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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홍도 다이빙을 다녀와서

남해 홍도 다이빙을 다녀와서


홍도 하면 보통 전라도에 있는 그 곳을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간 곳은 전라도가 아니고 행정구역상으로 경남 통영에 있는 남해 홍도였다. 다른 말로 '갈매기섬'이라고 부를 정도로 홍도에는 괭이갈매기가 많았다. 섬의 바로 앞에 있으면 괭이갈매기들이 날아 다니면서 그들의 새똥이 머리에 떨어질 정도로 많고 많았다.
우리는 홍도를 가기 위해 통영에서 출발하지 않고 거제도의 '지세포'라는 지역에서 출발을 했다. 여기서 출발을 하면 통영에서 가는 것 보다 거리상으로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박성용 선장의 '현대마린호'라는 배를 타고 갔다. '박성용' 선장은 내가 몇 년 전 거제도에서 생활을 할 때 같이 다이빙을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그는 거제도에서 자동차 부품 대리점을 하면서 다이빙이 좋아서 낚시 배를 사서 취미로 다이빙을 다니다가 지금은 주말에 다이버들을 대상으로 홍도와 안경섬 등 인근 지역을 안내하고 있다. 내가 홍도를 좋아하는 이유는 물이 맑고 깨끗한 것과 감태 밭에 자리돔 떼가 어우러지고, 군데군데 해송들이 많으며, 암반 사이사이엔 문어와 소라 등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아름답게 살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남해 쪽 수온이 따뜻해지면 난류를 따라 돌돔과 범돔 무리가 떼를 지어 다는 모습도 어여쁘다. 같이 간 일행은 이번에 '쏠배감펭'을 보았다고 하는데 나는 작년에 '씬벵이'를 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해 홍도의 바다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 따뜻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하게 한다.

일요일 아침 7시에 서울, 인천, 대전, 부산, 거제 등등 전국에서 모인 다이버 일행은 지세포에서 공기통을 배에 싣고 홍도로 출발했다. 배로 약 한 시간을 가니 우리가 다이빙할 홍도가 보인다. 올해는 바다 상황이 좋지 못해 홍도를 계속 못 갔다고 한다. 우리가 갈 때가 올해 3번째라고 한다. 나 역시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인해 홍도를 못 가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가는 날은 운이 좋았는지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도착해서 홍도의 등대를 바라보며 등대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입수했다. 홍도는 무인도이지만 항해하는 배들의 안전을 위해서 등대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섬에 상륙해서 올라가지를 못한다.
입수하고 바닥을 보았더니 흐릿하게 바닥이 보였다. 최소 시야가 10m는 나온다. 배만 뜨기를, 홍도만 가기를 기도했지만 시야까지 좋을 줄을 몰랐다. 예상치 못한 시야에 다이빙은 더 즐거웠다. 함께 간 일행들은 수중에서 나눠져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직벽에는 하얀색의 소나무 같은 많은 해송들이 자라고 있었다.
 
'해송'은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천연기념물 제456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제주도나 가야 볼 수 있는 해송들이 이곳 홍도에 널려 있다. 수심 약 10m 전후에 해송을 배경으로 다이버를 그 뒤로 있게 해서 사진을 찍어 본다. 파란 물색이 살아나지 않는다. 배경 구석에 화이트 홀 이 생긴다. 아직까지 사진 찍는 실력이 미숙하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찍어 보고 같이 간 일행들도 찍어주면서 다이빙을 즐겼다

2회 다이빙을 마치고 선장이 준비해준 점심을 먹고 마지막 다이빙은 수중에 여가 있는 '숨은여'라는 곳에서 다이빙을 진행했다. 말 그대로 물속에 여가 숨어 있는 모습이다. 수면에서는 약간의 백파가 그 곳에 무언가 있다는 것만 표시를 해준다. 입수 후 섬을 왼쪽에 두고 다이빙을 진행했다. 약 40분 가량 한 바퀴를 크게 돌다 보니 어느새 입수했던 지점으로 와 있었다. 얕은 수심은 모자반들이 치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조금 더 깊은 수심에서는 감태가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그 사이를 돌아다니는 물고기들과 뜻 모를 교감을 한다. 유난히 많은 자리돔들 사이에 어느새 놀래기가 자리를 차지 하려고 몸을 힘차게 흔들어 대고 있었다. 마치 바다 목장을 보는 듯한 그 환경에 같이 다이빙한 일행들 또한 홍도의 아름다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도 우리 바다의 이런 아름다운 모습이 오랫동안 간직되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이날 3회 다이빙을 모두 마쳤다. 부산에서 온 막내 다이버 '남현지'씨는 멀미를 이기지 못하고 2회 다이빙만 하고 3번째 다이빙은 배에서 쉬고 있었는데 마지막 다이빙을 못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오고 싶다고 하면서 처음 해 본 국내 바다 다이빙의 매력에 푹 빠져 들었다.
다이빙을 마치고 지세포로 돌아와 인근의 목욕탕을 이용해서 샤워를 했다. 박선용 선장은 전문적인 다이빙 숍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비 세척까지는 할 수 없지만 대신 마음 편하게 샤워는 할 수 있게 준비를 해 주었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시원한 커피를 한잔씩 마시며 잠깐 동안의 추억이 되어버린 홍도 다이빙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우리는 각자 집으로 돌아 갔다.

누구나 갈 수 있지만 그 누구나가 아무나 될 수 없고, 아무나 가지 못하는 홍도, 날씨가 허락해야만 갈 수 있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 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거제도 지역의 다이빙 배들은 정원이 11명까지만 승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이상은 한 배로 다이빙을 나갈 수가 없다. 거제도에서 홍도로 다이빙을 가는 배들 역시 몇 대 되지 않아 다이빙을 가고 싶으면 적정 인원을 맞춰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아직은 바다가 살아 숨쉬는 듯한 모습을 보고 와서 그 모습으로 하루가 즐거웠던 날이다. 그렇게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나는 다시 홍도를 가고 싶은 마음에 달력에 낙서를 해 본다. 몸은 피곤 하지만 마음이 즐거웠던 그날을 기억하면서….

이상훈
PADI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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