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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거문도 다이빙 - 거문도스킨스쿠버 리조트와 뉴백도 여관

휴가철 거문도 다이빙 - 거문도스킨스쿠버 리조트와 뉴백도 여관


여름휴가 성수기에 거문도를 방문하려면 배편을 미리 예약해야 했다. 오랜만에 거문도스킨스쿠버 리조트의 정민교 강사와 통화하여 토요일 첫배로 들어가서 일요일 막 배로 나오도록 예약을 부탁했다. 고흥 나로도항에서 8시 30분 출발하는 오션호프해운의 조국호를 타고 들어가면 초도와 손죽도를 거쳐서 10시 30분 정도에 거문도에 도착하고, 바로 준비하여 11시에 다이빙을 출발하면 3회 다이빙을 마쳐도 오후 4시경 다시 리조트로 돌아올 수 있다. 일요일은 오전 8시에 다이빙을 출발하면 2회 다이빙을 마쳐도 12시 전에 귀항할 수 있고, 16:30분 거문도에서 출발하는 막 배를 탄다면 3회 다이빙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행 중에 고흥으로 나가는 페리호를 타는 다이버가 있다면 2회 다이빙으로 만족해야 한다.

아무튼 주말 이틀간 다이빙을 하기 위해 금요일 밤에 고흥에 도착하여 하루 숙박을 하였고, 토요일 아침에 승선권을 구매한 다음에 여객선 터미널 근처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배에 올랐다. 차량은 터미널 주차장에 놓아두어야 했기에 다이빙 장비 가방과 세팅된 카메라를 양손에 들고, 이틀간 지낼 간단한 짐만 배낭에 넣어서 짊어져야 했다. 휴가철이라 배는 거의 만선이었고, 장비가방은 입구 쪽에 쌓아 두고 빈 좌석을 찾아 앉았다. 승객 중에 다이버들도 간간이 보였는데 그 중에 낯익은 사람들과는 수인사도 나누었다.
배가 초도와 손죽도 그리고 거문도 동도를 거치면서 사람들의 수가 줄었고, 거문도항에 내릴 때에는 거의 절반 정도였다. 마중 나온 정민교 강사와 인사를 하고 다른 다이버들과 함께 리조트로 옮겨 바로 장비를 챙겨서 거문도스킨스쿠버의 전용선 아리엘 호에 승선했다. 배가 이동하는 동안 장비를 세팅하였고, 등대 근처를 지날 즈음에는 유람하듯 거문도의 경치를 즐겼다. 선바위, 의자바위, 소원도, 대원도 등을 지나며 파도가 잔잔한 곳을 찾았지만 너울이 있어서 차라리 중등여에서 첫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중등여는 거문도스킨스쿠버가 자리잡은 덕촌마을의 지선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포인트로 외해 쪽의 수중여이다. 배치바위와 함께 거문도에서 가장 좋은 기억을 가진 곳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입수했다.


수심 40m에서 수심 7m 내외로 쏟은 2개의 암반 봉우리로 구성된 중등여는 수면에서 그 형체가 어른거렸기에 바로 입수하여 하강하였다. 수면 근처에 방어들이 무리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감태 숲으로 뒤덮힌 봉우리를 따라 하강하니 절벽이 시작되었고, 히드라, 민가시산호 등의 띠가 지난 다음에는 해송, 진총산호, 가지해면 등이 부착되어 있었다. 멸종 위기종인 유착나무돌산호도 보였고, 제주도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가시수지맨드라미도 보였다. 넙치, 쑤기미, 쏨벵이, 거북복 등도 보였고, 자리돔들은 제주도보다 더 흔한 듯했다. 30분 정도 즐겁게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상승하는데 줄삼치와 방어들이 무리 지어 수면 근처를 휘돌고 있었다. 필리핀 바다 못지 않은 다양함에 45분의 다이빙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수면휴식 시간에는 드론을 날려 상공에서 멋진 거문도의 풍광을 담았고, 아리엘 호의 주변을 선회하며 촬영하기도 했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시원한 경치를 새의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1 시간 정도 휴식한 이후에 신추 포인트에서 입수를 하였다. 입수하자 마자 중등여에서 만난 것 보다 훨씬 규모가 큰 줄삼치 무리가 나타나 주변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열대바다의 잭피쉬 스쿨링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회전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서 카메라로 쫓아가기가 바빴다. 감태가 뒤덮고 있는 큰 바위들로 이루어진 신추 포인트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원도까지 멀리 이동하였다. 계곡에서는 가시수지맨드라미를 볼 수 있었고, 바위 아래의 아치에서 민가시산호와 자리돔 무리를 촬영할 수 있었다. 이 다이빙은 좀 더 길게 48분 정도 진행되었다.
2회 다이빙 후에는 준비된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쉬었는데 정민교 대표의 처가에서 운영하는 뉴백도여관의 식당에서 준비한 도시락은 밥과 반찬이 푸짐하여 다 먹지 못하고 남길 정도였다. 사위의 손님을 대하는 정이 넘치는 듯했다.

세번째 다이빙은 등대 동쪽에서 진행하였다. 입수하니 감태밭 위로 자리돔들이 무리지어 춤추고 있었고, 바위 아래에는 큼직한 자바리들이 몸을 세워서 다이버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만큼 멀어지면서도 줄행랑을 치지 않는 것을 보면 겁이 별로 없는 듯했다. 혹돔들도 짝을 이뤄 돌아다니고 있었고, 감태 숲에는 쏨벵이와 개볼락들이 숨어 있었는데 역시 어종도 다양하고 개체수도 풍부했다. 수중사진과 동영상 등을 촬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다이빙 마치고 장비는 그대로 배에 두고 수중촬영장비들만 가지고 내렸다. 다음 날 다이빙을 또 하니 굳이 장비를 세척할 필요가 없다면 그대로 두어도 된다고 하길래 편함을 추구했다. 샤워하고 슈트만 늘어놓은 다음에 숙소인 거문리의 뉴백도여관으로 옮겼다. 선풍기와 에어컨이 있는 여관방은 80년대 느낌이 났지만 시원해지면서 곧 단잠에 빠졌다. 저녁은 여관에 있는 식당에서 제공되었는데 알고 보니 횟집이었다. 수족관에는 전복과 소라가 잔뜩 들어 있었는데 선물용으로 찾는 다이버들에게는 아이스박스에 포장도 해준다고 했다. 싱싱한 생선회에 약간의 알코올은 피로를 씻어주었다. 마침 지인도 찾아오니 반갑기가 그지없다.

담 날 아침도 여관에서 차려주는 생선미역국에 밥 한공기를 뚝딱 비우고 리조트로 이동하였다. 오후 배로 나가야 하니 7시에 아침을 먹고 8시에 다이빙을 출발해야 했다. 소원도, 대원도에서 입수하여 가시수지맨드라미 산호를 촬영하는데 수심 20m 내외에서 자라고 있는 가시수지맨드라미의 개체수가 점점 늘어나는 듯했다. 우연히 바위에 앉아 있는 넙치를 발견하고서 동영상과 스틸로 한참을 촬영했다. 거리를 점점 좁혀가니 눈알을 굴리던 넙치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튀어 올랐다. 넙치를 촬영한 것만으로도 즐거운 다이빙이었다.
또 다시 수면휴식 시간에 배에서 드론을 띄웠다. 높이 올려서 내려다보는 서도의 해안선은 매우 예뻤다. 섬의 머리 위로 지나는 구름과 굴곡진 해안선까지 배에서 느낄 수 없는 시원한 풍광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다이빙을 함께 하며 애정을 쌓아가는 정민교 대표와 부인 김장미 씨의 모습에서는 흐뭇한 마음이 느껴졌다.

아쉬운 마지막 다이빙은 의자바위에서 진행되었다. 해안의 절벽이 수심 30m까지 이어지는 곳으로 두 군데의 크랙이 있다. 그 속에 자리잡은 각종 물고기들과 부채뿔산호 군락들은 수중사진을 촬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문성일 강사가 함께 다이빙을 하며 모델을 서 주었기에 좋은 사진들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이빙을 마치고 장비를 세척하여 건조한 뒤에 다시 뉴백도여관으로 돌아가서 맛난 점심을 먹고, 시원하게 에어컨을 켜 놓은 방에서 꿀맛 같이 단 잠을 잤다. 오후 4시 30분 배로 섬을 나가기로 했으니 그만큼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 나오는 길에 조국호는 거문도에서 나로도까지 1시간만에 주파를 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도 생각보다 막히지 않아서 자정을 넘기지 전에 귀가할 수 있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진행한 거문도 투어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덕촌 해안의 무수한 포인트들을 다 보지 못하고 온 것도 아쉽고, 오랜만에 만난 정민교 강사와 거문도스킨스쿠버의 스태프들과 너무 짧게 보고 헤어진 것도 아쉬웠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길게 거문도에서 다이빙을 하고 싶다. 9월과 10월이 되면 거문도 바다는 더욱 맑고, 풍성해질 것이다. 그때 이번에 못 가본 포인트를 찾아서 다시 다이빙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긴 여정을 함께 했던 강민호 기자와 우리를 환대해 주었던 정민교, 김장미 부부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최성순
스쿠버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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