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복의 수중세상 엿보기 - 동해 삼척의 스쿠버해양 캠프 다이빙
동해에서 다이빙을 하다
보면 대부분 암반이나 모래 지역에 자리잡은 다양한 형태의 어초를 찾게 된다. 간혹 어초 역할을 하도록
가라앉혀 놓은 침선이 있긴 하지만 다이빙 사이트로 활용될 만큼 그 숫자가 많지 않다. 따라서 다이빙
리조트들은 이동거리와 수심을 고려하여 몇몇 포인트들을 정해 놓고 다이버들이 안전하게 다이빙할 수 있도록 입출수를 위한 하강라인 즉 부표를 설치해놓고
주로 안내하고 있다. 안전과 편의성에는 좋지만 반복해서 같은 포인트를 찾을 경우 다이버들의 흥미가 점차
반감될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있다.
그런 이유로 동해를
찾는 다이버들은 북쪽의 고성지역에서 남쪽으로는 포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환경을 찾아 끊임없이 새로운 곳으로 수중여행을 하기도 한다. 자연 암반의 경우 그 형상이 기묘하거나 높낮이를 가지고 있는, 그래서
다이버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는 곳이라야 좋은 여행지로 각광을 받는다. 대부분의 웅장한 형상을 지닌
암반지역은 동해의 경우 수심 50m에서 30m사이에
주로 분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어떤 지역은 약 10km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치 한줄기의 산맥을 이루는 듯이 비교적 일치하는 수심대에서 반복적으로
잘 발달된 암반 지역이 분포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번에는 서일민 대표가
운영하는 삼척의 스쿠버해양 캠프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대표적인 포인트를 경험해보기로 했다. 우선 수심
35m원통형 어초를 가보고
싶었으나 북쪽으로 밀려가는 조류에 떠밀리면 40m 바닥까지 밀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사진을 여유 있게
담기에는 역부족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 포인트는 머리 속으로 그려보는 수준에서 만족하고 대신 상단 15m에서 바닥 깊이 33 m에 이르는 거대한 암반이
멋진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곳을 먼저 가보기로 한다.
상층 시야는 요즘 맑고
푸른 상태라 입수하자마자 수심 15m의 봉우리 부근에 안착할 수 있었다. 상층은 뾰족한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그 암반의 등줄기를 따라 마치 산맥을 이루고 있듯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낙타 등처럼 높은 봉우리가 다시 솟아 올라있다고 했다. 깊게는 수심 33m에서 동해 북단에서 흔히 불수 있는 섬유세닐 말미잘 군락들이 잘 피어나 있었고, 암반 여기저기에는 동해안의 명물 대왕문어들이 각자 다른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또한 곳곳의 크랙에는 조피볼락들이 무리 지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듯 머물고 있었다. 비단멍게는 몇 개 볼 수 없었으나 대신 어른 주먹 두 개를 합쳐 놓은 크기로 멍게들이 탐스럽게 바위 여기저기에
자라나고 있었다.
수심대에 따라 잘 적응된
부착생물들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었으니 다이버들이 한자리에서 여러 수중생물들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아주 멋진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암반을 따라 하강하여 바닥 쪽에서부터 원형을 그리듯 상승을 하면서 약 35 분 정도의 다이빙으로도
그 웅장함을 세세히 볼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날은 중층의 시계가
흐렸기에 그 크기의 40%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는다. 워낙 우람하고 그 높이가 18m에 이르는 커다란 암반을
한번의 다이빙으로 온전히 살펴볼 수는 없겠으나 언제고 물이 맑아질 즈음에 반드시 다시 찾아보고 싶은 매력적인 포인트로 남았다.
수심 25m 지역부터 부채뿔산호들이
크랙을 기점으로 붉게 이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것들은 노란색의 히드라나 멍게들과 어우러져 수중사진가로서
아름다운 색상과 조화로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 만큼 잘 발달된 수중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지고 잘 보존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해본다.
두 번째 다이빙은 바닥
수심 24m에서 상부 수심 5m의 암반이 직벽으로 이루어진 포인트를 들어가보았다. 육지에서 멀리 벗어났음에도
어찌 수심 5m까지 솟아오르는 곳이 있을까 하는 신기함마저 들었던 포인트이다. 하강라인과 유도라인이
잘 설치되어서 초심자라도 안전하게 사방을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한 리조트의 노력이 엿보였던 포인트이다.
입수하여 상단에서 수직하강을
하면 5m에서 곧바로 24m 바닥까지 떨어지는 수직 절벽이다.
암반이 얼마나 거대한지 그 크기가 상상이 될 것이다. 24m 바닥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다 보면 아주 오래 전에 투하되었을 것 같은 사각어초들이 나오는데 동해 북단과 같이 올해 태어난 불볼락 치어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었다.
부채뿔산호와 히드라에는
왕벚꽃하늘소갯민숭이들이 산란에 분주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고, 힘없이 색이 바랜 모자반 군락은 망상어
등 각종 어류들의 보육장으로 평화로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다시 암반 골짜기를 따라 서서히 진행하면
처음 입수했던 5m암반
정상에 다다른다. 그래서 길을 잃을 염려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며, 각각의
방향에 따라 독특한 환경을 동시에 경험해볼 수 있는 포인트였다.
이렇듯 동해안의 수중환경들이
별반 다를 게 있을까 하는 타성에 젖은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이런 포인트를 만나면 새로운 환경들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미지의 세계를 꿈꾸며 온 시선을 빼앗아갈 만한 블루오션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이버들은 가슴 벅찬
일탈을 준비한다.
비록 암반의 크기나
모양들은 언젠가, 어디선가 본듯한 환경일지라도 지역에 따라 그 특성에 맞는 적합함에 우리는 분명히 또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전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좀더 생태를 이해하고
관찰에 심혈을 기울여보면 더 많은 수중세상의 신비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동해 어느
곳이나 요즈음 어초에 들어가보면 안쪽에는 지난 해에 태어난 불볼락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바깥쪽에는
올 봄에 태어난 1~2cm 미만의 불볼락 치어들이 수천 마리씩 떼를 지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가 있다. 이
치어들은 어초 내부로 진입을 할 수가 없는데 어초 옆에서 조금만 지켜보면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다이버들이
해양 생태를 지켜보면서 이해를 해갈 때 이 바다가 좀더 친숙한 해질 것이기에 이 문제를 여러분들께 숙제로 남겨보고자 한다.
늘 안전하고 즐거운
다이빙하세요.
참복 박정권
자유기고가
신풍해장국 대표