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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밧드의 바다, 오만 다이빙 여행기

신밧드의 바다, 오만 다이빙 여행기
Diving at Sultanate of Oman

블랙코랄과 고르고니언 산호들이 군락을 이룬 오만의 수중


Prologue


저는 한국수력원자력(주) 아부다비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재형입니다. 아부다비는 UAE(United Arab Emirates)의 수도로 사막의 기적 두바이, 오아시스 알아인, 움 알 케인, 샤르자, 후자이라 그리고 라스알카이마 등과 함께 UAE를 구성하는 6개의 토후국입니다.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km 떨어져있는 브라카라는 곳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 수출현장에서 시운전을 하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그 동안 바빠 전혀 시간을 내지 못했지만 지난 5월 첫 연휴에 드디어 오만의 무산담이란 곳으로 다이빙을 다녀왔기에 소개합니다. 오만은 아라비아반도 동쪽 끝에 자리 잡은 나라이고, 무산담은 오만 본토에서 떨어져 나와 UAE와 붙어 있는 월경지역입니다. 자동차로 가려면 두바이에서 약 2시간, 아부다비에서는 약 3시간 가량 걸립니다.


아라비아 반도와 오만


Oman

오만은 본격적으로 수온이 오르는 5월부터 10월까지가 다이빙 성수기입니다. 사실 이번 여행을 계획하기 전에 아부다비 인근 지역의 다이빙 영상을 보니 모래 지형으로 부유물도 많았고, 필리핀을 다녀본 다이버들이 흥미를 갖기 힘든 곳들이 대부분이라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에미레이츠 원자력공사(Emirates Nuclear Energy Coporation)에 근무하는 친구 Mr. Carl이 연휴를 맞아 지인들과 무산담 투어를 준비하면서 평상시 다이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저를 초대했습니다. 모처럼 생긴 2박 3일의 연휴에 다이빙할 생각을 하니 너무 설레어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오만의 해안 지형


무산담, 신밧드의 바다

무산담은 돌핀 와칭으로 유명하며 고래상어가 자주 출몰한다는 소식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투어 당일 Carl과 함께 아부다비에서 두바이를 거쳐 후자이라 끝의 Dibba Port에 도착했습니다. 국경에 도착하니 미리 보내놓은 UAE비자와 여권사본으로 다이빙 숍에서 입국 허가서를 받아 놓았습니다.

연휴라서 엄청나게 많은 인파 속에서 입국 수속이 지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지만, 미리 서류를 준비한 덕분에 쉽게 검문소를 통과했습니다. 참! 아랍문화권에서는 알콜과 돼지고기가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기 때문에 스팸이나 돼지고기로 만든 통조림, 술의 반입은 금지됩니다.

UAE와 접경인 무산담

Al Marsa 다이브센터

국경을 넘어 Dibba Port에 들어서자마자 이번 투어를 진행할 무산담에서 가장 규모가 큰 “Al Marsa”라는 숍이 있었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장비를 차에서 내린 후 바로 2박 3일동안 머무를 배로 이동했습니다. 이곳 배는 Dhow라고 하며 전통방식과 현대식 시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형태로 모양은 비슷하지만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르게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연휴라 그런지 다양한 인종의 수많은 인파가 바다를 즐기려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배정받은 Dhow는 다이버 16명이 머무를 수 있는 규모로 2층은 배의 조정과 식사를 할 수 있는 데크, 1층은 다이빙 준비와 캐빈으로 내려가는 Salon, 그리고 배 하부는 2인 1실의 캐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탑승할 배


가벼운 자기소개와 함께 일정에 대해 브리핑을 했는데 미국인 8명, Carl의 오픈워터 교육생 이리나(카자흐스탄), 영국인 3명 그리고 한국사람은 나 혼자였습니다. 2박 3일동안 한국말 한마디 못하고 오로지 영어만 하면 배멀미 대신 영어멀미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모두 친절하고, 재미있게 대해주었습니다.

레스토랑 공간

2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캐빈

소개 및 브리핑 시간

오만의 80%가 돌산이라서 배에서 바라보는 육지의 풍경이 굉장히 신비롭고 경이로웠습니다. 마치 거인이 땅을 오무려 놓은 것 같은 모습입니다. 경치를 감상하는 동안에 다른 사람들은 태닝을 하거나, 음료수를 마시며, 장비 확인하고, 카메라를 셋팅하는 등 여느 다이빙 팀과 비슷했습니다.

지질활동에 의해 매우 특이하게 만들어진 지형

스피드 보트로 이동하여 드디어 첫 입수. 이게 얼마 만에 보는 물맛인지? 한국에 있을 때 장길리 펀다이브 리조트에서 마지막으로 다이빙을 한지 1년 4개월만에 보는 물맛은 상쾌하다 못해 온 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매일같이 수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수영장 물맛과 바다에서 맛보는 이 상쾌함은 비교할 것이 아니지요. 게다가 20m는 거뜬히 나오는 시야와 27℃의 수온, 3mm 슈트가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드디어 브리핑이 시작되었는데, 가이드는 필리피노 브라이언으로 오만에 다른 일로 왔다가 다이빙을 배워서 8년째 이곳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습니다. 첫 포인트는 Ras Rock입니다. 수심 10m부터 시작되는 드롭오프로 내려가면 약 26m까지 됩니다.


레드투스 트리거피쉬 무리

무산담에는 Redtooth triggar fish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크기도 필리핀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큰 규모였습니다. 첫 다이빙이라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정말이지 아주 거대한 honey comb moray가 굴 밖으로 유영을 하면서 내 눈앞을 지나갔습니다. 거짓말 약간 보태서 사람만한 크기였습니다. 그렇게 다이빙을 마치고 배에 올라와서 휴식을 취하는데, 역시나 태닝하는 사람, 로그북 쓰는 사람, 음악 듣고 쉬는 사람 등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면휴식시간과 별반 차이 없었습니다

돌기 해삼을 닮은 길쭉한 해삼

2번째는 야간다이빙으로 해가 질 무렵 5시반에 입수에서 50분간 다이빙했습니다. 대형 그루퍼와 돌 틈에 머리를 박고 휴식을 취하는 다양한 어종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특이한 것이 해삼이었는데 동해안에서 흔히 보는 돌기해삼이었습니다. 보통 열대바다에서 관찰되는 것이 아닌 동해의 것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한 마리 들고나와 고향의 맛을 느껴보고 싶었지만 나 같은 스마트 다이버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되새겼습니다.

그루퍼

머리만 숨기고 있는 앵무고기

다이빙을 마치고 간단하게 장비 정리하니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 저녁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워낙 현지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다이빙 이후 먹는 밥은 가히 꿀 맛입니다. 장시간의 이동과 배위에서 생활이라 밥을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캐빈에서는 자는 사람, 2층 데크에서 별을 보면서 자는 사람, 나처럼 싸롱에서 자는 사람 등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듭니다.

수지맨드라미


다이빙은 기록경기가 아니다

무산담에서 총 8회의 다이빙을 하며 서양 다이버들이 여행 즐기는 방법을 보니 느낀 점이 많습니다. 과거 제가 필리핀 투어를 다닐 때 짧은 일정 속에서 많은 것을 하려다 보니 하루에 4회-5회 다이빙은 물론이고, 전투적으로 행동했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5박 6일 일정에서 5일 째 쯤은 거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이곳 다이빙은 시간에 쫓기는 것도, 다이빙 스킬이 어떻든지 신경 안 써도 되는 편안함과 여유가 있었고, 조금만 컨디션이 불편해도 과감하게 다이빙을 포기하고 쉬는 그들의 여유 있는 모습이 한층 부러웠습니다.

블랙코랄이 숲을 이루고 있는 수중의 풍경


Dive Now Work Later

아침에 눈을 뜨니 쨍한 햇빛과 사람들의 인사소리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새벽 다이빙을 하고 들어오는 Carl과 인사를 하고 모닝커피로 잠을 깹니다. 하나 둘 커피 잔 들고 다이빙을 준비합니다. 이날은 4회 다이빙을 하고 마지막 다이빙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나이트 다이빙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행 중에 한 명이 지난 방문 때 Limah Rock이란 곳에서 고래상어를 봤는데, 이번에도 그쪽으로 가서 다이빙을 하기로 제안을 하니 마침 배가 그 근처에 있다고 지금 이미 준비를 했으니 첫 다이빙은 여기서 하고 아침을 먹는 동안 이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고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선장의 자세가 참 맘에 들었습니다.

상쾌하게 첫 다이빙을 마치고 미국식 아침식사를 하는데, 빠진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베이컨입니다. 무슬림 국가라서 철저하게 돼지고기는 먹을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 같은 외국인은 예외이지만 공공장소에서 돼지고기는 엄격하게 위법입니다. 식사를 하는 도중 배는 이미 포인트에 도착을 했고 다이빙을 하는 사람, 그냥 카약을 타겠다고 하는 사람, 드론을 갖고 와서 띄우는 사람 등 제 각각 자기들의 휴가를 즐깁니다.

그래! 이게 바로 휴가였어, 잠시 일은 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그렇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2일째 다이빙을 모두 마치고, 하늘에 별도 보고,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잊지 못할 오만 여행을 즐겼습니다.


카약을 즐기는 다이버

드론을 준비하는 다이버


무산담 하이라이트 포인트

이번 일정 중에 가장 기대했던 포인트는 바로 Limah Rocks와 Octopus Rock입니다. 이 두 곳은 무산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인트로 고래상어와 대형 어종이 주로 관찰되는 곳입니다. 아쉽게도 마지막 날 이 두 곳을 가는 여정이었지만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수지맨드라미

Octopus Rock을 설명하는 가이드 브라이언의 말이 재미있습니다. 자기가 이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다이빙을 해봤지만 문어는 한번도 못 봤다고, 왜 문어바위인지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웃었습니다. 지형을 보아하니 수면으로 동그란 모양의 바위와 그 밑에 갈라지는 수직의 크랙이 많아 마치 문어를 닮았다고 붙은 이름인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 포인트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다이빙 배가 주변에 정박을 하고 다이빙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수심은 약 20m정도이고, 수중여가 잘 발달되어 있었으며, 수많은 다이버가 동시에 다이빙을 진행해도 붐비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무리의 트리거피시가 관찰되며, 역시나 크랙마다 랍스타가 앉아 다이버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옥토퍼스 락

크랙마다 들어가 있는 랍스타

드디어 Limah Rock으로 이동을 합니다. 예전에 한창 거문도 투어를 다닐 때 수없이 들었던 백도. 지금은 학술조사 아닌 이상 다이빙이 금지되어 있지만 우연한 기회에 다이빙을 할 수 있었는데, Limah Rocks을 딱 보는 순간 백도가 생각났습니다. 물론 백도보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백도처럼 웅장한 바위산에 수직의 거대한 크랙이 깊게 패여 있고, 무산담 본토와는 조금 떨어진 섬이라서 수시로 조류가 바뀌고, 대형어류를 관찰하기 좋은 포인트라고 합니다.

백도가 생각나는 Limah rock

물론 고래상어도 심심치 않게 관찰됩니다. 이번 다이빙은 시원하게 조류를 즐기고 섬 반대편으로 반 바퀴 도는 계획이었습니다. 가이드가 수시로 수면을 확인하며 고래상어의 출현을 기다렸지만 끝내 고래상어는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니만타는 보았는데 정확한 명칭은 잘 모르지만 여기서는 다들 미니만타라고 불렀습니다.

무리지어 유영하는 미니만타(모불라레이)


바위 아래의 그루퍼

곰치


Epilogue

이렇게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Dibba Port로 이동을 합니다. 장비 세척하고, 식사를 하다 보니 배는 어느덧 Dibba port에 도착했습니다. 2박 3일간의 환상적인 일정과 날씨 그리고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한 투어였습니다. 투어에서 만났던 고령의 부부 다이버가 생각납니다. “다이빙은 항상 재미있고, 즐겁다. 그리고 나를 흥분시킨다.” 고 말하는 70대 미국 할머니의 표정은 나이를 잃은 소녀의 모습이었습니다.

나에게 이번 투어는 바쁘고 힘든 현장의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휴식이자 힐링이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다이빙을 다시 할 수 있는 시간을 꿈꾸며 서둘러 아부다비로 돌아와 며칠 비운 일상의 공백을 채워야겠습니다.






임재형

96년 다이빙 입문
PSAI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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