하는데 산란기가 되면 암컷과 수컷이 함께 무리를 지어 산란 유영을 벌이기 때문에 이때는 다른 어류들과 마찬가지로 그물을 바닥 위에 수직으로 부설하는 저자망으로 잡는다.
수중에 내린 그물에도 까나리들이 가득 꽂혀 있다
모래 위 허공을 날아 다니는 까나리들
모래에 몸을 파묻고 있는 까나리까나리(양미리)의 계절에 동해안 사천을 찾는다면 다이빙 포인트 근처의 모래 지역을 꼭 한번 돌아다녀볼 필요가 있다. 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까나리들의 엄청난 장관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리지여 유영하며 하늘을 뒤덮는 까나리들의 산란유영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주변에 까나리 어선들이 있다면 수중에서 까나리 그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물론 저녁에는 싱싱한 까나리를 구워먹는 맛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까나리는 농어목 까나리과에 속하며 학명은 Ammodytes personatus이다. 등은 갈청색이며, 배는 회백색을 띠고, 몸통은 둥글고 길쭉하다. 이에 반해 실제 양미리는 큰가시고기목 양미리과에 속하며 학명은 Hypoptychus dybowskii이며, 까나리에 비해 크기도 절반 정도로 작다.
모래밭에 앉아 있던 쥐노래미와 놀라서 튀어나온 까나리가 충동하는 모습
사천의 삼각어초가 있는 굵은 모래지역에서 까나리들을 관찰할 수 있다
무리지어 어초 위로 비상하는 까나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