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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욱의 메디컬 다이빙_ 스토리 비브리오 패혈증


아직도 여름은 기세가 만만치 않다. 7, 8월에는 전국이 36℃ 이상의 폭염이 보름 이상 지속되었으며 폭염이 주춤하자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폭우가 연일 전국을 강타하였다. 9월이 시작되었어도 한낮의 기온은 여름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이번 여름 우리 독자 여러분들의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아침 출근길에 라디오를 듣다보면 종종 비브리오패혈증(vibrio vulnificus sepsis) 사고로 인한 사망소식을 듣곤 한다. 바닷가 지역에서 어패류나 해산물을 섭취 후 구토와 호흡곤란을 심하게 호소하던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 중 끝내는 사망하였다는 지역 보건당국의 보도기사 내용이다. 올여름 15건 이상의 감염사례가 보고되었고, 그중 절반정도는 사망했고 아직도 발병중이다.필자가 의대시절 감염내과 시간에 비브리오 패혈증을 공부하던 때는 1990년대 후반이다. 그때만 해도 비브리오 패혈증은 유병률이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에 교과서에도 크게 비중 있게 다루지는 않았으나 한번 감염되면 치사율이 50%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종종 시험문제에 출제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유병률을 찾아보면 보고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함께 해산물과 어패류를 먹었던 지인 중에 비브리오 패혈증이 발병한 사례는 없었지만 비브리오균이 원인은 아니지만 구토와 설사 복통에 고생하는 다이버를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으며 이러한 증상이 자주 유발되어 애초에 생선회나 조개류를 멀리하는 다이버들이 주변에 상당수 있는 게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필자의 위장관은 예민하지 않은 탓에 해산물이나 어패류를 별 탈 없이 즐겨먹고 있다. 우리 다이버들은 확률적으로 비브리오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높다. 왜냐하면 비브리오균은 오염된 해산물과 어패류를 섭취 했을 때 이외에도 상처가 난 피부를 통해서도 감염되기 때문에 다이빙 투어 시 자주 먹게 되는 생선회 및 조개류 뿐만 아니라 바닷물에 피부가 노출되는 시간이 일반인들에 비해서 많기 때문이다.
비브리오패혈증(vibrio vulnificus sepsis)의 원인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Vibrio vulnificus; 비브리오 패혈증균)으로 주로 바닷물의 온도가 18~20°C로 상승하는 여름철에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며 간경화나 알콜중독자와 같은 만성 간질환자, 당뇨병, 폐결핵 등 만성질환보유자 또는 부신피질호르몬제(steroid)나 항암제를 과량 복용 중인 사람, 악성종양, 백혈병 환자와 같이 면역 기능이 감소된 사람들에서 오염된 해산물이나 어패류 섭취를 통한 원발성 패혈증(primary septicemia) 형태나 상처 난 피부에 직접 감염되는 상처감염증(wound infection) 형태 두 가지로 발현된다. 잠복기는 보통 24시간 내외이며 증상은 오한, 발열, 전신 쇠약감, 복통을 동반한 설사가 있으며 특히 하지에서 부종, 발적, 반상 출혈(피부에 검보랏빛 얼룩점이 생기는 피하출혈), 출혈성수포형성, 궤양, 괴사 등의 이상 증상이 발현된다. 진단은 임상 증상과 함께 원인균인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이 검출되면 확진되며 치료는 충분한 수액공급과 적극적인 항생제 치료가 주를 이루며 피부에 생긴 수포나 괴사된 조직은 절제, 배농(고름을 짜냄), 절개 등의 외과적 처치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감염되면 치사율이 50% 이상이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질병에 노출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여름철에 바닷물에 몸이 노출될 경우에는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각별하게 주의하며 만약 상처가 났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바닷물이 아닌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고 소독하며 위에서 언급한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해산물이나 어패류를 반드시 익혀 먹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먹는 즐거움이란 누구에게나 매우 커다란 부분이기에 먹지 말라는 경고는 즐거움에 찬물을 뿌리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조심하는 것도 미덕이라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