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퍼스의 다이빙
백상어의 습격에도 안전한 스완 리버 다이빙
어린 쥐치(Filefish)이번 달로 파푸아 뉴기니를 떠나 퍼스로
옮긴지 딱 일년이 되었다.
일년 전, 정들었던 파푸아 뉴기니 바다를 떠나는 아쉬움을 위로 해 준 것은 비록 파푸아 뉴기니 같은 화려한 바다환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나마 다이빙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의
아쉬움과 걱정의 시간들이 무색할 만큼 그 어느 누구보다 이곳 퍼스 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열정에 발목을 잡는 불미스런 사건이 퍼스에서 발생했다.
호주 바다 특히 서호주 바다에서 다이빙을
시작할 때 대표적인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다. 일단 낮은 수온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육체적인
스트레스이고, 서호주에서 유명한 백상아리와 타이거 상어 같은 대형 포식자들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손꼽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이다.
스완리버의 비치. 백상어의 습격 소식에 다이버들은 스완 리버를 찾고
있다.
퍼스에서 다이빙을 시작할 때 그 동안의
필자의 다이빙을 지켜본 지인들에게서 가장 먼저 들었던 질문도 역시 드라이슈트와 상어 공격에 대한 걱정들이다. 아마
호주 특히 서호주 바다 환경을 조금이라 들어본 사람이라면 역시 이 두 가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겨울 드라이슈트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낮은 수온이라는 장벽을 잘 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주일 간격으로 서퍼와 다이버가 연속적으로 상어 공격에 의해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여
바다를 즐기는 퍼스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바다 위에 떠있는 서퍼를 다른 먹이감으로 착각하고
상어가 공격을 하는 일은 이곳만 아니라도 그 동안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상어가
바다 속의 다이버를 공격하는 일은 흔하지는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막연하게 상어공격을 걱정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곳에서 다이빙을 하는 본인이나 주변 다이버들도 상어에 대해서는 그 동안 큰 두려움이 없었다. 이번
불행한 사건은 안 그래도 조금 썰렁해진 퍼스 겨울바다의 분위기는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있다.
낚시로 잡은 연어를 들어보이는 소년언제나 바다와 강에서 서핑과 카약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는 것이 일상인 퍼스 시민들에게는 일주일 간격으로 벌어진 이번 사건은 더욱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 여러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주로 추측하는 원인들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올해는
평소보다 많은 연어 떼가 퍼스 바다를 찾아 와서 해변에 평소보다 더 많은 낚시꾼들을 볼 수 있다. 방파제나 해변 가까이에서
연어를 잡기 위해 모여 드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라 물개나 돌고래들도 심심히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먹이를 찾아 모여드는 포식자들 중에 상어들이 많아지고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흔치 않는 상어 공격의 또 다른 원인
중에는 바다가재나 작살 낚시도 포함된다. 이번 상어 공격으로 사망한 다이버 역시 채집가방에 바다가재가
있었다고 전해지기 때문에 일상적이지 못한 이런 사건의 또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이버들이 바다가재를 채집하는 동안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바다사자대부분의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들의 다이빙
목적은 바닷속을 구경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풍부한 해양 생태계가 보존 된 바다라는 건 그 어느 것 보다
중요한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의 조건이기 때문에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자연보호자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바다를 지키고자 하는 스쿠버 다이버들의 입장과 바다라는 세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들이 이번 사건들을
지켜보는 시각이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상어 공격으로부터 어린 아이들이 노는 해변을 지켜내자는 자극적인 기사부터 사건 발생 후 사람을 공격한
백상아리를 포획하기 위해 나서는 단체와 헬리콥터들까지 나서서 퍼스의 바다는 팽팽한 긴장이 맴돌고 있어 바다를 있는 그대로 최대한 지키고 싶어 하는
퍼스 다이버들의 염려는 깊어지고 있다.
역시, 이 기회에 상어 포획을 합법화 하고자 하는 낚시업계의 주장과 상어를 포획하는 것은 상어 공격 예방책이 될 수
없다고 하는 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필자 역시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비단 바다뿐만 아니라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지구의 다른 생물들이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고하게 하고 있다. 인간의 안전을 이유로 자연의 모습을 고치려는 방식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인간이 크게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어리석은 선택이라 생각 한다.
블레니
성공적인 다이빙이란 안전하게 돌아온
다이빙이라는 말이 있다. 야생의 자연에 좀 더 가까이 하고자 할 때 우리는 좀 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포식자 앞에서는 그저 작은 먹이감에 지나지 않고, 거센
자연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것을 예방할 수 있는 점검의 시간과
또 다양한 그 동안의 연구들이 있다. 물속에 뛰어 들기 전에 사고를 방지 하기 위해 다시 한번 확인하고
또 좀 더 많은 정보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Dorsal 단체는 호주뿐만 아니라 하와이, 미국 지역에서 해변 가까이 접근하는 상어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단체로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무료 핸드폰 어플을
다운받아 실시간으로 상어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상어 접근을 막는 상품들로는 간단한
스프레이부터 위협적인 느낌을 주는 바다뱀 무늬 웻수트까지 많이 소개되고 연구되고 있다. 샥 쉴드(Shark Shield)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어 퇴치 상품 중에서 가장 신뢰도와 높은 상품이다. 발목에 장착하고 입수하게 되면 주변에 강한 전기장이 흐르게 된다. 이
전기장은 상어의 전자기장 감지기관인 로렌체니 기관에 불쾌감을 주어 접근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상어 공격 사건 이후 필자 주변 다이버들이 예방책으로 가장 선호한 제품이다.
상어 공격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궂은
날씨 속에 요즘 새롭게 인기를 몰고 있는 다이빙 장소는 퍼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Swan river이다. 주로 크랩이나 새우를 채집할 수도 있고, 나이트 다이빙으로 인기가
많은 곳이지만 도심과 가깝고 바다와는 달리 날씨의 영향은 덜 받는 곳이기 때문에 얕은 수심에 머물며 사진 촬영을 하거나 다이빙 교육 장소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강이라 하더라도 바닷물과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어종들을 볼 수 있고 특히 해마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Swan river를 따라서 많은 다이빙 포인트들이
있다.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평일에는 바다 보다 퇴근 후 스완리버에서 나이트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과
새우와 게 채집도 대부분 강에서 이루어진다. 수심이 깊은 combe
point 경우에는 리브리더같은 테크니컬 다이빙 장소로 인기가 좋은 곳이다.
아름답지만 치명적익 실꽃말미잘
Blackwall Reach
낡은 잔교 아래에서 해마를 찾아 보거나
좀더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 강벽을 따라 가면 난파선 까지 있어 바다 다이빙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배가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다이빙 깃발은 필수로 준비하고 상승 시에는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유령멍게
신보리
호주 퍼스 거주
어드밴스드 다이버
수중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