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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다녀온 동티모르 다이빙

짧게 다녀온 동티모르 다이빙

올해 6월, 다이브마스터를 따기 위해서 발리에 한달간 머물게 되었습니다. 코스를 예정보다 일찍 끝낸 저는 다이빙을 좀 더 하고 싶었지만 발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목적지를 찾아보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예산과 시간에 맞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목적지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거나 가고 오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을 허비 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동티모르 바다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2002년에 독립한 신생국가, 동티모르의 바다는 아직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 비교적 잘 보존 되어있었다는 점이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5박 6일간의 짧은 여정을 계획하였습니다.


동티모르는 여행하기에 쉬운 곳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반다해 남쪽,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에 위치한 동티모르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의 발리 그리고 호주의 다윈에서 출발하는 비행편을 이용하여 갈 수 있습니다. 동티모르에 입국하는 여행자들은 반드시 도착 비자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미국 달러 $30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며, 까다로운 입국 심사와 세관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티모르의 이국적인 면모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낼 가치가 있습니다. 제가 이용한 시티링크 항공사는 인도네시아의 저가 항공사였지만, 비교적 정확한 스케쥴과 저렴한 추가 수화물로 만족했습니다. 발리에서 동티모르까지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되었으며, 따듯한 기내식 또한 제공되었습니다.


동티모르의 육상 관광은 바다에 비해서 볼 것이 적습니다. 굳이 한가지 이야기하자면, 딜리에 위치한 거대 예수상이 유명하지만, 한 다이빙이 아쉬운 저에게는 무리였기에 가지 않았습니다.

동티모르에서는 미국달러가 통화로 쓰입니다. 여행중 놀란 점은 물가가 발리보다 적어도 2~3 배 비싸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난한 나라라 생각하고 현금을 적게 들고 온 저는 예상치 못한 지출에 당황했습니다.


동티모르 여행 시 주의할 점은 치안이 좋지 못한 것입니다. 해가 떨어진 후부터는 외출을 삼가 해야 하며 이는 수도 딜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택시 또한 여성의 경우 성희롱이 빈번하며, 강도는 드물지만 없지는 않습니다.

동티모르는 2002년에 독립하기까지 약 500년이란 세월을 포르투갈과 인도네시아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정치적인 이유로 동티모르의 바다는 관광객들로부터 잘 보호되어 현재까지 건강한 산호초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티모르의 다양한 수중 환경 또한 다이버들에게는 매력적입니다. 접사부터 광각까지 수중 사진 찍기 좋은 환경과 다양한 생물들은 동티모르에 가야 할 이유입니다. 저는 동티모르의 Dive Timor Losae에서 4일간 다이빙을 진행하였으며, 하루는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지원하는 학교를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동티모르에 도착한 첫날 체크 다이빙은 딜리 락(Dili Rock)에서 진행하였는데 시야는 좋지 못했지만 다양한 소형 생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생에 처음 보는 리프 피쉬와 고스트 파이프 피쉬를 만나는 등 동티모르 바다의 첫인상은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수 하러 해변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산호초 또한 예쁜 파스텔 색감이 인상적입니다. 다이빙 후 다이브센터에서 다이빙을 마친 한국분들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의 해외봉사단 분들이었는데 동티모르의 많은 단원분들이 이곳에서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둘째 날 또한 아침부터 다이빙을 하기로 했지만, 봉사단분들의 권유로 오전 다이빙을 포기하고 학교를 둘러보기로 하였습니다. 타지까지 오셔서 동티모르의 발전을 위해 2년간 봉사하러 오신 분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학생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오후에는 야간 다이빙을 하기 위해 다시 딜리의 해변에서 입수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산호초가 아닌 뻘바닥에서 다이빙을 진행하였습니다. 재밌는 사진을 촬영하고자 스눗과 파랑 필터를 들고 물속에 들어갔지만, 사진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셋째 날은 딜리의 아타우루 섬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딜리에서 보트로 약 2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아타우루 섬은 직벽 다이빙이 유명했습니다. 가는 길에 거두 고래(Pilot Whale) 무리가 나와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섬을 둘러 싸고 있는 산호초를 따라 드리프트 다이빙을 진행하였는데 거대한 부채산호와 해면 그리고 다양한 어종들이 다이버들을 반겨 주었습니다. 또한 큰양놀래기 (Humphead Wrasse)가 다이빙 도중 출현하여 다이버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다이빙 후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혹등고래가 보여서 보트가 고래를 따라다니면서 숨쉬는 장면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휴식 후에는 다시 야간 다이빙에 들어갔습니다. 어제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스눗을 떼고 형광 사진을 찍기 위해 파랑 필터와 노란 필터만 각각 스트로브와 렌즈에 장착한 뒤 다이빙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전 날보다 훨씬 좋아 만족했습니다.


마지막인 넷째 날은 딜리 인근에서 보트다이빙을 진행하였습니다. 첫 포인트는 헤라 뱅크스(Hera Banks)에서 진행하였으며, 건강한 경산호 밭과 많은 물고기, 투명하고 깨끗한 시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에 조류가 강한 지역이라고 안내해 걱정했으나 운이 좋게도 조류가 거의 없어 편히 다이빙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포인트는 딜리에 위치한 둑(Jetty)에서 다이빙을 진행하였습니다. 모처럼 보트 다이빙을 진행했는데 인근에서 다이빙을 진행한다고 하니 약간 실망했지만, 물속에 들어가보니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닳았습니다. 예쁜 색상의 부채 산호 군락, 모델이 되어준 쏠배감펭 덕분에 다이빙이 즐거웠습니다.


고작 7번의 다이빙만을 진행했기 때문에, 제가 감히 동티모르의 바다에 대해 논 할 수는 없겠지만, 동티모르의 바다는 아기자기한 색상과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일정 또한 자신이 유연하게 짤 수 있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전투 다이빙이 아닌 휴가라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일몰과 함께 맥주 한잔 하면서 쉬고 싶다면 동티모르에 한번 가 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이진우
PADI 다이브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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