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다이빙과 수중사진 촬영을 위한 테크니컬 다이빙 교육 후기
수중사진에서 수중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하면
水물 수 中가운데 ‘물속에서’라는 설명이 나온다.
당연한 이 사실을 수중촬영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감상을 하는 사람들 역시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중사진은 일반적인 육상사진과
다르다. 일단 방수를 위해 하우징이라는 것을 카메라에 씌우고 바다 속에서 부족한 빛을 보충하기 위해
스트로브나 비디오 라이트를 장착을 하고 촬영을 하게 된다.
육상에서 카메라를 들고 풍경사진이나
야생동물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물속에서 일반 카메라보다 두세 배 더 크고 무거운 수중 촬영 장비를 함께
조작을 한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는 펀 다이빙과도 조금 다른 방식의 다이빙이
요구된다.
라자암팟의 대표적인 수중사진으로 손꼽히는
것에는 물속에 잠긴 맹그로브 가지에 연산호가 붙어 있는 풍경도 있지만 수많은 스위트립스 무리가 밀집해 붙어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스위트립스 촬영포인트에서 다이빙을 포기하였다. 스위트립스
무리가 있는 곳의 수심이 35m 정도인데다 함께 다이빙을 하는 팀원들 모두 수중촬영을 하는 다이버들이
이었기 때문이다. 35m나 되는 깊은 수심과 짧은 무감압 한계시간이라는 다이빙 조건에서 야생 동물 피사체를
가지고 여러 명의 수중 사진가들이 원하는 사진을 담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다
무감압 한계 시간을 넘길 수 있다는 위험 부담까지 고려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촬영시 안전에 관련된 이런
애로 상황은 일반적인 육상 촬영과 달리 물속에서 이루어 지는 수중 촬영이 가지는 대표적인 어려운 요소 중 하나이다.
라자암팟 투어를 끝내면서 처음 계획했던
수중 촬영 위주의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인트로텍 Intro to Tec교육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앞으로 좀 더 나은 그리고 원하는 수중 촬영을 위해서는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중 촬영은 물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하고 물 속에서 얼마나 내 몸을 잘 조절할 수 있는지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레크레이션 다이빙의 한계에서 벗어나 최신 다이빙 기술을 익히며, 스스로의 다이빙 한계를 좀 더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세부 시홀스 리조트에서 받은 TDI 인트로텍 교육
라자암팟 투어에 동행했던 황인필 감독님의
도움으로 급하게 계획했던 일정을 변경하고, 일명 테크니컬 다이빙 교육의 용광로라고 알려진 세부 시홀스
리조트에서 이항주 트레이너에게 인트로텍 교육을 받게 되었다.
라자암팟 투어를 마치고 이동하면서
연결편 비행기를 놓치는 등 갖은 고생을 한 뒤에 새벽 비행기로 세부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인트로 텍 이론 교육을 시작하였다. 기대했던 배움이라 여행의 피곤함도 잊고 재미있게 교육을 끝내고 드디어 본격적인 실습 교육을 시작하였다.
실습은 익숙하지 않은 더블 실린더
장비를 이용하였는데 호흡기 교환, 찾기 같은 일반 레크리에이션 다이빙 교육에서 받은 것과 비슷한 내용부터
테크니컬 다이버들이 사용하는 2m길이의 롱 호스를 이용하는 비상 공기 고갈 훈련인 S드릴과 더블 실린더 사용에 따른V 드릴 훈련 같은
낯선 훈련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교육을 지상에서 가상으로 연습한 뒤에 다시 수영장과 개방 수역에서
하게 되었다.
막상 맘처럼 잘 되지 않는 더블 실린더의
중성부력 잡기 같은 기본적인 훈련부터 헤매게 되는 것이 올챙이 교육생인 필자의 상황이었다. 게다가 공간능력이
부족한 필자에게 V드릴 훈련은 특히나 헷갈렸고, 반복을 해도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어려운 실습에 적응하느라
고생은 했지만 Intro to Tech과정은 교육의 명칭 그대로 테크니컬 다이빙이라는 영역을 소개하고, 맛보는 과정이었다. 오픈 워터 다이빙을 시작할 때는 두려웠던 마스크
물 빼기 같은 기술을 지금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것처럼 지금 힘든 기술들도 언젠가는 적응이 될 것이다. 앞으로
목표하는 길을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육들이 남았는데 더 높은 단계의 테크니컬 다이빙 교육을 성공적으로 받기 위해서 사전에 과제를 받았다고 생각하니
만족스러웠다.
핀 킥 기술 훈련
그 동안 몸에 익은 잘못된 버릇을
고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시홀스 리조트의 찰리 권 트레이너의 배려로 인트로텍 교육을 끝낸 뒤에
바로 이어서 핀기술 집중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수중 촬영시 가장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 생각되는 프로그
킥과 백워드 킥 연습을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하였다. 킥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 지는지 육상에서 가상훈련을
하고, 수영장 수면에서 SMB를 이용하여 자세교정이 정확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지를 점검한 뒤에 비로소 장비를 메고 수영장 물 속에서 본격적인 연습을 하였다.
고작 하루의 교육으로 그 동안 몸에
베어버린 킥 동작을 바로 바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교육을 받으면서 느낀 것은 수중 사진을 촬영하는
다이버가 아니어도 어드밴스드 수준의 다이버들이라면 변형 핀킥 훈련을 최대한 빨리 받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 향상은 물론이고, 함께 다이빙하는 팀을 위해 그리고 수중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교육임을 추천한다.
사진을 찍느라 집중하다 보면 주변
상황을 신경 쓰지 않다가 자칫 버디나 일행을 놓치거나 또는 무감압 한계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있다. 테크니컬
다이빙은 전통적인 다이빙 방침에 벗어나는 위험한 다이빙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함께하는 다이버들과 경로와 목표 수심과 시간에 대한
합의, 비상 계획의 공유 그리고 이것을 철저하게 실천하는 팀워크 등 한계를 벗어나는 만큼 더욱 안전한
다이빙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중 촬영을 하는 다이버 버디들도 배울 점이 있는 다이빙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킥, 백워드킥 그리고 헬리콥터 턴 같은 다양한 핀킥 기술은 난파선 다이빙이나 동굴 다이버들 만큼이나 수중 사진을
찍는 다이버들에게도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촬영을 위해 바닥에 붙거나, 손상되기 쉬운 산호 군락지 같은 곳에 가까이 접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수중 촬영 다이버들이라면 환경보호를 위해서도
꼭 배워야 한다.
사실 이번에 라자암팟 출발 전에 두마게티의
엘시엘로 리조트에서 레이 강사의 도움으로 나이트록스 교육을 받았고, 라자암팟의 모든 다이빙을 나이트록스로
진행하였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빙 한계 내에서 나이트록스가 주는 무감압 한계시간의 연장은 특히 수중 촬영을
위한 다이빙을 할 때는 안전을 위해서나 또 좀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나 촬영자가 미리 준비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인트로 텍, 핀 킥 교육과 나이트록스 교육은 비록 예정에 없었던 과정이었지만 좋은 수중 사진촬영을 다이빙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필자에게는 목표로 가는 길에서 만난 좋은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적절한 순간에 좋은 환경에서 최고의 트레이너들에게
교육을 받았던 운 좋은 기회였음을 다시 한번 기쁘고 고맙게 생각한다.
두마게티 먹다이빙과 아포섬 그리고 엘시엘로 리조트
7박8일간의
라자암팟 그리고 바로 세부 시홀스 리조트에서 이어진 인트로 텍 교육을 마치고, 쉴 틈도 없이 정어리
떼 촬영을 위해 모알보알 클럽 하리 다이브 리조트까지 들렀다. 그렇게 바닥난 체력과 초라한 행색으로
버디 황인필 감독과 함께 처음 여정을 시작했던 엘시엘로 리조트로 다시 돌아와 제시, 레이 강사의 환대를
받았다.
시홀스 리조트는 ‘용광로 시홀스’라는 별명이 있고, 엘시엘로
리조트는 ‘사랑의 엘시엘로’라는 별명이 있었다. 세부라는 유명관광지에서 오픈워터 다이버에서부터 테크니컬 다이빙까지 교육이 많은 시홀스 리조트의 활기찬 북적거림은
용광로라는 말이 그야말로 적절했다. 또한 이번 1월 조용한
두마게티 바닷가에 예쁘게 새 단장을 하여 문을 연 엘시엘로 리조트는 아기자기한 편의 시설에 신경을 많이 쓴 숙박과 다이빙이 모두 가능한 휴양지
리조트이다. 10년 넘게 한국을 떠나 살아온 필자에게 삼시세끼 꼬박꼬박 집 밥 같이 차려 나오는 한식은
보약과도 같았다. 그 동안 무리한 일정으로 지친 몸을 치유하며 쉴 수 있었던 엘시엘로 리조트는 ‘사랑의 엘시엘로’라는 별명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두마게티는 유명한 세레스 포인트부터
엘시엘로 리조트의 하우스 리프까지 접근성이 좋은 먹다이빙 포인트가 많다. 손톱 크기만한 프로그피쉬는
물론이고, 일명 양누디라 불리는
Costasiella sp. 같은 대표적인 마크로 피사체까지
찍을 거리를 끝임 없이 찾을 수 있는 풍부한 마크로 생태계를 가지고 있었다. 워낙 다양한 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므로 접사 촬영을 목적으로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현지 가이드에게 최근 볼 수 피사체에 관한 조언을 들은 뒤 계획을 세우고 다이빙을 진행할
것을 추천 한다.
먹다이빙도 좋았지만 역시 두마게티
다이빙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아포 섬 다이빙이었다. 두마게티에서 방카로 이동시 30~40분 거리에 있는 조그만 화산섬인 아포 섬은 다양한 산호군락과 섬의 상징인 바다거북 그리고 가끔 이곳을
지나가는 고래상어부터 조류를 따라 모여드는 바라쿠다 떼까지 다양한 종류의 어류를 모두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하고 가지 않고 갔다가 이번 필리핀 전체 다이빙 중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포 섬의 매력은 72헥타르의 작은 섬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건강한 산호군락과 풍부한 어종 덕에 광각과 마크로 촬영 모두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펀 다이버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다이빙 포인트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코코넛 포인트는 물때를 잘 맞추어 들어가면 빠른 조류에 몸을 맡긴 채 광활한 산호초 장관을 배경으로
조류를 따라 모여든 다양한 어종들을 재미있게 구경을 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또한 화산성 기포가 올라와
샴페인 잔 속에서 유영을 하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라르가한 역시 아포섬 다이빙에 빼놓을 없는 매력적인 포인트이다.
수면휴식 중에는 아포 섬 현지인들이
기념 티셔츠를 팔기 위해 배를 찾아 온다. 아포 섬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더 이상 어업을 할 수
없게 된 어민들의 생계를 고려하여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기념 티셔츠를 팔 수 있게 했다고 한다. 현지인들의
경제도 도우면서 아름다운 아포 섬이 계속 지금의 모습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시도라는 생각에 기분 좋게 티셔츠를 구입하였다.
처음 방문한 필리핀에 대한 소감
사실 필리핀에 관한 이미지는 윤락
관광 산업과 요즘 들어 불안한 치안까지 필자에게 좋지 못했다. 하지만 세부 거리에 끝없이 펼쳐진 한국식당이나
커피숍, 편의시설들을 보면서 미국에서 여행을 온 필자는 필리핀이라는 나라에 와 있다는 느낌보다는 다이빙과
관련된 다양한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오랜만에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느껴졌다. 이번
일정을 마치고 출국을 위해 세부공항에서 갔을 때 80% 정도의 사람들이 스쿠버 장비 가방을 들고 있는
한국 사람들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선 듯 발을 들여 놓기가 쉽지 않은 한국의 바다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스쿠버 다이버들의 인구가 점점 늘고 있는 이유가 스쿠버 다이빙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가진 필리핀이라는 나라가 가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많은 한국인 다이빙 리조트들이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잘 잡고 있는 덕에 저렴한 물가와 최적의 바다 환경을
가진 필리핀에서 편안하게 다이빙을 할 수 있는 환경도 미국에 있는 필자에게는 부러운 점이었다. 아무쪼록
이 좋은 환경을 바탕으로 점점 늘어가는 한국 다이버들이 보다 선진적인 다이빙 문화를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타국의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 중인 필리핀 속 한국인 다이빙 관계자들의 노력을 다시 한번 응원한다.
신보리
수중사진가
미국 거주
사진 부가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