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철의 제주바다 이야기 - 문섬 모자반 숲
육지에 꽃 소식이 한창인 4월 중순에 다이빙 일번지인 문섬을 찾았다. 전 주까지만 해도 한낮에는 기온이 20℃를 넘나들었지만 날씨가 흐려서
인지 기온이 좀 내려갔다. 하지만 서귀포 항에는 이미 다이빙 시즌이 시작된 듯 문섬으로 나가는 다이버들이
유어선에 장비를 옮겨 싣고 있었다. 보트 다이빙을 전문으로 하는 레저선박도 다이버들을 싣고 포인트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동안 한산하게 다이빙을 다녔지만 다이버들이 서귀포를 찾아오는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올해도 많은 다이버들이 서귀포를 찾아 문섬으로 숲섬으로 다이빙을 나갈 것을 생각하니 흐뭇해진다.
이른 봄부터 자라왔던 모자반들이 이 때 즈음에 절정에 이르렀을 것이란 생각에 문섬 새끼섬에 자리를 잡았다. 새끼섬 골짜기의 조류가 강해서 썰물이 시작될 무렵까지 기다렸다가 입수하여 수중 숲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서 불턱까지
간 다음에 돌아올 때는 조류를 타고 나오기로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다이빙에서 새끼 섬 남쪽 모자반
군락지를 다녀오기로 계획했다. 새끼섬 골짜기의 조류가 거세진 탓에 물때를 감안해서 다이빙 계획을 짜야
흘러가지 않고 입수지점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 문섬 다이빙에 익숙하지 않은 다이버들은 현지 가이드들의
안내를 받아서 다이빙을 해야 안전하다.
입수하니 수온은 16℃였고, 시야는 6m 정도 나온다. 골짜기를 따라 활짠 핀 큰수지맨드라미 군락 위로
미역과 모자반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문섬 불턱에는 여러 가지 색깔을 띤 연산호들이 화려한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언제 와도 사진에 활력을 준다. 수중 부이 위에도 큰수지맨드라미 군락이 자라고 있었는데 조건이
좋을 때는 연산호들의 성장이 매우 빠른 듯하다. 제법 큰 달고기 한 마리가 산호 숲 사이에 은신하며
먹이사냥을 하느라 눈치를 보고 있기도 했고, 바위 밑에는 쏠배감펭 한 쌍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 새끼섬의 연산호 군락은 언제 봐도 화려하고 예쁘기에 많은 다이버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다. 예쁘게 잘 보존되어 오래오래 다이빙 일번지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새끼섬 남쪽의 모자반 군락은 수면까지 길게 자라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줄도화돔 무리와
주걱치 치어들이 모자반 숲 속에 가득했다. 봄철의 모자반 숲은 이렇게 어린 물고기들의 은신처이자 놀이터가
되어 이들이 포식자들을 피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해 주고 있다. 이렇게 성장한 치어들은 수온이
올라가서 모자반들이 녹아 없어져도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서 문섬 골짜기에 남아 있을 것이다.
모자반 숲은 수심 15m 내외의 깊은 곳에서부터 새끼섬의 얕은 곳까지 무성하게 자라서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다이빙을 마치고 나오며 안전정지를 하는 중에 보름달해파리와 유즐동물로 보이는 투명한
군체생물이 떠다니고 있었다. 문섬 새끼섬은 이렇듯 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따라 흐르며 그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이제 5월이 되면 서귀포는 성급한 초여름 날씨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다이버들이 제주도의 수중을 경험하기 위해 찾아올 것이다. 더욱 왕성한 생명의 활기를 느끼게 되길 기대한다.
이운철
사진작가
스쿠버넷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