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말라파스쿠아 다이빙
Diving Trip to Malapascua on December 2016
나쁜 크리스마스 Bad Christmas
카토섬의 화이트팁 상어들
지난 12월 16일~20일 환도상어의 섬 말라파스쿠아 트립을 다녀왔다. 13일 세부에
도착하여 먼저 모알보알에서 3일간 다이빙 한 후에 다시 말라파스쿠아로 이동해서 3일간 다이빙을 더 하고 세부로 돌아와 귀국하는 스케줄이었다. 그래서
16일 오후에 모알보알에서 밴을 타고 마야 Maya 항을
거쳐 말라파스쿠아로 들어가기로 했다. 모알보알에서 출발할 때부터 시작된 장대비는 중간에 멎었지만 5시간을 거침없이 달려서 도착한 마야 항은 바람과 간조가 겹쳐 배가 출발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악몽이 시작되었다.
말라파스쿠아 Malapascua라는 섬의 이름은 1,500년대에 스페인 탐험가들이 폭풍 치는 크리스마스에 처음 섬에 상륙한 데서 유래하여 나쁜 크리스마스라는
뜻이라 한다. 스페인어로 Mala는 나쁜 Bad이고, pasco는 세부 사람들의 말인 시부야노 Cebuyano로 Christmas라는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으로 Pascua가 부활절 Easter이기 때문에 나쁜 부활절이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활절이면 4월 즈음인데 그때는 날씨가 좋을 때가 많아 아무래도 나쁜 크리스마스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
말라파스쿠아
섬 바운티 비치의 모습
아무튼 주위에서 12월에는 말라파스쿠아의 날씨가 별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날씨는 항상 복불복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일정을 정하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하지만
막상 마야 항에 도착하니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간조에다 바람이 심해 너울이 생기면서 말라파스쿠아로
우리를 데려다 줄 보트는 쇄파 Surf 지대를 넘어가지 못하고 1시간
정도를 더 기다렸다. 배가 멈춰 있었기에 더 흔들렸는데 선실에 누워 억지 잠을 청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겨우 배가 출항했지만 파도와 너울로 배는 심하게 요동을 쳤다. 갑판
위로 파도가 밀려올 정도였고, 가방들이 흠뻑 젖었다. 연료
냄새와 흔들림에 선실에 남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번씩 큰 파도가 뱃전을 때릴 때면 배가 큰
소리로 끽끽거렸다. 너울이 심하여 평소에 4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방카보트는 1시간 30분이나 걸려서 도착할 수 있었다. 파도를 타느라 직선거리로 가지 못하고 사선으로 돌아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한 것에 감사해야 할 정도로 다들 힘든 상황이었다. 선장에게 엄지를 들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솔다이버스클럽의 말파총각 박태형 다이브마스터가 고생한 일행들을 위해 체크인을 도와주고, 숍에서 라면까지 끓여주며 위로해 주었다. 담 날 오전 다이빙은 쉬기로
하고, 밤에 세부로 도착한 다른 다이버들이 도착하면 함께 느긋하게 다이빙을 하자고 했다. 그 팀도 섬에 들어오는 것이 쉽지 않을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팀은 픽업보트의 문제로 아침 10시가 넘어서 마야를 출발하여 11시나
되어 말라파스쿠아에 도착했다. 점심을 숍에서 먹고 오후에 2회
다이빙하는 것으로 첫 날을 보내기로 했다.
말라파스쿠아 본 섬 주변의 다이빙 포인트들
연산호가 화려한
딥락 포인트로 하강하는 다이버
지난 9월에 말라파스쿠아를 찾았을 때에는 날씨가 받쳐주기도 했지만
유명 포인트 위주로 다이빙을 진행했기 때문에 본 섬 주변의 다이빙 포인트들에서 다이빙을 하지는 못했다. 날씨가
좋지 않은 덕에 본섬 주변의 딥락 Deep Rock, 딥슬로프
Deep Slope, 다킷다킷 Dakit-dakit 포인트에서 3회 정도 다이빙을 했는데 나름대로 괜찮은 곳들이었다. 광각과 마크로
촬영 모두 괜찮은 곳도 있었고, 마크로 촬영하기데 더 좋은 곳들도 있었다.
1. 딥락 Deep Rock
바닥 근처에
있는 블랙코랄
말라파스쿠아 섬 북서쪽 코너의 작은 섬 Lapus-lapus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수심 15m에 평평한 봉우리 정상이 있고, 수심 26m까지 떨어지는 크지 않은 바위이다. 조류가 항상 강한 곳으로
수면 부이와 연결된 라인을 잡고 하강해야 한다. 바위 위쪽으로는 말미잘과 연산호들이 군락을 이루고, 측면으로도 연산호들이 빽빽하다. 바닥은 모래지역으로 연결되는데 블랙코랄들이
군데군데 서 있어서 멋있다. 프로그피쉬 등 마크로 소재들이 많아 가이드들이 잘 찾아준다. 다만 수심이 깊고, 조류가 강해서 초보자들에게는 힘든 포인트가 될
수 있다.
2. 딥 슬로프 Deep Slope
바다나리. TG4+INON UFL-150 사용
말라파스쿠아 섬 북동쪽 코너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으로 수심 15m에서
작은 월과 슬로프가 수심 20m 내외로 이어지는 곳이다. 작은
월 한쪽에 작은 동굴도 있고 쏠종개들이 무리지어 다니고 있었다. 쏠종개들은 꽤 큰 녀석들로 광각사진으로
촬영하기에 괜찮은 수준이었다. 피그미해마를 비롯해서 마크로 피사체들을 가이드들이 찾아줘서 촬영하기에
좋았다. 마크로 촬영을 좋아한다면 한번 이상 다이빙을 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무감압한계 내에서 다이빙을 하기에는 수심이 좀 깊은 편으로 나이트록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감압에 걸릴
우려가 있어 보였다.
3. 다킷다킷 Dakit-Dakit
산란하느라 근접해도 도망가지 않는 갑오징어
말라파스쿠아 섬 남서쪽에 있는 작은 바위섬 근처이다. 수심은 10내외로 얕으며, 군데군데 바위들이 있고, 바위를 은신처 삼아 서식하는 해양생물들 속에서 마크로 피사체들을 찾아보는 다이빙이다. 라이언피쉬, 성게, 바다나리
등을 대상으로 이논 피쉬아이렌즈를 테스트하며 다이빙을 했는데 다이버들이 모여 있는 곳을 보니 갑오징어가 있었다.
멀리 도망가지 않고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도는 것이 이상해서 관찰해보니 근처 산호 속에 산란을 하는 중이었다. 알을 하나 놓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힘을 줘서 알을 낳아 산호 속으로 밀어 넣었다. 산란에 열중하는 중이라 어렵지 않게 근접 촬영을 할 수 있었지만 혹여 방해가 될까 너무 오래 머물지 않고 상승했다.
모나드 숄 Monad Shoal
몸통만큼이나
긴 꼬리가 환도상어의 특징이다.
다이버들이 말라파스쿠아를 찾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모나드 숄에서 환도상어를 보는 것이다. 매일 4시에 기상하여 4시 30분에 숍에 모여서 5시에 보트를 타고, 모나드 숄에 도착하여 동이 틀 무렵인 6시에 입수를 하게 된다. 매일 거의 확실하게 환도상어를 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다이빙을
마치고 숍으로 돌아오면 7시 30분 정도이고, 아침 식사 후에 잠깐 쉬었다가 9시 30분경 숍에 모여 오전 다이빙을 출발하게 된다.
지난 번 방문에서 15mm 어안렌즈로 촬영하면서 환도상어가 가까이
왔는데도 그렇게 큰 사이즈로 촬영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이번엔 10~24mm 와이드줌 렌즈를
사용하기로 했고, 24mm로 맞춰서 하우징에 넣었다. 너무
서둘러 입수를 했는지 처음 10분간은 환도상어가 나오지 않았고, 나중에야
환도상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이미 무감압 한계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심 15m의 모나드 숄 정상에서 다시 월을 따라 내려가서 30m~25m 사이의
클리닝 스테이션에서 열을 맞춰 대기하기 때문에 공기 다이빙으로는 금방 무감압 한계 시간이 지나간다.
어렵게 한 두번의 기회를 잡고 셔터를 눌렀다. 아, 그런데 셔터가 잘 눌러지지 않는다. 연사모드로 놓아야 하는데 싱글
셔터로 누르다 보니 환도상어의 꼬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연속으로 촬영하지 못했고, 포커스가 아웃 되면
셔터가 잘 눌러지지 않았다. 이런 점을 반성하며 다음 날 잘 촬영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은 환도 상어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현지 가이드들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당황해 하였다. 결국 어렵게 들어와서 한번의 기회 밖에 갖지 못했는데 그것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쉬움만 커졌다. 섬에서 나오기로 한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시도해볼 수도 있었지만 다이빙
후 비행기 탑승시간에 걸리는 것이 꺼림칙해서 포기하고 말았다. 언젠가 또 기회가 있을 것이다.
가토 섬
Gato Island
가토 섬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 고양이를 닮았다고 해서 Cat Island의
뜻인 Isla de Gato란 스페인 이름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카토 섬에서 2회 다이빙을 했다. 하루는 조류와 파도의 문제로 인해 동굴을 진입하지 못하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가며 1회 다이빙만 하고 안전을 위해서 돌아왔으며, 그 다음 날은 날씨가
정말 좋았지만 동굴을 통과하는 다이빙만 한번 하고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초콜릿 섬으로 다이빙을 나갔다. 짧은
일정에 가능하면 다양한 포인트를 경험하게 해주려는 말파총각 마빈 강사의 배려였다.
가토 섬은 화이트팁 상어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때로는 동굴 입구에서 때로는 동굴 근처의 바위 아래에서 쉬고
있는 화이트팁 상어들을 볼 수 있다. 첫날 다이빙에서는 동굴 앞 바위 아래에 있는 화이트팁 상어를 4마리까지 봤으며, 다이버들을 피해 동굴에서 나와 돌아다니는 상어들도
볼 수 있었다. 화이트팁 상어들은 크기가 거의 1.5m는
정도로 커 보였다.
싼타 복장으로 크리스마스 다이빙을 축하하는 다이버들
가토섬 동굴은 천정에 붙어 있는 옐로우컵 산호들과 동굴 속에서 빛이 들어오는 입구를 바라보는 경치가 특히 아름다웠다. 그리고 동굴 앞에 있는 바위 틈 사이로 지나다니며 구석에 있는 랍스터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 외 바위들에 붙은 연산호들은 아름다웠으며, 노란색과 검정색의
해마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 다이빙에서는 말라파스쿠아에서 만난 3명의 여성 다이버들이 크리스마스
기념 다이빙을 위해 여러 가지 장식들을 준비했다며 기념사진을 부탁했다. 여기에 마빈 강사가 싼타클로스
옷과 모자까지 빌려주면서 함께 멋진 크리스마스 다이빙을 기념할 수 있었다.
초콜릿 섬 Chocolate Island
마야 항과 말라파스쿠아
섬 사이에 있는 초콜릿 섬
마야 항에서 말라파스쿠아로 오는 도중에 왼쪽으로 보이는 작은 섬이다. 마크로
다이빙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여 TG4에 이논 피쉬아이렌즈만 붙여서 다이빙을 했다. 수온이 올라가서 그런 것인 것, 전날 파도가 많이 쳐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기대했던 해마나 데코레이션 크랩 등은 만나지 못했지만 이것저것 재미있는 피사체들을 찾아서 촬영을 했다. 전체적인
환경이나 분위기로 봐서는 마크로 피사체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았다. 마크로 촬영에 숙달된 가이드가 있다면
훨씬 다양한 피사체들을 경험할 수 있었을 듯했다.
바운티 비치와 말라파스쿠아의 라이프
바운티 비치의 중심에 있는 오션비다의 비치바
말라파스쿠아는 스쿠버 다이버들의 섬이라고 할 수 있다. 관광객들 대부분은
환도상어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스쿠버 다이버들이다. 물론 점차 알려지면서 일반 관광객들도 찾아오고 있지만
아직도 주류는 스쿠버 다이버들이다. 섬의 남동쪽에 있는 백사장 바운티 비치 Bounty Beach는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비치로드를 따라
리조트, 다이브센터,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다. 다이버들은 대부분 이곳의 리조트에 방을 잡고, 다이브센터에서 다이빙을
하고, 저녁은 레스토랑에서 해결한다. 낮에는 필리핀의 여느
해변 관광지들처럼 마사지사들이 서성이며, 과일을 팔러 다닌다.
이곳에서 다이빙 말고 특별히 할 것이 없다. 스노클링과 해변에서 썬텐하며, 마사지를 받는 것 정도이다. 2시간이면 섬을 한 바퀴 걸어서 돌
수 있는데 모터사이클을 빌리거나, 고용해서 돌아볼 수도 있다.
새벽과 오전에는 대부분 다이빙을 하기 때문에 다이버들은 오후에 마사지를 받거나 촬영한 사진들을 정리하며, 로그북을 쓴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맛 집이라고 알려진 레스토랑을
찾아 식사를 한다. 리조트의 숙소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고, 점심은
숍에서 제공하기에 저녁만 해결하면 된다.
로컬 레스토랑으로는 바운티비치 서쪽 끝에 있는 마부하이 Habuhay, 뒷골목에
있는 깅깅 Ging-Ging 등이 알려져 있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는 안젤리나 Angelina와 아미한 Amihan 등이
유명하다. 이번에 마부하이와 안젤리나를 이용했는데 둘 다 만족스러웠다.
새벽에 환도상어 다이빙을 나가기 때문에 말라파스쿠아의 밤은 짧다. 그래서
다이버들은 저녁 식사를 한 뒤에 비치 바에서 가볍게 맥주나 칵테일을 한잔 하고 다들 숙소로 돌아간다. 솔
다이버스 바로 앞에 있는 오션비다나 히포캠퍼스의 바는 이렇게 가볍게 한잔 하기에도 분위기가 좋다.
말라파스쿠아의 숙소
레전드 리조트의
비치 사이드
숙소는 다이빙 숍에서 가까운 것이 아무래도 가장 편하다. 솔다이버스의
경우 패키지로 하는 경우에 고급숙소로 레전드 Legend와 오션비다
Ocean Vida를 잡아주고, 중급으로는 히포캠퍼스
Hippocampus를 잡아준다. 이들은 모두 솔다이버스 바로 근처이며, 가장 먼 곳이 레전드로 5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번에 우리 일행은 모두 레전드에 묵었는데 방도 넓고, 수영장도
넓고 좋았다. 말라파스쿠아를 자주 찾는 지인의 이야기로는 조식은 오션비다가 제일 났다고 했는데 뷔페로
나오는 조식은 레전드도 괜찮았다. 사실 하루 종일 다이빙을 하고, 숙소에
들오면 잠자기 바쁜 다이버들의 입장에서 숙소는 다이빙숍에서 가깝고, 잠자기 좋은 여건이면 된다. 그런 면에서 레전드도 괜찮았다.
솔다이버스 클럽 Sol Diver’s Club
솔다이버스 클럽의
다이빙 보트 Ugly Cecilia
3년 전 말라파스쿠아에 큰 태풍이 휩쓸고 간 뒤 복구 작업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차동호 강사가 오픈했다. 시기적으로 말라파스쿠아의 환도상어 다이빙에대한 한국 다이버들의 관심이
높아갈 즈음에 생긴 한인 숍이라 비교적 무난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자체 보트와 충전설비, 렌탈장비, 주방
등을 갖추고 숙소를 제외하면 모든 것을 다 제공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나이트록스 탱크를
제공할 수 있으며, 테크니컬 다이빙도 지원할 수 있다. 배가
크고, 넓어서 장거리 데이트립이 많은 말라파스쿠아 다이빙에 편하다.
이번 트립 기간에 차동호 강사는 다른 일이 생겨 숍에 없었지만 말파총각들인 마빈 강사와 박태형 마스터가 친절하게
맞아주고, 다이빙을 잘 안내해주었다. 날씨 문제야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신경을 써주었던 것들이 고맙다.
2017년 1월
Sol Diver’s Club
www.soldivers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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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070-4685-3672, +63-917-308-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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