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ton 수중호흡시스템의 미래?혁신인가 사기인가?
최근 SNS를 통해 스쿠버 다이빙이나 스노클링 등 워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예전의 007시리즈
영화에 나왔던 인공아가미의 컨셉을 활용한 트리톤(Triton)이라는 발명되었고 대량생산을 위해 클라우드
펀딩 중이라는 것이다. 꿈의 테크놀로지가 드디어 현실화되었다고 너도나도 앞다투어 SNS에 공유하기에 급급했고, 클라우드 펀딩의 해당 캠페인은 하루도
체 되지 않아 목표했던 $50,000을 달성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500,000이 넘었고, 마지막에는 $900,000까지 도달했다.
국내에서도 일반 다이버들은 물론이고 다이빙 강사나 코스디렉트들까지도 SNS로
떠돌던 이 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공동구매 하자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국내 인터넷 매체들 중에서도 이 내용을 전파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어디서든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사실 필자가 기억하는 비슷한 컨셉의 영상은 마레스가 2015년 만우절(4월 1일, April Fools
day)에 뉴스로 보여주었던 호스가 없는 호흡기 영상이었다(
http://goo.gl/ur4te5). 누가 봐도 만우절 이벤트였다. 그래서 사실 트리톤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것이 이 영상이었다.
누군가 또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SNS에 공유되는 사람들의 반응에 필자는 더 놀랐다. 대부분 “신기하다, 대박이다, 사야겠다, 공구하자”는
등의 호응일색이고, 현실성 여부에 대한 의문은 거의 없었다. 이미
검정된 제품도 아니고, 실현 가능한 기술도 아니지만 멋진 디자인과 분위기 있는 이미지 그리고 수영장에서의
짧은 테스트 동영상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지갑까지 열게 만들었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마도 INDIEGOGO란 유명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올라왔기 때문에
검증되었을 것이라 추측했을 것이고, 우리가 평소에 상상하던 것이라 현실성 여부를 떠나서 반가웠을 것이다. 그래서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많은 사람들이 공유를 하였고,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유를 하니 더욱 믿음이 가서 후원을 하며 공식 출시되면 제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테크놀로지가 격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학기술은 상상하던 것을 언젠가는 현실화 시켜낸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이런 SF 디자인도 누군가 현실화 시켰을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공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필자는 이를 용납하는데 거부감이 들었다.
처음엔 그냥 건성으로 공유된 내용만 보다가 해당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https://goo.gl/4L40tt)에
올라와 있는 내용을 직접 확인해보았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트리톤(Triton)은
배터리로 작동되는 인공아가미로 수중의 용존산소를 필터해서 사람이 수중에서 호흡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였다. 사용
수심은 5ft(4.57m)까지 배터리의 사용시간은 45분이다. 테스트를 마쳤고 양산에 들어가기 위해 펀딩을 시작했다. 그래서 후원자로
참가하면 $299에 제품 1개를 보내준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정말 꿈의 제품이고, 멋진 기회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현대의 기술력으로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동의하기 힘들었다. 물리적인 오류들을 빼고도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2, 제3의 산업기술혁명이 일어나야만 할 듯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 거이다.
이 캠페인을 주도한 인물들로는 상상력이 풍부한 SF 디자이너(한국인 연재변), 사업가(Saeed
Khademi) 그리고 마케팅 전문가(John Khademi)가 있을 뿐 과학기술자는 아무도
없다. 이 것만으로도 이 캠페인은 회의적이었다. 결국 이후로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기술적 문제 제기와 신용사기(scam)라는 비판에 휩싸이면서 인디에고고(Indiegogo)는 3월 31일에
자발적으로 이 캠페인 페이지를 폐쇄했고, 누적된 90만 달러의
후원금을 전액 환불하였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 팀들이 동일한 내용으로 캠페인을 다시 오픈했다는 것이다.
사실은 인공아가미의 일부에 액체산소통이 들어있었고, 이를 통해 호흡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액체산소통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으니 자신들을 믿고 후원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간 비판의 핵심이었던 편집된 테스트 영상이 아니라 편집되지 않은 데모 영상을 올려놓았다. 그것이 4월 1일이었는데
4월 11일 현재 이런 내용으로도 또 다시 900명의 후원자들이 35만달러(약 4억원)의 후원을 약속했다.
인공아가미와 액체산소를 이용한 호흡기
<디자이너가 개발한 제품답게 이미지는 그럴 듯 하다. >
인공아가미에 더해서 사실은 액체산소를 이용해서 호흡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인공아가미 기술만으로 호흡할 수 있다고
했던 첫 캠페인과는 개념적으로 많이 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9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아직도 후원을 계속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 트리톤이 사기라는 것을 지적했는데도 굳건하게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후원자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아무튼 수정하여 진행된 두 번째 트리톤의 캠페인에 대해서도 다시 많은 기술적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데 캠페인 자체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이미 후원자들도 많은 우려들을 표하고 있다. 트리톤의 수정된 버전에 대한 간단하게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자.
액체산소의 이용과 휴대
<트리톤의 인공아가미 구조도. 물(H2O)을
걸러서 산소(O2)를 모아준다는 방식이다.>
트리톤 프로젝트의 책임자 Saeed Khademi가 답변한 내용에
따르면 트리톤 내부에는 격리된 컨테이너(dwars)가 있고, 그
안에 -170℃에서 산소를 액체로 보관한다. 용기의 아래쪽은 액체 상태의 산소 그리고 위쪽은 기화시키는 곳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기체 산소가 마우스피스를 통해서 사람의 입으로 들어간다.
트리톤의 크기는 전장 29cm, 전폭 12cm이다. 여기에 인공아가미가 있고, 배터리가 있고, 액체산소 캐니스터가 있고, 호흡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레귤레이터까지 들어가 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도 다이버들은 이 이야기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인내를 해보자.
액체산소를 보관하고, 기화시키고, 호흡할
수 있는 양으로 팽창시켜서 배출시켜주는 시스템을 인공아가미와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을 뺀 나머지 공간에 배치시킬 수 있다고 가정하자. 액체산소는 어떻게 공급할 것이며, 이를 캐니스터 채로 교체하거나, 충전을 해야 한다면 그 비용은 얼마나 될 것인가? 그리고 액체산소는 DOT 규정상 승객이 가지고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열대바다로
여행갈 때 사용하려고 트리톤을 구매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휴대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액체산소에서 기화된 산소는 순수산소이다. 100% 산소를 호흡하면 1기압 하에서도 장시간 호흡하는 경우 산소중독을 겪을 수 있다. 이들이
최대 사용시간을 45분이라고 한 것은 아마 NOAA에서 권장하는
산소노출한계시간이 1.6기압에서 45분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 이상으로 산소를 호흡하면 산소중독으로 수중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확률의 문제이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산소중독은 그 전에라도 일어날 수 있다.
인공아가미를 통한 산소의 흡수와 저장
<4가지 색상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고성능 인공아가미로 물 속의 산소분자를 걸러내서 호흡할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고 했지만 그 양이 현실적으로 호흡량을
따라갈 수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액체산소의 사용 개념을 가져왔다. 하지만 여전히 인공아가미도 사용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액체산소를 이용하는 것만해도 대단한데 처음 이야기했던 인공아가미의 개념은 포기할
수 없어 이를 계속 유지하는 듯하다. 이들의 인공아가미 개념은 미세구멍이 있는 필터로 물에서 산소분자를
격리시킨다고 했지만 산소분자가 물 분자보다 크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물고기들이 이용하는
삼투압 방식이라면 모르지만 이는 생체기술이 고도로 발달해야 가능한 것이고, 이들은 그 개념도 모르는
듯하다.
고성능 리튬 이온 배터리
<이 속에 액체산소를 보관할 수 있는 용기, 기화 공간, 호흡 요구가 있을 때 산소 기체를 공급해줄 레귤레이터, 배터리가
다 들어간다. 아! 물론 인공아가미에서 추출한 산소도 사용해야
한다.>
이들은 배터리를 이용해서 물 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걸러내고, 액체산소를
기화시킨다고 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1회 호흡용량이 500ml 또는 7ml/kg(몸무게당호흡량)이고, 호흡 횟수는 1분에 12회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45분간
호흡을 할 때 필요한 기체의 양은 약 500ml*12*45=270l이다. 인공아가미를 이용해서 물을 걸러서 산소를 모은다고 했을 때 해수의 평균용존산소량이 9ml/l라고 하면 호흡에 필요한 270l의 산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30,000l의 물이 필요하다. 45분간 이 물을 필터하기 위해서는
초당 11리터의 물을 이 필터 사이로 통과시켜야 한다. 트리톤의
사이즈를 생각하면 사실 구조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걸 고성능 배터리를 이용한다고 해서 실현되겠는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해도, 트리톤의 사이즈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그 정도의 용량을 갖게 된다면 전세계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바뀔
제품이 벌써 나왔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벌써 휴대폰 제조업체나 전기차 제조업체에서 엄청난 자금으로
그 기술력부터 확보하려고 투자할 것이다. 물론 이런 비판 때문에 인공아가미는 이름만 유지하고, 다시 액체산소를 들고나온 것이 아닐까?
결론
<상상은 멋있다. 하지만 그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데는 기반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런 엄청난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 겨우 액체산소를 이용해서 스노클링용 호흡기를
만드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이 만약 자신들이 주장하는 그런 기술력을 갖고 있다면 현재 다이버들이
사용하는 재호흡기와 스쿠버 시스템이 이 작은 사이즈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액체산소 캐니스터와
기화 챔버 그리고 레귤레이터 등이 전장 29cm, 전폭 12cm이
작은 사이즈에 들어가고 곁들여서 초강력 배터리와 인공아가미까지 부착되어 있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다면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소소하게 푼돈을 만들 필요 없이 그냥 스쿠버장비 제조업체나 재호흡기 제조업체를 찾아가면 그보다 100배, 1000배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전에 NASA나 미해군에서 먼저 찾아갈 것이다.
필자도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런 첨단 장비가 언젠가 현실화될
수 있을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의 캠페인처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즐거운 상상의 기념품으로 트리톤을 갖고 싶은 사람들은 이들을 위해 $299를 후원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해도 멋진 장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는 좀 비싸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