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비치 블랙워터 다이빙
Black Water Diving at Sabang Beach
지난 4월 9일 스쿠버넷의
아닐라오 다이빙페스티벌을 마치는 날 몇몇 다이버들과 함께 방카보트를 타고 아닐라오에서 사방비치로 넘어갔다. 사방비치의
아우라 리조트에 있는 문운식 CD가 얼마 전 SNS에 올린
블랙워터 수중사진을 보고 요즘 수중사진 트랜드의 하나인 블랙워터 다이빙을 직접 한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좀 더 많은 수중사진가들이 함께 하기로 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부가 빠졌고, 문운식 CD까지 전체 5명이서 다이빙을 하게 되었다. 블랙워터 다이빙을 진행하기에 딱 적당한 인원수였다.
알마제인 본파이어 다이빙
첫날 다이빙은 아우라 리조트 바로 앞에 있는 알마제인 난파선에서 본파이어
Bonfire 다이빙을 하기로 하였다. 본파이어는 영어로 모닥불을 뜻한다. 모닥불을 피워놓으면 주광성의 곤충들이 날아오듯이 수중에서 여러 개의 밝은 랜턴을 켜놓고 모여드는 주광성 플랑크톤들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부이라인에 랜턴을 매달아 놓고 조류에 함께 흘러가며 다이빙을 하는 블랙워터와는 좀
다른 개념이지만 결과는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아무튼 수심 30m 바닥에 앉아 있는 알마제인의 갑판 위에서 외해
쪽을 향하여 4개의 밝은 랜턴을 켜놓고 잠깐 기다렸다가 입수하여 다이빙을 시작했다. 랜턴은 문운식 CD가 보유하고 있던 씨몬스터의 오리지널 제품 2개와 이번에 필자가 휴대했던 신형 씨몬스터 제품 2개를 사용했다. 오리지널도 매우 밝았지만 신형이 더 밝았고, 유지 시간이 훨씬 길었다.
밝은 랜턴 빛을 보고 동물성 플랑크톤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흔하게 보였던 것은 갯지렁이들로 불 빛 앞에서 빠르게 돌아다녔다. 사진을 촬영했지만 형태가 혐오감을
일으키는 수준이었다. 수중사진 피사체로 괜찮은 것들은 2개의
긴 가시를 가진 새우처럼 생긴 갑각류와 작은 물고기들 이었는데 넙치의 유어처럼 납작하게 생긴 것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마크로 촬영은 어려웠다. 피사체를 찾아도 뷰파인더에 들어오게 쫓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고, 초점을 맞추는 것도 힘들었다. 잠깐 멈칫하는
순간에 피사체를 잃어버리기 십상이었다. 이날 필자가 겨우 촬영에 성공한 것이라고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갯지렁이 한 마리였다. 나머지 사진들은 초점이 맞지 않거나, 흔들리거나, 노출이 맞지 않았다. 마치 마크로 사진을 처음 촬영할 때 얻었던
결과물 같았다. 그간 고장난 렌즈를 핑계로 마크로 사진 촬영을 소홀히 한 탓도 있지만 블랙워터 다이빙
자체가 바닥에 몸을 고정하고 촬영하는 먹다이빙이나 야간다이빙 촬영과 달랐다. 그래도 블랙워터 다이빙
경험이 있는 양승철 강사(바람소리 스쿠버 & 펜션
대표)는 결과가 좀 나은 듯했다.
캐년 다이빙
전날 밤의 형편없는 결과물에 맘이 상했기에 기분전환을 위해 오전 첫 다이빙으로 캐년 포인트를 찾았다. 킬리마 쪽에서 입수하여 샤크 캐이브를 지나 캐년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간단한 브리핑을 듣고 입수했다. 기대했던 만큼 빠른 조류를 타고 수심 20m 내외를 유지하며 신나게
흘러가니 샤크캐이브에서 아톨 방향의 넓은 골짜기에 제비활치 무리들이 모여있었다. 잠깐 구경하다가 다시
방향을 돌려서 샤크캐이브를 지나니 조류는 더욱 빨라졌고, 캐년이 나타나자 다들 안으로 들어가서 한숨
돌렸다. 좁은 캐년 속에 열댓 명의 다이버들이 모여 있으니 복잡했는데 바깥으로 조류가 워낙 심하니 나가면
바로 상승해야 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가이드들의 신호로 한 팀 두 팀 캐년을 빠져나가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마지막에 살짝 피쉬보울 쪽으로 나가서 사진을 몇 장 더 찍다가 조류를 타고 흐르며 상승했다. 상승과
안전정지까지 다 합쳐도 다이빙 시간은 40분을 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찾은 캐년은 여전했다. 그렇게 많은 다이버들이 들어가지만 강한 조류로 인해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부채산호, 연산호들 그리고 안티아스 무리들과 종종 보이는 스위트립스와
스내퍼, 자이언트 트레발리와 제비활치들은 사진을 찍어도 좋고, 그냥
구경만 해도 좋은 곳이다.
알마제인 다이빙
전날 본파이어 다이빙을 했던 알마제인을 다시 찾았다. 씨몬스터 라이트를
알마제인에 설치하고 난파선의 실루엣과 함께 촬영해보기로 했다. 바닥에 있는 연산호 군락을 앞에 두고
배경으로 난파선을 넣어보고 싶었다. 문운식 CD가 라이트를
설치하는 동안 난파선 후미를 지나 연산호 군락으로 접근했다. 안타깝게도 조류가 없어서 연산호들이 폴립들을
움츠리고 있었다. 자리를 옮겨 해면을 앞에 두고 촬영을 해보았다. 문운식 CD가 멋지게 모델을 서주었다.
알마제인 역시 수심이 깊어서 바닥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난파선의
갑판으로 올라오니 제비활치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라이트 2개를
회수한 문운식 CD가 밝게 비추면서 모델을 서주었다. 짧지만
목적으로 했던 다이빙을 마치고 개운하게 상승했다. 오후에는 충분히 쉬었다가 계획했던 블랙워터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블랙워터 다이빙
해가 지고 어두워진 후에 부이와 20m 라인 그리고 4개의 씨몬스터 라이트를 준비하여 5명의 다이버가 보트를 타고 출발하였다. 조류가 있어서 웨스트 에스카르시오 포인트 근처까지 가서 부이에 매단 라이트들을 바다 속으로 내렸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부이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30분
정도를 기다린 다음에 입수하였다. 원래 20m 수심에서부터 5m 간격으로 라이트가 하나씩 위치하게 하였지만 조류의 영향과 매듭방식으로 가장 깊은 수심이 15m를 넘지 않았다. 수면의 조류가 더 빠른지 부이에 연결된 라인이
더 빨리 흘러갔기에 피사체를 골라서 촬영을 하다 보면 라이트의 빛이 저 멀리 흘러가고 있었다. 하여
적당히 촬영하다가는 멈추고 라이트를 쫓아 가야 했다. 조류와 부이라인이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편하게
촬영을 할 수 있는데 흘러가는 속도가 다르다 보니 거리를 유지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피사체들은 전날과 좀 달랐는데 게의 유생들이 가장 많았고, 살파류의
투명한 젤리질 플랑크톤과 부유성 연체동물, 어린 물고기들이 있었다. 오징어들이
무리 지어 지나가기도 했는데 움직임이 워낙 빨라서 촬영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간혹 오징어들이 뿌린
먹물만이 수중에 남았다.
그래도 전날의 경험이 있었기에 사진은 조금 찍을 수 있었지만 내놓기 부끄러운 결과물들이라 낭패였다. 다른 다이버들도 마찬가지였고, 국내 다이버들 중에서 수중사진을 가장
잘 찍는다는 양승철 대표는 그래도 몇 장을 건진 듯했다. 사실 처음 경험하는 방식의 다이빙이라 쉽게
결과물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다음에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닐라오 지역에서도 본파이어와 블랙워터 다이빙을 시도하는 곳이 있고, 한인 리조트들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으니 다음 번에는 아닐라오에서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다.
베르데 섬 다이빙
마지막 날은 베르데 섬으로 다이빙을 나가기로 했다. 사방비치에서 다이빙을
한다면 베르데 섬을 빼먹을 수 없기에 주변 다이버들과 함께 팀을 만들었다. 최소 6명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마침 사이드마운트 다이빙 페스티벌을 위해 아닐라오에서부터 함께 사방비치로 넘어왔던
심재호 아펙스코리아 대표와 임용한 강사에게 같이 하자고 했다.
아우라리조트를 출발하여 베르데 섬을 향하여 20분 정도 가니 물색의
띠가 뚜렷하게 갈라진다. 시야가 흐렸기에 잿빛을 띠던 민도로 섬 쪽과 달리 베르데 섬 쪽의 바다는 검푸른
색을 띤다. 왜 베르데 섬을 가야 하는 지를 물색이 먼저 알려주었다.
이미 많은 배들이 베르데 이스트 포인트로 모여 있었다. 입수하니 시야가 30m는 된다. 아닐라오 다이빙부터 시작해서 가장 시야가 좋은 날이다. 사진을 촬영하는 내내 기분이 좋다. 수심 35m의 부채산호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상승하면서 촬영을 했다. 한
무리의 엠페로가 다가와서 다이버들을 돌다 간다. 수중 봉우리 근처에 모여있는 안티아스 무리와 사이드마운트
다이버들을 모델로 사진도 촬영했다.
두 번째 다이빙은 코랄가든 방향에서 입수하였다. 수심 20m~30m 사이에 흩어져 있는 부채산호들을 모델과 함께 촬영하였고, 조류가
밀려가는 코너를 지나 얕은 수심으로 천천히 상승하면서 건강한 산호들과 안티아스 무리를 촬영했다. 시야가
좋으니 파아란 물색과 안티아스 무리의 붉은색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사진의 색감을 살려주었다. 근래
드물게 만나는 맑은 시야에 마음까지 밝아졌다. 사방비치를 찾을 때는 무조건 베르데 다이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우라 리조트와 문운식 CD
2박 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사방비치의 좋은 포인트들을 골라서 다이빙을 했고, 베르데 섬까지 다녀왔다. 게다가 블랙워터 다이빙과 본파이어 다이빙 등 새로운 트렌드의 다이빙까지 경험할 수 있었으니 정말 알찬 경험이었다. 아우리 리조트와 문운식 CD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사실 블랙워터 다이빙은 일반 야간 다이빙과 달리 조류를 타고 흘러가야 하는 다이빙이라서 안전에 대한 부담이 크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진행되기 때문에 진행하는 스태프들의 양해를 미리 얻어야 한다. 엑스트라 차지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스태프들이 지원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활동이다. 아우라 리조트 박정우 대표의 지원과 문운식 CD의 적극적인 열정
덕분에 이런 새로운 형태의 다이빙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블랙워터 다이빙과 본파이어 다이빙이
옵션 프로그램으로 계속 유지가 될 지는 전적으로 이 두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다. 수중사진가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는 측면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
사방비치에서 블랙워터 다이빙이나 본파이어 다이빙을 하고 싶다면 아우라 리조트의 문운식 CD에게 문의를 해보자. 블랙워터 다이빙은 준비와 진행이 좀 필요하지만
본파이어 다이빙이라면 일반 야간다이빙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 언제든 가능할 것이다.
최성순
스쿠버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