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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스트를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_김문진

아쿠아리스트 출신으로 부산아쿠아리움의 관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예전부터 청소년들이나 대학생들에게 아쿠아리스트란 직업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아 왔다. 호기심으로 아쿠아리스트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있지만, 미래의 직업으로서 아쿠아리스트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아쿠아리스트 선배로서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쿠아리스트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며, 직업으로 아쿠아리스트가 되려면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를 해놓던 것을 여기에 소개하기로 하겠다.

이글레이에게 먹이를 주며 공연하는 부산 아쿠아리움의 아쿠아리스트


아쿠아리스트란?
아쿠아리스트(aquarist)란 대형 수족관에서 고객이 관람할 수중생물을 사육관리연구하는 사람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수중생물 전문가 또는 수족관 관리자라고도 부른다. 하는 일은 주로 물속의 환경을 가능한 한 자연 상태와 비슷하게 조성하여 생물들이 수족관이라는 인공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돌보아 주는 일이다.

아쿠아리스트의 역사
우리나라에 아쿠아리스트가 최초로 생겨난 것은 1985년으로 63빌딩의 개관과 함께 지하에 63씨월드라는 수족관이 생겨나면서부터이다. 이때는 아쿠아리스트가 사육사라고 불렸으며 아쿠아리움 또한 일반 동물원과 같은 개념으로 간주되었다.
이후 2000년에 코엑스아쿠아리움이 개관하면서부터 아쿠아리스트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이 시기는 미국의 대형 수족관에서 생물을 관리하는 사람들과 해수관상어나 산호의 마니아들 사이에 아쿠아리스트라는 단어의 사용이 대중화된 이후라 할 수 있다. 2001년에 부산아쿠아리움이 개관되면서 전국적으로는 50~60명 정도의 아쿠아리스트가 자리를 잡게 되었고, 이로써 국내 아쿠아리스트 1세대가 만들어 지게 되었다.

아쿠아리스트의 활동
동물원들로 인해 포유류나 조류 등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경험이 쌓였지만 수서생물(물과 접하여 생활을 하는 생물)은 이에 비해 연구 업적이나 성과가 열악했다. 그나마 수산양식 분야에서는 식량자원 문제를 해결하거나 고부가 가치를 만들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많은 양식기술들이 전수되었다지만 그 기술마저 매우 제한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 수족관에서는 아열대성 어류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어종들이다. 아쿠아리스트들 중에는 수산양식, 해양생물, 어류질병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은 다른 분야 전공자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업무에 적응했고,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은 생물 관련 학술지나 동물원 수족관 협회의 학술 세미나에 등에 참가하여 여러 가지 연구 성과들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아쿠아리스트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고, 이들의 활동이 점차 늘어나면서 교육산업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다. 이로 인해 기존의 동물원과 테마파크 등에서 보여주었던 제한적인 사고들이 점차 무너지면서 새로운 전시기법과 마케팅 방법, 체험학습, 이벤트 행사 등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부산아쿠아리움의 경우 개관 이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수중이야기쇼, 수중마술쇼, 상어먹기주기, 수달먹이주기, 펭귄먹이주기 등의 프로그램들을 개발 또는 도입하여 한 층 더 높아진 전시기술들을 마련하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쿠아리움 관리를 위해 힘든 일을 마다 않는 아쿠아리스트들


샌드타이거 상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아쿠아리스트의 업무
아쿠아리스트는 단순히 먹이를 주고 청소만 하는 것은 아니다. 먹이 주고 청소하는 것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항상 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처럼 자신의 담당 생물들을 보살펴 주는 것이 가장 큰 임무라 할 수 있다. 아쿠아리스트는 아마추어 애호가들과 달리 몸이 힘들거나 아파도, 어렵거나 두려울 때에도 담당하고 있는 일이나 담당하는 생물들은 잘 살 수 있도록 해줘야할 의무가 있다. 필자는 아쿠아리움에 입사해서 지금까지(해외를 나갔을 때 제외) 전화기를 꺼둔 적이 없다. 새벽에도 전화를 받으면 뛰쳐나가야 되는 것이 생물과 같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이 도리이자 소양이다.또 다이빙을 잘 하니 아쿠아리스트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물론 다이빙할 줄 아는 아쿠아리스트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쿠아리움 중 일부는 물에 들어가는 일이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되는 곳도 있고, 별도로 다이버를 고용하여 계약직으로 일을 시키거나 전문 다이버에게 다이빙이 많은 수조를 할당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다이버들 대부분이 오래 일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 보다는 쉽지만 빈도수가 너무 많아서 피로가 누적되면 생리적 변화와 체력 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일을 계속 할 수는 없다.
아쿠아리스트는 생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많은 시간을 관찰하고, 많은 자료를 수집해야 하며 제반 사육 시설들에 대해 습득을 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물에 대한 공부가 최우선이지만 관련 서적들 대부분이 외국문헌을 형식적으로 번역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영어로 된 자료를 찾고, 영어로 된 사이트를 찾아보며 공부하는 길 밖에 없다.생물에 대해서 알게 되면 먹이나 습성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그러한 생물의 특성에 맞추어 관리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해룡은 죽은 먹이는 절대로 먹지 않고, 살아있는 곤쟁이나 대형 플랑크톤만 섭이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먹이를 공급하기가 쉽지 않다. 먹이 동물에 대해 공부하고, 습성까지 알고 있어야 채집하거나 수입할 수 있다.또한 우리나라 생물들 중에도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사람들은 해외 생물들만 관상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열대나 열대 생물들 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생물들도 나름대로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는 전문적으로 관상어를 채집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쿠아리스트가 직접 채집을 해야 한다.그 외 전기, 펌프, 배관, 기획, 사무 등의 업무도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외주업체나 별도의 관리 부서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들은 생물들의 생태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아쿠아리스트의 조율이 필요하다. 아쿠아리스트가 일을 알고 맡기는 것과 모르고 맡기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차후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해야할 필요가 있다. 시급을 다투는 문제에 직면한 경우 조치를 잘하지 못하면 되돌리기 힘든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쿠아리스트의 단계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정착되지 않고 있어 미국의 예를 들어 보자면 크게는 아쿠아리스트와 큐레이터 두 단계로 나눌 수 있고, 자세하게는 다음과 같이 8단계로 구분 할 수 있다.
그룹/제너럴 큐레이터-그룹 내의 모든 수족관을 관장하며, 그룹의 최고 지위를 가진다.
헤드 큐레이터-몇 개 수족관을 관장하며 모든 전시 및 생물 관리를 책임진다.
큐레이터-한 개의 수족관, 또는 한 파트를 관장하며 모든 전시 및 생물 관리를 책임진다.
어시스턴트 큐레이터-큐레이터를 도와 전시 및 생물 관리에 책임을 진다.시니어 아쿠아리스트-자신의 담당 전시 수조 외에 다른 아쿠아리스트를 통솔하여 전시 파트를 관장한다.
아쿠아리스트-자신의 담당 수조 관리 및 각종 공연 등을 행한다.
캐쥬얼 스텝-임금을 받으면서 아쿠아리스트의 업무에 도움을 준다.
자원봉사-임금을 받지 않으면서 아쿠아리스트의 업무에 도움을 준다.
미국의 경우에는 경력기간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승진을 하는데 점차 우리나라에도 이런 방식이 도입되는 실정이다.


아쿠아리스트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생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어학 공부까지 해야 한다

아쿠아리스트가 되려면…
하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오랜 시간 변치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둘, 기술적인 부분이나 정신적인 능력도 갖추어야 될 것이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어서 중도 하차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몸으로 부딪히며 생활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체력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는다면 쉽게 뛰어 들어서는 안 된다. 이 두 가지는 기본 바탕이다.
제일 긴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부터 나열하자면 영어는 기본적으로 잘해야 한다. 필자 또한 외국인을 상대할 일이 많기 때문에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가 제일 크다. 영어를 잘해야 되는 것은 생물수급이나 정보력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기본이고, 아쿠아리스트가 되고 나서도 공부해야 하는 교과서들이 모두 영어로 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어와 중국어도 잘한다면 더욱 좋다.그 다음으로 무엇을 공부하였는가? 전공이 무엇인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해양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교가 서울대, 인하대, 군산대, 순천향대, 여수대, 경상대, 부경대, 제주대, 한국해양대, 강릉대 등이다. 이들 학교의 해양생명학부는 양식, 어병, 자원생물, 해양생물 등으로 전공이 나뉜다. 이러한 학과들이 관련 학과 전공자라 일컬을 수 있다.그 다음은 스쿠버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그렇다고 스쿠버 강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이빙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과 할 수 있다는 것만 있어도 된다. 최근에 들어 기획전시회나 특별전시회 등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에 소질이 있거나, 그래픽, 디자인 또는 캐드 등을 할 줄 아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세계적인 수준에서 요구되는 아쿠아리스트의 업무는 많은 것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공부와 정보수집이 필수적이다. 끝없는 노력 없이는 그 수준에 항상 머물 수밖에 없고 자연적으로 도태가 될 것이다.아쿠아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지고서 큰 재화를 축적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직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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