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의 남단에 있는 오슬롭에 요즘 고래상어가 출현하고 있다. 낚시를 하던 어부가 건네주는 크릴새우 미끼에 길이 든 어린 고래상어 한 마리가 근처에 머물며 아침마다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점차 많은 고래상어들이 릴로안에 출현하기 시작했고, 많을 때는 한번에 18마리까지나 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래상어의 출현으로 이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과 다이버들이 나타나자 어부들은 관광객들에게 미끼 값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소문이 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이제는 탄아완 바랑가이(Tan-awan Barangay) 차원에서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있다. 고래상어의 출현으로 어민들은 낚시를 하지 않고도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보기 힘든 고래상어를 확실하게 볼 수 있다는 소문에 다이버들이 몰리자 인근의 리조트들도 수입이 증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환경 보호론자들은 고래상어가 먹이에 길이 들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들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일단 고래상어를 촬영하고 싶은 마음에 릴로안의 킹덤 리조트을 다녀왔다.
고래상어의 특징다 자란 고래상어의 몸길이는 보통 12m 내외이며, 최대 18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무게는 15t~20t에 달하며, 상어뿐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고기 중에서 가장 크다. 몸은 굵고 길며, 머리는 크고 조금 납작하다. 입은 주둥이 끝과 거의 맞닿아 있고, 코에는 수염의 흔적이 보인다. 숨을 쉴 때 물을 들이마시는 기관인 분수공(噴水孔)은 눈과 크기가 비슷하고, 눈에는 눈꺼풀이 없다. 아가미 구멍은 크고, 안쪽에 스펀지처럼 생긴 막(새파)이 있어 물과 함께 입으로 들어온 먹이를 여과시킨다.양 턱에는 300줄에 달하는 작은 이빨이 촘촘하게 나 있고, 제2 등지느러미는 제1 등지느러미에 비해 두드러지게 작다. 꼬리지느러미 앞쪽으로는 잘 발달된 융기선이 가로 지른다.
몸 빛깔은 등은 회색 또는 푸른색이거나 갈색이며, 배는 흰색이다. 배 위쪽으로는 흰 점과 옅은 수직 줄무늬가 있다.번식은 기존에는 난생(卵生)으로 알려져 왔으나, 갈수록 난태생(卵胎生) 쪽으로 기울고 있는 추세이며, 아직까지는 정확히 구분되지 않고 있다.보통 먼 바다에서 단독 또는 여러 마리씩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가끔 연안에도 나타난다. 먹이는 주로 갑각류, 오징어, 플랑크톤 등 작은 물고기를 물과 함께 들이마셨다가 여과해서 먹는다. 전 대양의 온대와 열대 해역에 분포하며, 거대한 몸집과는 달리 성질이 아주 온순하여 바다에서 사람이 나란히 수영을 하기도 한다.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동해에서도 가끔 발견된다.
카메라 렌즈까지 바짝 다가온 고래상어
렌즈를 향해 입을 활짝 벌린 고래상어
옆에서 본 고래상어
다이버라면 한번쯤은 고래상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큰 바다생물에 대한 동경과 사진에 담고 싶은 욕심은 항상 있었기에 필리핀 오슬롭의 탄아완 비치에 고래상어가 한 마리도 아닌 여러 마리가 나오다는 소식을 듣고 부푼 마음을 안고 필리핀 릴로안의 킹덤 리조트에 예약을 하고 다이빙 계획을 세웠다.탄아완 비치는 늦은 아침부터는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이는 관계로 어느 정도의 좋은 시야와 반수면 사진을 담기 위해선 아침 일찍 서둘러서 출발하는 게 유리하다. 계절의 특성상 그렇게 좋은 시야는 아니었지만 고래상어를 보고 즐기기엔 충분한 시야였으며, 예사롭지 않는 바닷바람이지만 사진을 촬영하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처음에 고래상어를 보고 난 느낌은 흥분 보다는 저렇게 큰 동물도 사람의 손에 길들어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한편으론 안타까움에 카메라를 담는 순간 내내 그리 마음은 썩 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호주의 닝갈루(Ningaloo) 아톨이나 필리핀의 돈솔(Donsol)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래상어의 보호 프로그램이 이곳에도 제대로 적용되어 어린 고래상어들이 상처받지 않고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가 자기 힘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고래상어를 통해 수입원을 얻게 된 어민들의 입장도 중요한 것이고, 고래상어들이 이렇게 나타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고래상어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사진만 촬영했다.
어부들의 방카를 향해 다가가는 고래상어
고래상어와 다이버의 만남현재 오슬롭 시에서는 타나완 해변에 관광안내소를 설치하여 바랑가이 직원들이 고래상어 관광 등록을 받고, 티켓을 발권하고, 주의점에 대해 브리핑을 한다. 어부들의 카누를 타고 가까이서 고래상어를 구경하는데 관광객들에게 300페소를 받고 있고, 오슬롭 주민들에게는 30페소를 받는다. 따로 리조트의 보트를 타고 접근하는 경우는 무어링 부이에 배를 정박시키고 다이빙을 해야 하는데 스킨다이버는 200페소, 스쿠버 다이버는 300페소, 카메라를 든 스쿠버 다이버는 400페소를 입장료로 받고 있다. 그러나 운영하는 바랑가이 사무소도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아 입장료가 계속 바뀌는 중이라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래상어 관광은 어부들에게 상당한 수익을 안겨주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 또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고래상어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측면에서 오슬롭의 고래상어 관광산업이 지속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래상어의 눈과 그 귀에있는 청각기관이 뚜렷하게 보인다.
어부가 주는 크릴새우를 받아 먹고 있는 고래상어고래상어를 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필리핀 어부들이 작은 카누를 타고 고래상어가 좋아하는 크릴새우를 준비하여 물속에 조금씩 뿌려주면 이를 먹기 위해서 고래상어가 접근한다. 고래상어들이 카누를 따라다니면서 크릴새우를 받아먹는 동안 관광객들이 접근하여 구경하거나 사진을 담으면 된다.고래상어가 좋아하는 크릴새우는 현지어로는 투키(Tuki) 크릴이라고 하는데 투키는 이 지역 방언으로 고래상어를 뜻한다. 필리핀의 다른 곳에서는 고래상어를 부탄딩(Butanding)이라고 한다. 오슬롭 어부들은 밤에 이 크릴새우를 잡아서 낮에 고래상어들에게 먹이를 준다.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미 많은 다이버들이 고래상어를 구경했던 탓인지, 어부들이 뿌려주는 먹이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몰라도 고래상어들은 사람들을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를 봐 달라는 표정으로 다가오는 고래상어도 있었다. 따라서 적당한 스킨 실력만 된다면 나름 즐거운 투어가 될 것 같았다.단 고래상어를 관찰할 주의할 점은 머리 쪽으로는 3m 이상, 꼬리 쪽으로는 4m 이상 떨어져야 하고, 사진을 찍을 때는 플래쉬를 터뜨려서도 안 된다. 특히 고래상어를 만져서는 안되며, 따로 먹이를 줘서도 안 된다.
다이버가 부르자 다시 돌아온 고래상어
고래상어를 보기 위해 어민들의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온 관광객들과 수면 아래의 고래상어릴로안으로 가는 방법릴로안은 필리핀 세부 섬의 최남단에 있으며 네그로스 섬의 두마게티와 마주보고 있다. 따라서 릴로안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1) 국제선 항공편으로 마닐라로 가서, 다시 국내선 항공편을 갈아타고(1시간 15분) 두마게티 공항에 내려서, 여객선 터미널로 이동해서(20분), 배를 타면(25분) 릴로안 선착장에 도착한다.
(2) 국제선으로 세부 막탄 공항에 도착해서 버스나 픽업 나온 차를 타고(2시간 30분)바로 릴로안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릴로안 인근 다이빙 포인트의 수중 절벽 풍경
말미잘 속의 흰동가리돔
화려한 색상의 갯민숭달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