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들을 추모하며!
다이빙을 하는 이상 위험을 가까이 할 수 밖에없다.겨울에 세상을 떠난 다이버 선후배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부고가 많았다. 원래 날씨가 추워지면 노인들이 있는 집에서는 걱정을 많이 한다. 추위로낮아진 체온을 회복하려는 신체활동이 심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평소 심장이 약한 노약자들이 견디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노환이 있는 분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생노병사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장례식 분위기도 비교적 차분하다.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갑작스런 급환이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경우는 주변 사람들을 많이 힘들고, 아프게 만든다. 지난 달에만 해도 본지에 해양생물 칼럼을 기고하기도했던, 다이빙 강사이자 해양생물학자인 권천중 박사, 추자도리조트를 운영하던 김종환 트레이너, 제주도와 필리핀에서 리조트를 운영하며 해외 다이빙 리조트 시대를최초로 개척했던 원다이브 리조트의 원창선 대표 등이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권천중 박사는 이제야 제대로꿈을 펼칠 수 있는 시기가 되었고, 김종환, 원창선 대표도아직 왕성한 활동들을 할 수 있는 분들이기에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다시금 빌면서 가족들에게도 깊은 조의를 표한다. 비록 세상을 떠났어도 그들에 대한 기억들은 우리들의가슴에 오랜 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고 원창선대표
고 권천중박사
고 김종환 대표
샤크워터의 롭 스튜어트며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샤크워터 Sharkwater의 제작자 롭 스튜어트 Rob Stewart의 안타까운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플로리다의 난파선 Queen of Nassau에서촬영 다이빙 중에 실종되었고, 며칠간 미국 해안경비대와 자원봉사 다이버들의 적극적인 수색으로 인근의해저에서 발견되어 인양되었다고 한다. 그가 제작한 샤크워터는 2006년개봉되어 전세계 40 군데의 영화제에서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과 시사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통해 상어 지느러미 어업의 잔혹성이 드러났고, 상어보호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고조되면서 상어지느러미어업 및 무역을 금지하고, 샥스핀 요리를 거부하는 분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파급되는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롭 스튜어트는 샤크워터의 성공을 바탕으로 속편인샤크워터 익스팅션 Sharkwater Extinction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성공적으로자금을 동원하는 중이었다. 스스로 수중촬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깊은 수심에서 버블없이 오랫동안 작업을할 수 있는 재호흡기 다이빙을 배웠으며, 세계적으로 희귀한 톱상어를 촬영하기 위해 플로리다 키 라르고 Key Largo의 수심 70m에 있는 대심도 난파선인 Queen of Nassau를 찾았다. 사고 당일에도 3회의 대심도 재호흡기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으로 상승했었다. 다만, 먼저 배로 올라간 강사가 기절하면서 선원들이 시야에서 롭을 잠깐 놓친 사이에 실종된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실종 장소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근처 해저에서수색 다이버들에게 발견되었다.
가족들은 수색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었던 미국 코스트가드와자원봉사 다이버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슬프고 안타깝기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일을 했던 것이기에 롭에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전세계의 다이빙 계의 유명인사들과 환경보호단체들에서도 안타까운조의를 표했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롭의 명복을 빌며, 37세의젊은 나이에 그가 이루었던 큰 업적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하고 싶다.
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지만 반성이 있어야
롭 스튜어트에 대한 추모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미국해안경비대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토대로 사고보고서를 작성하여 발표할 것이다. 그 날일어났던 일들은 시간 순에 따라 상당히 자세하게 재구성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의 날 선 비판과평가가 따를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누구의 잘못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이고 이를 토대로 관련자들의 법적인 책임까지도 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고보고서는 다시 일반에 공개되어 비슷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반면교사의 역할을 할 것이며, 구조와 수색 과정의 경험들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절차를 따라갈 수 있는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의 조사가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내용이 미국의 경우처럼 자세하고, 전문가들의객관적인 평가가 첨부되며, 일반에 자유롭게 공개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살아남은 사람들이나 관계자들을 위해서 많은 부분들이 미화되거나 가려지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세월호 같은 큰 사고가 발생했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으며, 정작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것이 이 땅의 현실이다. 똑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뼈를 깎는 반성이필요하고, 누군가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믿을 수있는 사고보고서가 작성되고, 공개되기를 고대한다.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은 위험할 수 밖에 없다
스쿠버 다이빙이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레저활동이란것은 우리 스스로도 알고 있다. 물론 정확하게 교육을 받고 즐기는 레크리에이션 스쿠버 다이빙의 경우는운전이나 골프 같은 일상적인 활동이나 운동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한 활동이라고 자신한다. 이는 좀 더전문화된 테크니컬 다이빙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동차 운전이 비행기나 잠수함, 우주선의 조종으로 비약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고려해야 할 위험요소가점점 많아지게 되지만 전문가들은 엄격한 훈련을 통해서 그런 위험요소를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되었기에자신감을 가지고 활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상태를 적합하게 유지하기 위해노력한다. 조금만 소홀히 하면 내제된 위험들이 통제를 벗어나게 되고,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페셔널 다이버들은 본인은 물론 함께 다이빙하는버디에 대해서도 항상 염려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일반적인 레크리에이션 다이빙 수준에서 테크니컬다이빙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면 그 염려의 강도도 더 높아진다. 물론 스스로 선택하여 위험을 받아들이는참가자들이기에 책임은 스스로 감당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마주하게 되는 것은 도덕적인 비난을 포함해서 심각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 다이버들을 항상 직면할 수 있는 위험들을 객관화시켜서 통제할 수 있도록 날이 서 있어야 한다. 위험에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하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최성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