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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허락하는 섬 '추자도'

바람이 허락하는 섬 '추자도'

프롤로그
사진 작가 '이범진' 씨의 추자도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그 곳에서 나도 덩달아 1년을 살아 보고 싶다. 한 때는 제주로 유배를 오는 이들이 마지막까지 버리지 못한 미련을 내려놓는 애절한 그리움이 쌓였던 곳으로 섬과 반도 사이에서 언제나 외로워서 바람 조차 스치면 그 바람에 지독한 몸살로 가슴을 앓아야 했던 곳이다.
추자도는 4개의 유인도(상추자, 하추자, 추포도, 횡간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총 42개의 군도로 형성되어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제주도지만 물때의 흐름은 전라남도의 영향을 받고, 제주도의 수중환경 보다는 동해와 남해의 해양생물이 공존하는 모습 같기도 했다. 제주와 완도에서 배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그리도 멀지 않은 조용하고, 또한 구석구석 살펴보면 참 아름다운 섬이다.

추자도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한 것도 그리 오래 전이 아니라고 한다. 추자도 하면 낚시꾼들의 천국이라고 여길 만큼 수중에는 돌돔, 감성돔, 참돔, 혹돔 등 고급 어종이 풍부하다. 추자도에서는 바람도 머물다 간다. 그 곳에서는 그 누구하고의 아무런 대화도 없이 무작정 바다만 바라보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도 너무나 슬픈 일도 너무도 기쁜 일도 다 추억이 되어 아득히 마음속에서 남아 버린다. 사람은 만나 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고, 추자도는 가고 또 가봐야 그 섬을 조금이나 알 것 같다. 추자도에서 태어나 추자도에서 자란 이범진 작가도 아직까지 추자도의 아름다움을 계속 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추자도로 가는 방법
추자도를 가는 방법은 차를 이용해서 완도에서 배를 타고 가는 방법과 제주도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제주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는데 이동 시간을 계산하면 완도에서 가는 것이 더 가깝기 때문에 필자도 완도에서 아침 8시에 배를 탔다. 바다가 나쁘지 않으면 완도에서 추자도까지 2시간 반이면 도착을 한다. 멀미가 심한 사람들은 출발 전에 멀미 약을 챙겨 먹을 것을 권한다. 한일고속에서 운항하는 '레드펄'이란 배를 탔는데 약 350명이나 탈 수 있고, 선실은 군대 내무반처럼 되어 있어서 배에 타자 마자 자리를 잡고 한숨 자면 어느새 추자도에 도착한다.
완도에서 추자도까지 왕복 배 값은 3등석 객실이 약 46,000원 정도였다. 2등석과 3등석의 가격 차이는 2000원 정도이고, 차이점은 객실 정원의 차이였다. 추자도 도착은 하추자로 도착을 하기 때문에 다이빙 숍이나 펜션에 연락을 하면 미리 픽업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이용한 '골드피쉬다이빙' 리조트는 상추자에 위치했는데 하추자도 선착장에서 차로 약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서울에서 완도까지는 약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완도까지는 길이 좋지만 어두운 밤에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면 위험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필자도 완도 도착할 때쯤 새벽에 '고라니'가 갑자기 도로로 나와서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 밤 10시 정도에 출발해서 새벽 3시에 완도에 도착하고, 선착장 인근의 찜질방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아침 8시에 배를 타고 추자도에 도착하니 어느새 시각은 아침 10시 30분, 도착 후 바로 골드피쉬리조트로 이동하니 벌써 오전 11시가 되었다. 그렇게 섬에 도착하는 것으로 오전은 마무리가 되었다.

추자도에서의 다이빙
도착 후 면책 동의서를 작성하고 인근의 펜션에 짐을 풀고 점심을 먹은 후 다이빙은 오후 12시 반에 출발했다. 추자도에서는 채집과 피싱이 금지되어 있다. 피싱을 하고 싶으면 추가 요금을 내고 유어장을 이용하면 된다. 처음 추자도 다이빙을 생각할 때는 2박 3일 일정으로 갈려고 했으나 숍에서 1박 2일로 와도 충분히 다이빙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주말을 이용해서 금요일 저녁에 회사를 퇴근하고 출발해서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이틀 동안 다이빙을 하고 돌아왔다. 서울, 경기에 있는 다이버들은 다녀오면 조금 힘들지만 대전, 목포, 전주 쪽에 있는 다이버들은 이동 시간이 서울보다는 가까워서 그나마 덜 피곤한 것 같다.

추자도에서 다이빙 포인트까지는 배로 약 30분 정도 이동을 했다. 다이빙 배는 리조트 바로 앞에서 탔고, 첫 다이빙을 '직구도'라는 섬에서 했다. 한 낮인데도 섬 주위에는 안개가 살포시 끼어 있었다. 이날 기온은 서울이 30℃를 넘었고 추자도도 27℃나 되어 전국적으로 더운 날씨였지만 수중은 수온 20℃정도라 5mm 웻슈트를 입고 다이빙하기에 적당했다. 입수하자 마자 섬 쪽으로 붙어서 바닥을 향했다. '사리'때라 시야가 잘 안 나올 거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상상이상으로 시야가 엉망이었다. 그래도 수중 환경은 잘 보전이 되어 있었다. 시야만 좀 더 좋았으면 더욱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아쉬움을 남겼다.


빨간 부채뿔산호가 암반에 붙어 멋들어지게 피어 있었고, 보라색 해면들이 우뚝 솟아서 자태를 뽐내 준다. 다양한 갯민숭달팽이도 보이고, 자리돔 떼가 감태 위에서 넘실넘실 춤을 추듯 쏜살같이 무리 지어 지나 다닌다. 간혹 길을 잃은 듯한 뿔소리도 살짝 보인다. 암반 사이의 공간에서 손바닥 크기보다 훨씬 더 큰 돌돔 무리가 떼를 지어 다닌다.
다이빙을 마치고 상승한 후 배에서 수면 휴식시간을 갖고 다시 두 번째 다이빙을 준비했다. 보통 다이빙을 나가면 배에 공기통을 2~3개 가지고 가서 다이빙을 다 마치고 리조트로 돌아온다. 따라서 다이빙을 나갈 때 빼먹은 장비가 없는지 꼼꼼히 챙겨서 나가야 한다. 본인이 사용할 웨이트 역시 미리 챙겨서 가지고 나가야 한다. 입수가 잘 안 되는 분들은 여분의 웨이트 1~2개를 더 챙겨 가서 낭패 보는 일이 없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두 번째 다이빙도 직구도 인근에서 했다. 첫 다이빙보다 시야가 더 안 나오는 것 같다. 거기다가
섬 바깥으로 물이 약간 흐른다. 조금씩 한기가 오면서 물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기고 섬을 따라 유영을 했다. 함께 들어 갔던 일행들이 어느새 서로 뿔뿔이 흩어졌다. 시야도 안 좋고 조류가 있다 보니까 하나의 그룹으로 다이빙을 하기에 벅찬 것 같았다.

다이빙을 마치고 리조트 인근에 위치한 '아름다운 펜션'에 자리를 잡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날 있었던 다이빙 얘기로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야외에서 숯불에 구워 먹는 고기라 그런지 더 맛있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고기를 굽는 사람이 고생했다. 우리가 이용한 펜션은 다이버들이 자주 찾는 곳 같았다. 필자도 '임현경' 강사의 소개로 이용했는데 펜션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좋고 식사는 일인당 한끼에 8000원 정도로 펜션에서 직접 백반을 해 주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몇 일 동안 배들이 조업을 나가지 못해서 싱싱한 회을 많이 먹을 기회가 없었다. 저녁에 마을을 돌아다니다 지역 주민이 뿔소라와 전복을 팔길래 7만원에 사온 것에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

다음날 다이빙은 '나바론'과 '다무래미'에서 진행했다. 다이빙을 나갈 때는 공기통을 1인당 3개씩 챙겨 가지고 갔는데 전날 보다 시야가 더 안 나와서 모두들 2회 다이빙만 하고 마쳤다. 언제나 그랬듯이 다이빙을 마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사리’ 때라 시야가 좋지 않았지만 '조금' 때 왔으면 시야가 괜찮을 거라 한다. 그래서 조금에 맞춰서 다시 추자도를 찾아와야지 하는 미련을 남기고 다이빙을 마무리했다.

에필로그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추자도, 바람조차도 지나가다 머물다. 다시 찾아 간다면 지금처럼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하루 종일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외롭지 않을 것 같은 그 곳에서 한 달만 산다면 아니 1주일만이라도 보낸다면 지금보다는 미련이 덜하지 않을까? 그 섬이 좋아서 그리고 그 곳의 바다가 좋아서 아련하다.
조용하고 너무 조용해서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도 바람소리를 벗 삼고, 추자 등대에서 일몰을 바라보고, 부속 섬들의 풍경을 마음에 담고 싶은 곳이 추자도이다.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나지막이 종종걸음으로 올레길 걷는 상상을 하면서 이곳 추자에서 다 보지 못한 바닷속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음이라는 설렘으로 기약한다. 오늘도 추자도에 가서 다 버리지 못해 담아온 추억들을 가슴으로 기대어 기억해 본다.

이상훈
PADI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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