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밀란 리브어보드 여행기
처음 스쿠버 다이빙을를 접하고
나서부터 오래도록 리브어보드 다이빙을 꿈꿔왔다.갈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에게 운이 따라주질 않았다.이번에도 예약까지 전부 해놓고 못 갈뻔하였으나,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그 유명한 시밀란 리브어보드 다이빙을 경험하게 되었다.내 다이빙 역사 중 최고로 뽑힐 만큼 즐겁고 행복했던 그 때를 떠올리며 몇 자 적어본다.
이번 시밀란 리브어보드는 BSAC 팸 투어로 전체 6박 7일의 일정이었지만 나는
그 일정에 하루를 더해 푸켓 관광을 이틀하며 7박 8일을 채웠다.
몇 년 동안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나름 여러 곳을 가보았다면 가보았고, 볼 것도 많이 봤다면 보았기 때문에
물속에서 무언가를 꼭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없었다.그리고 다이빙 전 브리핑에 나오는
수많은 생물들이 거의 안 나올 테니(있겠지만 내 눈엔 안 보이는 것이겠지...), 이제는 브리핑에 나오는 생물들은 기대도 안 한다. 언제부터는 다이빙 포인트의 이름조차 기억을 못 한다.
그러니 나에게 어떤 포인트가 좋았는지
몇 번 섬에서 다이빙을 했는지 묻지 말기 바란다.그런 내가 후기를 적는 것은 물속
세상이 아닌 리브어보드라는 시스템과 인연에 대해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처럼 리브어보드 다이빙이 처음인 사람들을 위해, 사실 나는 다이빙 여행 중 처음으로 거북이조차 못 보았다. 사람 인연을 얻은 대신 물속 생물과는 인연이 닿질 않았던 것 같다.
나는 항상 아는 사람들과 다이빙을
다녀왔다. 혼자서는 일반 여행조차 다녀본 적이 없기에 이번 시밀란
리브어보드 여행은 나에게 도전이었다.첫날 도착 후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를 나누고 각자 배정된 방에서 수면을 취하였다.이날 방 배정을 해주던 차다 강사님의
말이 생각난다.첫날은 불편할 테지만 지낼수록 적응이 되며 편해 질
것이라는 그 말대로 첫날의 수면은 수면인지
눈을 감고 있던 것인지 모르겠다.배의 엔진 소리과 출렁이는 딱딱한 침대(정말로 딱딱한 침대가 출렁인다. 기분상자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물속에서 노는 것이 힘든 것인지 인간의 적응력이 좋은 것인지 둘째 날부터는 세상 모르고 잤다.
매일 아침 시끄러운 알람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던 때와 달리 리브어보드에선 종소리로 깨워주는 사람이 있어 매일 아침을 상쾌하게시작할 수 있었다.일어나보니 장비가 세팅되어 있고, 도착해서 대충 뒀던 장비백은 한쪽에 정리되어 있었다.인원이 많은 관계로 A, B, C, D 4개 조로 나누어 다이빙이 진행되었는데, 팀 별로 균형 있게 세팅된 모습이었다.
여기서 또 차다 강사님의 말이
생각난다. 정말 편안한 다이빙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던, 편안하면 얼마나 편하겠나.
필리핀 다이빙도 편안하니 뭐 그 정도겠지라고 생각했으나 리브어보드의 시스템은 딴판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리브어보드도 있을 수 있겠으나 일단 이번 투어에서 잡은 리브어보드의 경험은 앞으로 다이빙은 리브어보드만
다니고 싶다고 느낄 정도였다.
나는 여성우대로 장비를 입는 것조차도
아이언맨 스타일이었다.입수지점 앞에 앉아있으면 입혀주고, 물려주고, 오리발 신겨주고, 세상
편한 다이빙이었다.출수할 때는 스태프들이 수면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오리발도
벗겨주었고 계단을 올라가 내 자리에 앉을 때까지 탱크의 무게를 느끼지 않게 탱크를 들어주었다.
필리핀의 시스템과 무슨 차이인가
싶지만 직접 경험해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필리핀의 시스템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잘 되어있어 똑같은 방식이어도 느낌은 훨씬 편안했고20여명의 장비들이 있음에도 장비가 섞이거나 찾는 일이 없었다.이렇게 잘 갖추어진 시스템 속에서 다이빙을 하니 수면휴식 때 할 것은 정말로 휴식뿐이었다.
리브어보드의 시스템에 적응을 하고
감동을 할 즈음 나에게 주변인들도 보이기 시작했다.이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두
번째는
인연이다.사실 이번 투어는 좋은 인연에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했던 투어였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있어본 적이 없었기에 걱정을 했다.그런데 운 좋게도 너무 잘 챙겨주고, 개그맨 수준으로 재미난 사람들과 다이빙을 하게 되었는데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아닌 원래부터 알았던 것처럼 우리들은
매일 밤을 끝나지 않는 웃음으로 지새우며, 내일은 뭐할지 어떻게 놀지를 궁리하기에 이르렀다.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물속에서도 서로를 보고 웃는 사이가 되었고, 출수
후엔 더 큰 웃음을 모두와 공유할 수 있었다.
매일 뭔가 이벤트가 준비되고, 이벤트를 즐기면서 인연은 우정이 되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야간 다이빙.
알록달록 캐미컬 라이트를 손목, 발목, 장비에 감고, 우리는 시밀란 수중클럽으로 갔다. 수중에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수중에 뭐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는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고난 뒤부터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물속 세상을 경험해본 사람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게 산다. 나는 더 행복한 수준이 아니라 내 인생이 180도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자신할 수 있다.
시밀란 리브어보드 투어를 다녀오며
더 감사함을 느끼며, 앞으로는 혼자만의 여행도 두렵지 않고 새로운 인연이
궁금해 질 듯 하다.리브어보드 투어도 처음이지만 처음 써보는 일기 같은
후기에 힘을 실어준 정상근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
정민경
남편과 함께
다이빙을 즐기는 주부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