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복의 수중세상 엿보기 - 동해 북단의 부채뿔산호를 찾아서
남애리의 인공어초와 김정미 코스디렉터
동해안 다이빙을 하다 보면 수중생물의 생태적 특징을 살펴볼 기회가 있는데 때론 이해 못할
형태에 관하여 그 해답을 구해보려 여기저기 물어보기도 하고 또 다이빙 시 마다 그 특성을 읽어보려 유심히 살펴보기도 한다.그 중에 색상이 아름답고 자태가 고운 빨간 부채뿔산호의 이야기를 다이버의 시각에서 생각해보려 한다.
자포동물문 뿔산호 과에 속하는 부채뿔산호(학명
Melithaea flabellifera)는 필자가 확인한 것만으로도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수심 40m까지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다이빙 특히 동해안 다이빙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해양생물
중에 하나이다. 포항이나 울진 지역에서 다이빙 할 때는 거의 노란색에 가까운 부채뿔산호들을 본 기억도
있는데 그럴 때는 부채뿔산호에 살아가는 주홍토끼고둥의 색상도 여지없이 같은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당연히
같은 색을 띄어야 위장이 되는 보호색이겠지만 지역에 따라 혹은 각기 다른 색상을 띄고 살아가는 부채뿔산호에 맞추어 완벽하게 적응해서 살아가는 작디작은
개오지붙이를 볼라치면 그야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신비롭기까지 하다. ^^
부채뿔산호가 군락을 이루는 빨간 인공어초와 파란 물빛이 대비를 이룬다.
부채뿔산호는 조류의 흐름이 원활한 곳에 자리를 잡고 흘러가는 물 속의 미생물들을 걸러 먹으며
살아간다. 수중암반이 산맥을 이루고 그 중에 협곡처럼 수직으로 갈라져있는 지형은 조류의 유통이 좋기에
부채뿔산호들이 번성하는 곳이다. 이들이 먹이활동을 위해 하얀 폴립을 활짝 펼치고 있을 때는 그야말로
꽃밭이 따로 없다. 그래서 그다지 화려한 색감을 만나기 힘든 국내 수중환경에서 빨갛고, 노란 부채뿔산호 군락은 수중사진가들이 종종 앵글에 담게 되는 좋은 소재가 되어준다.
종종 다이버들과 어부들은 부채뿔산호의 색깔이 붉은 색을 띠고 있기에 홍산호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홍산호 또는 빨간산호는 보통 보석으로 비싼 값에 거래되는 산호과에 속하는 red coral(
Corallium rubrum)을
직역하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 홍산호(red coral)은
부채뿔산호와 달리 뿔산호과가 아니라 산호과에 속하는 동물로 지중해와 일본 남부 지역 등에서 주로 발견되며,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국제적인 거래가 금지된 보호종이다. 따라서 부채뿔산호와는 엄연히 다른 산호이므로 앞으로는
이름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부채뿔산호에
알을 낳아 지키는 수컷쥐노래미
그간 다이빙을 하면서 작은 범위의 부채뿔산호 군락을 여러 곳에서 만나기도 했고, 자연암반에서 자라는 모양과 사각 어초 또는 삼각 어초에서 자라고 있는 모양들이 제각각 색다른 풍경을 연출해주어서
다양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가 있었다. 그 중에 특히 동해 북단에 위치한 고성지역의 문암리에
있는 일명 금강산포인트는 아름답고 기묘하게 솟아오른 암반을 휘어감 듯이 부채뿔산호 군락이 형성되어 있어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아울러 쥐노래미의 산란철이 시작되는 초겨울이면 이 가지 많은 부채뿔산호는 쥐노래미는 물론
각종 어류들에게 최적의 산란터가 되고 주기도 한다. 난괴의 점액질을 이용해서 잔가지가 든든하게 자리한
부채뿔산호에 산란을 하면 거센 파도의 흔들림에도 온전히 알들을 지켜낼 수 있는 완벽한 보금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문암 이북 지역의 수중을 드나들면서 느끼는 궁금증 하나는 자연암반이든 어초든 별반 부채뿔산호군락을
만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어쩌다 발견되는 부채뿔산호도 겨우 말미잘 사이로 손바닥만한 크기로 외롭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 특이했다.
혹자는 송지호 부근을 기점으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지역이라 부채뿔산호가 생태적으로 서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한 학자가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하여 결과를 내놓지 않는
이상 추측일 뿐이다. 현장을 답사해서 부채뿔산호의 분포도를 완성한다든지. 연중 그 지역에 형성되는 수온을 조사하여 부채뿔산호의 분포와 상관관계가 있는지 자료상으로 나오지 않으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
부채뿔산호가 군락을 이루는 가진의 인공어초와 다이버
이런 생각을 하며 송지호와 가진을 지나 반암을 한번 찾아보았다.예전 DMZ 촬영 투어 때 한번 경험했던 수중환경에서도 자연암반에서는
부채뿔산호 군락지를 본 기억이 없었지만 유독 오래 전에 투하되었던 사각어초에서는 빼곡하게 자라고 있는 부채뿔산호 군락지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기대를 갖고 입수해보았다.
수심 25m 전후로 암반지역이 있었으나 역시 부채뿔산호는
자리를 잡지 않은 환경이었고, 조금 벗어난 곳에 투하되어 있는 40여개의
사각어초들은 부채뿔산호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40여여 개 사각어초들에는 전해들은 대로 부채뿔산호들이
오랜 시간 자리를 잡은 듯 서로 뒤엉켜 자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비단멍게와 섬유세닐말미잘만 보이는 수중 암반
그간 다이빙 하면서 보아온 모습들 중 섬유세닐말미잘 군락이 풍성한 곳에서는 부채뿔산호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또 부채뿔산호가 번성한 곳에서는 반대로 말미잘들이 내려 앉지를 못하는 것이 그들간의
생존법칙인 듯 하다.
하지만 간혹 양양의 남애리나 여타 지역에서 보면 상단에는 말미잘이 무성하고 중단 이하에서는
부채뿔산호가 자리를 잡아 층을 이루며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곳도 드물게 확인할 수가 있었다. 반면
가진의 수심 33m 웅장한 자연암반에는 화려한 색상의 말미잘들이 바위를 감싸고 있어 수려한 모양을 보이는
반면 어디에서도 부채뿔산호의 서식지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그 암반지역에서 10여 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사각어초는 오로지 비단멍게만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오묘한 해양생태계의 흐름은 이해하기 쉽지가 않다. ^^
언제고 자주 바다를 찾으며 또 어떤 곳의 어떤 환경이 나에게 궁금함을 안겨줄지 괜한 기대감을
간직하고 있다. 자주 찾아갔으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이 새로움으로 다가오지는 않는지? 이 드넓고 변화무쌍한 수중세계를 여행하는 하나의 재미로 남겨놓을 일이다.
항상 안전 다이빙 하시기를….
박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