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아버님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스노클링을 즐기시고 계시다.아버지와 함께아버지는 나이 87세에 보청기가 없으면 거의 잘 안 들리시고, 폐도 좀 안 좋으시며, 허리도 좀 안 좋으셔서 많이 걷지는 못하시지만 늘 어딘가 가고 싶어하신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 휴가 망친다. 가서 죽으면 객사다 등등의 걱정에 말리시지만 아버지는 같이 놀던 친구들은 죽거나 누워 있어 만날 사람도 없고, 이 나이에 죽어도 그만이다고 문제 될 거 하나도 없다고 맞서신다.
결국 우리는 너무 멀리는 가지 말라는 어머니의 단서가 달린 허락을 얻어내고 동남아시아 쪽으로 가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그리고 전에부터 늘 둘이 가고 싶어 했던 라자암팟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하였다. 당연히 어머니한테는 인도네시아로 간다고 거기 동남아시아라고 하면서 ..
라자암팟 리조트라자암팟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 산호, 새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생명의 다양성 관점에서 세계에서 밀도가 가장 높다고 하니 수족관 빼고 가장 볼 거리가 많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왕년에 수영선수였고, 스노클링에 익숙하시며, 바다에 있으면 허리도 안 아프고 숨도 안차고 조용하니 참 좋다고 하시니 다이버인 나와 아버지는 쉽게 의견 일치를 보았다.
대부분 다이버들은 리브어보드를 선호하지만 다이버가 아닌 아버지와 가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리조트로 가기로 하고, 여기 저기 인터넷을 찾아 보던 중 밀림, 작은 호수, 잘 발달된 라군 등으로 작은 라자암팟이라고 불리는 풀라우 펲(Pulau Pef)란 작은 섬에 있는 raja4divers resort로 가기로 하였다.
드디어 12월 11일 금요일 오전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자카르타에 도착한 후에 국내선으로 갈아타서 마카사르를 거쳐서 다시 소롱으로 이동하여 12일 아침에 소롱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에는 리조트 스태프가 마중 나와 있었다. 자동차로 Swiss Belhotel로 이동해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항구로 가서 배들 타고 4시간 가량 48킬로를 달려 리조트에 도착하였다.
리조트의 배치도리조트는 토요일에 체크인하여 6일 숙박하고, 금요일 오후 리조트를 출발해 소롱에서 일박하고, 토요일 소롱 공항을 출발하는 스케줄로 일주 단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소 일주일 동안 같은 멤버끼리 다이빙하고, 식사하며 이야기 하게 되어서 Arrive as a guest, feel like a king, leave as a friend 라는 리조트의 홍보 문구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느끼고 가게 된다.
리조트에 도착하여 선착장에 오르자 모든 스태프 그리고 게스트 들이 모여서 춤과 음악으로 환영을 해주었다. 이 리조트 주인장인 마야는 스위스 국적의 여성이었고, 30분 정도 리조트 안내 및 주의 사항 등을 브리핑 해주었으며, 다시 다이빙 팀에서 30분 정도 브리핑을 해주었다. 그리고 각종 정보가 들어 있는 아이패드를 지급해 주였다. 여기에는 기본적인 다이빙 리조트 안내 이외에 별자리 보는 앱, 해양생물 및 동식물 안내 앱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담아져 있었다.
일요일 첫날 오전은 기본적으로 하우스 리프에서 체크다이빙을 시행하고, 오후에 보트 다이빙을 진행 하였다. 월요일부터 수요일 까지는 오전에 한 시간 정도 보트로 이동하여 비교적 먼 곳 다이빙을 2회 진행하고 돌아와서 점심식사 후 오후에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보트다이빙 1회를 더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원하는 경우 하우스 리프에서 선셋 다이빙, 나이트 다이빙을 추가로 할 수 있다. 나이트록스와 추가하는 하우스 리프에서의 다이빙은 모두 무료이다.
목요일은 피크닉 개념으로 아침에 출발하여 2회 보트 다이빙, 인근 섬 방문 관광, 3회 보트 다이빙 후 리조트로 돌아오게 된다.
리조트 지붕에 앉은 새리조트에는 12명의 고객이 있었는데 두 명은 독일인 여덟 명은 스위스인이었다. 연령대가 50대, 60대가 대부분이고 일부는 70대로 로그수가 대부분 천에서 삼천 정도로 경험이 풍부했고 나이가 지긋하신 다이버들이 대부분이었다. 저녁마다 서로 찍은 사진을 같이 보고 이야기 하고 다음 번 다이빙 여행에 관해서 정보와 의견을 나누었다. 노인 다이버들과의 대화는 보물 창고를 여는 것처럼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방갈로는 매우 넓고 자연 친화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화장실도 개방형이고 에어컨, TV, 전화기도 없고, 핸드폰도 통화도 되지 않고 온갖 벌레도 많아 잠은 모기장 안에서 자야 하고, 밤에서 전력공급이 중단된다. 첫 날은 좀 불편했지만 그 이후로는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번 다이빙 여행에서 느낀 점은 이렇게 까지 디테일 하게 다이버를 배려하는 곳이 있구나 하는 점과 책임질 수 있다면 최대한 자유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해변의 방갈로들예약을 하고 나면 고객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묻는 메일이 오고 엑셀파일이 첨부된다. 거기에는 보유한 라이센스 종류 및 회원번호, 가입한 다이빙보험, 신체 사이즈, 본인이 안 먹은 음식, 특별히 신경 써주었으면 하는 것 등 매우 디테일한 정보를 채우게 되어있다. 좀 귀찮고 짜증이 났지만 리조트에서 생활하다 보니 특별한 주문을 한 고객에게는 그에 맞는 음식을 따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미 아버지 청력 및 기타 문제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추가 비용 없이 아버지는 한 명의 스노클링 가이드를 배정하여 늘 손을 잡고 안전하게 스노클링을 하게 지원 하여 주었다. 나도 일주 동안 같은 다이빙 개인가이드를 지원해 주었다. 일주일 다이빙을 다 마치고 나면 다이빙 포인트 이름, 시간, 같이한 사람 등에 대한 자료를 프린트해서 나누어 주었다.
유일하게 에어컨이 있는 곳은 카메라 룸이다. 이름이 붙여 있는 좌석 배치표가 있고 전원, 면봉, 수건, 각종 공구, 에어건, 대형 모니터 컴퓨터 및 프린터 등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배에서도 내부에 완충제를 붙인 바구니 및 사진기용 타올을 준비해서 수중촬영을 하는 다이버를 위한 배려가 감동적이었다.
다이빙 배에는 의자 아래 이름이 적힌 소지품 박스가 비치 되어 각종 개인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고 물도 이름이 적힌 개인별 생수를 준비하여 놓아 위생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안경을 보관할 수 있는 박스를 보트 기둥에 매달아 놓아서 장비를 입고 나서 자연스럽게 안경 혹은 선그라스를 벗어 보관할 수 있어 편안한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피그미해마이곳의 하우스리프는 매우 잘 발달 되어 있고 산호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저녁에는 만다린 피쉬를 볼 수 있고, 피그미해마도 쉽게 발견된다. 방에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만타가 수면 위로 뛰어 오르는 것들 볼 수 있다. 하우스리프에서의 다이빙은 원하는 경우 솔로로 진행할 수 있다. 원하냐? 할 수 있나? 있다고 하면 본인 책임하에 하면 되는 것이다. 다이빙 첫날은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서 하우스 리프에서 다이빙을 하였고, 다음부터는 약간의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솔로 다이빙을 시도 하였다. 엄청 긴장하면서 장비를 한번 더 확인하고 수중에서는 지형 및 제티의 위치 등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 항상 누군가 같이 도움을 받거나 주면서 다이빙을 하였는데 혼자 시도해 보니 더욱 안전에 신경을 쓰면서 다이빙을 하게 되었다. 추천할 것은 아니지만 모험 삼아 한 솔로 다이빙은 스스로 지형 지물을 한번 더 확인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다이빙 가는 중에 만난 돌고래들일주일 일정을 마치고 소롱으로 떠나기 위해 선착장에 가니 남아 있는 투숙객을 포함하여 모든 스태프들이 노래와 춤으로 환송을 해주며 한 명 한 명 모두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 익숙하지 않은 불편한 상황일 수도 있지만 일주일 나름 같이 다이빙하고 식사하고 이야기 하면서 생긴 우정은 형식적일 수 있는 환송행사를 즐거운 축제처럼 느끼게 해 주었다. 같이 출발하는 스위스 노부부의 부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소롱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돌고래 무리들과 고래들이 두 번째 환송식을 열어 주었다.
일주일간의 리조트 생활을 마무리하고 나오는 길에 다이브마스터들과 한 장무사히 노인 아버지와 중년 아들의 다이빙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노인이나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든다면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다이빙을 즐기는 붐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박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